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아들 누굽니까” 이름 보일라 점퍼도 뒤집었다…유세판 촌극

류효림 2026. 5. 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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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위)과 지난 10일 국민의힘 박민식 부산 북갑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뉴스1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국민의힘 박민식 부산 북갑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마이크를 들고 “북구의 아들 누굽니까”라고 소리쳤다. 3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 개소식에서도 “대구의 경제를 책임질 후보가 누굽니까”라고 외쳤다.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의 클라이맥스에서 후보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참석자들이 연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59조에 따르면 예비후보가 아닌 사람이 선거운동 기간(5월 21일~6월 2일)을 제외한 시기에 마이크를 잡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하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예 마이크를 내려놨다. 지난 2일 민주당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 개소식에선 육성으로 “오 후보는 민주당의 아픈 손가락이다. 민주당 승리의 깃발을 경북에 꽂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개소식에서도 마이크 대신 육성으로 후보 이름을 외쳤다. 공직선거법 59조 4호(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따라 마이크 등 확성장치를 쓰지 않는다면 선거기간이 아니라도 지지 연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모호한 선거법에 여야 지도부와 후보들이 대응법을 골몰하고 있다. 특히 선거법에 따라 공식선거 운동 기간 전, 예비후보 등록 이후의 해도 되는 일과 하면 안 되는 일을 완벽히 숙지하기란 쉽지 않다. 선거운동은 원칙적으로 선거운동기간 13일 동안만 허용되는데, 선거법에는 예외적으로 예비후보(광역단체장 선거는 최대 120일, 지방의회 의원 및 기초단체장 선거는 90일)가 할 수 있는 선거운동과, ‘선거운동’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허용되는 행위들의 경계선이 그려져 있다.

이 선을 실수로라도 넘으면 당선되더라도 직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을 장시간 겪어야 한다. 선거기간 외에 허용되지 않은 선거운동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선거기간이라도 허용되지 않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인지 아닌지 모호한 경우가 많아 일단 행동을 삼가고, 최대한 몸을 사린다”고 했다. 개소식 등에 사용하는 각종 연설문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미리 자문받는 건 당연하다. 한 부산 지역 캠프 관계자는 “개소식 등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발언은 사실상 대본처럼 협의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지난 1일 홍성전통시장을 찾은 정청래 대표와 박수현 충남지사 후보 뒤로 홍성군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파란 점퍼를 뒤집어 입고 있다. 연합뉴스

송 원내대표는 후보 개소식마다 “이건 선거법상 안 되는데”란 말을 버릇처럼 한다. 민주당도 ‘몸조심’ 모드인 건 매한가지다. 박수현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와 손세희 홍성군수 후보는 지난 1일 충남 홍성전통시장 앞에서 유세할 때 각자의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었다. 다만 동행한 홍성군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은 점퍼를 뒤집어 이름을 보이지 않게 했다. 예비후보 기간 이름과 정당명 등이 적힌 점퍼는 후보자 본인만 입을 수 있는데, 후보자 본인들끼리도 5명 이상이 무리지어 다니면 안 되기 때문이다. (105조)

각 당의 후보들은 팻말을 땅에 두지 않고 목에 걸고 다니는 ‘인간 현수막’도 자처한다. 팻말을 들고 다니는 건 괜찮지만, 신체 접촉 없이 땅에 내려놓으면 금지된 ‘시설물’(90조)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관위 측은 “식사할 때도 의도적으로 홍보 문구가 보이게 팻말 등을 바닥에 둔다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다.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한동훈 후보가 지난 9일 부산 북구 구포시장 옆 소공원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송봉근 객원기자

예비후보자도 91조에 따라 기자회견 등에서만 제한적으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나를 뽑아달라” 등 직접적인 발언을 통해 선거운동할 순 없다. 다만 기준은 모호하다. 부산 북갑에 출마하는 무소속 한동훈 후보는 지난 9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잡고 “6월 3일 승리한다면”을 외쳤다가 시민단체 부산촛불행동으로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한 후보는 해당 발언은 선거법에 저촉될 수준의 지지 요청 발언이 아니라 기자회견에서 통상 나올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이란 입장이다. 선관위 측은 “한 후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확답할 수 없지만, 해당 기자회견에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다수 들어와 발언의 경위, 계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선거법을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 JR의 이상영 변호사는 “한국의 선거법 금지 조항이 너무 많고, 선거운동 기간도 너무 짧다. 그에 비해 미국은 선거운동 기간 규정 자체가 없을 정도로 자유롭다”며 “과거 금권·관권선거 횡행했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 선거운동 기간과 방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3일 개소식에서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류효림·오소영기자ryu.hyo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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