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환호에 묻혔다, 코스닥의 탄식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자가 떠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코스닥을 떠받쳐온 개인이 코스피로 눈을 돌리면서 시장 활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 우량 기업마저 코스피로 옮기려 하자, 코스닥협회는 13일 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와 공동 호소문을 내고 “코스닥 우량 기업이 시장에 잔류해 혁신 생태계와 시장 신뢰를 함께 지켜나갈 것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자 나온 반응이다. 협회는 “코스닥은 단순한 자금 조달 시장이 아니라, 혁신·벤처기업이 도약하는 플랫폼”이라며 “우량 기업의 이탈은 시장의 투자 매력도와 신뢰 기반을 약화시키고, 혁신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금까지 총 59개사가 코스닥을 떠나 코스피로 자리를 옮겼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중 셀트리온·네이버·포스코퓨처엠·카카오·기업은행·키움증권·이수페타시스·엘앤에프·LG유플러스(시가총액 순)는 코스닥 출신이다.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165조9098억원으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25%에 달한다.
코스닥 알짜 기업의 반복되는 코스피 이전 상장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 주요인으로 지목돼왔다. 금융당국도 이를 막기 위해 코스닥을 2개 리그로 나누는 ‘승강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1부에는 우량 기업을 배치하고 2부에는 성장 중인 기업을 배치해 코스닥 내에서도 차별화된 시장 가치를 부여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코스닥에 남을 유인이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면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만 코스닥에 있을 때보다 10배가량 커지는 것으로 안다”며 “이전 상장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주주들의 요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느 시장에 상장할 것인지는 기업과 주주가 결정할 일”이라며 “코스닥을 근본적으로 활성화하려면 정책 효과보다 기업의 기술력과 영업이익을 높여 전체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도 코스닥에서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코스닥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코스닥 150’을 25거래일 연속으로 팔았다. 최근 한 달간 순매도액만 7524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같은 기간 코스피 추종 상품인 ‘KODEX 200’는 4488억원어치 사들였다. 코스피의 질주에 상대적으로 코스닥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63% 오른 7844.01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썼다. 그러나 코스닥 지수는 0.2% 내린 1176.93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2004년 기준지수를 1000으로 조정한 후 20여년째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이날까지 86.13% 상승했지만, 코스닥 지수는 27.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수익률 격차가 3배 넘는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반등할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용대인 IBK투자증권 리서치부문장은 “코스닥에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과 미래 산업의 먹거리인 바이오, 2차전지 등 기업이 포진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본격화될 정부의 정책이 관심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 관련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했다.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상향 ▶동전주 요건 신설과 우회방지 조치 ▶공시 위반 기준 강화 ▶반기 자본잠식 요건 신설 등이 핵심이다. 동전주는 종가 기준 주가가 1000원 아래에서 일정 기간 지속되는 저가 종목을 뜻한다. 동전주와 공시 위반 요건 강화는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장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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