[사설] 하향 평준화 우려되는 ‘진보 교육감’ 예비후보 공약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오늘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을 포함해 전국 15개 시·도의 이른바 ‘진보 교육감’ 예비후보들은 그제 한자리에 모여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 절대평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국제고(특수목적고) 폐지 등을 주장했다. 겉으로는 교육 불평등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입시 경쟁 자체를 부정하고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단 이들이 발표한 입시 제도 개편이나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은 법적으로 시·도 교육감 권한이 아니라는 점에서 무리한 공약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입시 제도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결정하도록 법률에 명시돼 있다. 자사고·특목고의 폐지 요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고 교육감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무엇보다 확실한 대안도 없이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로 입시 변별력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발상부터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극단적으로 말해 모든 대학이 제비뽑기로 학생을 뽑지 않는 한 입시 경쟁과 변별력 확보는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2017년 대선에서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했지만, 취임 이후에는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오히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문제가 터지자 대학 입시의 정시 비중을 확대하는 식으로 대선 공약과는 반대로 갔다.
예비후보들이 언급한 공교육 정상화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교육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무리하게 추진했던 ‘자사고 죽이기’가 결과적으로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극심한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초래했던 일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를 맞아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평준화 교육은 오히려 퇴행적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처럼 특정 정치집단의 성향이나 이념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시각에서 교육 제도의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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