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의 은퇴와 투자] 불태의 자산관리

2026. 5. 14.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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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수익을 좇아 투자 시장으로 돈의 빅 무브(big move)가 일어나고 있다. 투자로의 이동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는 의미와 함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환경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도 뒤따른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환경보다 수익에만 집중한다는 데 있다. 불확실성에 대한 올바른 대응이 필요하다.

전쟁만큼 불확실한 게 없다. 손자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 위태롭지 않다(百戰不殆)’고 했다. 전쟁은 이기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위태롭지 않게 되어야 한다는 전쟁 철학이 담겨있다. 한 번의 큰 위태로움이 백성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 투자시장으로 돈의 빅 무브 유행
투자는 곱셈, 불확실성 불가피
우량 종목에 분산투자가 철칙

신선놀음이라 하는 바둑도 치열한 전쟁이다. 집을 많이 짓는 사람이 이기지만 더 많은 집을 짓기 위해 싸움을 하게 된다. 바둑은 한 수 둘 때마다 엄청난 경우의 수가 펼쳐지는 불확실함 그 자체이다. 그래서 바둑 격언에는 ‘내 바둑돌의 생존을 도모하고 나서 상대방을 죽이러 가라’고 한다.

투자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자산 관리도 전쟁이나 바둑과 마찬가지의 불확실성에 노출된다. 투자는 곱셈이기에 불확실성의 위험이 증폭된다. 아무리 큰 숫자도 ‘0’이 한 번 곱해지면 모두 0이 되는 것처럼, 한 번의 큰 투자 실패가 개인의 삶을 무너뜨린다. 위태로움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에 자산 구조를 짜야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일본 다카마쓰에 갔다가 피부에 와 닿는 지진을 경험했다. 자려고 누웠는데 건물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사실 이렇게 좌우로 흔들리는 것은 충격을 흡수하는 내진 설계 때문이다. 내진 설계는 약간 흔들리는 대신 붕괴를 방지하는 전략이다.

투자를 중심에 두는 자산관리도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 세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우량한 자산을 가져야 한다. 우량한 자산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게 아니라 가격 회복력이 좋다. 미국의 대표적 주가지수 S&P500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지만 이후 강하게 회복했다. IMF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핵심 빌딩 가격이 급락했지만 이후 엄청나게 올랐다. 우량한 자산은 가격 회복력이 좋기에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을 준다.

부동산도 핵심 오피스나 핵심 상업 시설, 인프라 등 우량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이들 부동산은 가격이 너무 비싸므로 개인은 리츠(REITs)나 인프라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면 된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낙수 부장이 퇴직금 투자에 ‘폭망’한 이유도 우량한 부동산이 아닌 상가를 샀기 때문이다. 그것도 돈을 빌려서.

우량함은 지역에도 해당한다. 우량한 기업이더라도 국가가 위태롭게 되면 그 운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이 국가의 시스템이다. 그래서 우량한 국가에 나의 자산을 두어야 한다.

둘째, 소득(income)을 주는 자산을 가진다. 배당주를 예로 들어 보자. 배당성향이 40%라고 하면 이 기업은 100을 벌면 40을 현금으로 주고(cash out), 60은 재투자한다. 40을 현금으로 받으면 생활비에 쓰거나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위험이 분산된다. 무엇보다, 주식 가격이 떨어져도 배당금으로 생활비에 충당하면서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릴 수 있다. 인컴은 시간을 우군(友軍)으로 만들어준다.

셋째, 극단적인 자산 배분을 피하고 분산해야 한다. 누구나 한 종목에 ‘몰빵’해서 큰돈을 빨리 벌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1926년부터 90년 동안 미국 주식시장에서 국채 수익을 초과하여 수익을 낸 주식은 전체 종목의 4%에 불과하다고 한다.

개인이 4%를 잘 선택하기 어렵다. 이보다는 가두리 양식장처럼 지수를 사서 4%가 이 안에 들어오도록 하는 게 낫다. 투자자는 분산 투자를 통해 극소수의 승자 기업이 포트폴리오 내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기 보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찬 과실을 얻으려면 위태롭지 않은(不殆) 자산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서 장기적으로 복리 수익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연금 투자에서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김경록 옵투스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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