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노동자인 나, '삼성전자 파업'에 돌을 던지고 싶지 않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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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앞에서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주최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 - 4.23 투쟁결의대회가 열렸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5월 21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7만 4000여 명으로 삼성전자 첫 과반노조이다. |
| ⓒ 권우성 |
그런데 나는 그 감정을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면 나 역시 삼성 노조 파업의 인상만 가지고 독설을 내뱉는 사람 중 하나가 됐을 것이다. 멀리 있는 노동자의 요구를 조금 더 들여다보려는 노력, 내 처지의 분노를 다른 노동자에게 돌리지 않으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결국 같은 편을 향해 돌을 던지게 된다.
나는 배달라이더다. 라이더유니온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오늘도 도로 위에서 콜을 받는다. 2023년, 독립 노조였던 라이더유니온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입을 결정하는 찬반 총투표를 진행할 때도 가입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들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거기 귀족노조 아니냐."
현장에서 동료 라이더들을 만나 노조 이야기를 꺼낼 때도 비슷한 반응은 낯설지 않았다. "노조는 간부만 배부른 곳 아니냐",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말들이었다. 이른바 '귀족노조'라는 사회적 통념은 배달 현장에도 다른 얼굴로 스며들어 있었다. 2023년 당시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말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귀족일 수는 있어도, 일하는 사람이 귀족일 수는 없습니다." 그 말이 아직 남아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도심지 길거리 위는 멀다. 처우도, 교섭력도, 사회적 가시성도 다르다. 그럼에도 나는 이 글을 쓰기로 했다. 이 싸움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이 싸움을 남의 일로 여기도록 훈련된 이 사회의 문법 자체를 문제 삼고 싶기 때문이다.
대기업 삼성 노동자부터 길거리 플랫폼 배달노동자까지. 너무 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같은 노동의 이야기다. 조금 더 처우가 낫든, 더 열악하든, 일하는 사람이 자기 몫을 요구할 권리는 서로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가장 먼 곳에 있는 노동자가 먼저 손을 내밀 때, 이 논쟁은 한 사업장의 성과급 문제를 넘어 노동운동 전체의 질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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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윤철 부총리 SNS 캡처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발언 이미지 |
| ⓒ 구윤철 부총리 SNS 갈무리 |
삼성전자 사측은 이렇게 입장을 냈다. "노조의 이런 결정은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그리고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입니다." 노동자가 교섭하는 행위 자체가, 국민에게 불안을 끼치는 일이 됐다.
주류 언론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고임금 노동자의 이기주의", "경제위기 속 무책임한 요구".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을 때는 "셔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칭찬하던 언론이, 삼성 노동자가 유사한 요구를 하자 "국민경제가 흔들린다"고 했다. "45조 원을 요구한다"는 헤드라인도 쏟아졌다.
그러나 노조 요구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 300조 원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하라는 것이다. 300조 원이 실현됐을 때의 45조 원이다. 그 전제는 기사에서 쉽게 지워졌다. 삼성의 설비투자와 주주 배당을 모두 치르고도 막대한 이익이 남는 구조에서, 성과기여금 요구가 곧바로 경영을 해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 서사가 반복되는가.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는 순간, 이 사회에 작동하는 무언가가 있다. 적대의 문법이다. 칭찬받던 이야기가 삼성 노동자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그것은 탐욕이 된다. 협상이 아니라 위협이 된다. 국민경제를 인질로 잡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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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달 플랫폼 일방적 단가 삭감 타임라인 2024년 이후 반복된 배달 운임 삭감 과정을 설명한 자료 |
| ⓒ 라이더유니온 |
단가가 낮아질수록 이전 수입을 유지하려면 더 길게, 더 많이 달려야 한다. 한 동료 조합원이 말했다. 단가 삭감 전에는 배달을 마치고 아이와 저녁을 함께하는 시간이 당연했는데, 이제 그 시간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하루 평균 10시간, 주 6일을 달려도 환산 시급이 최저임금에 못 미친다는 게 2023년 실태조사의 결론이었다.
배달노동자가 운임 인상을 요구하면 돌아오는 말이 있다.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 그러나 이것은 구조를 숨기는 말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소비자 가격을 올리라는 것이 아니다. 배달 플랫폼이 라이더와 자영업자 양쪽에서 과도하게 가져가는 중개수수료를 줄이고, 그 몫을 현장의 배달노동자와 자영업자에게 돌려달라는 것이다. 소비자와 라이더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플랫폼이 독식하는 구조의 문제다. 그 구조는 말해지지 않는다. "소비자 부담"이라는 말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래서 라이더유니온은 단순히 "기본배달료를 올려라"는 직관적 언어만으로 싸우지 않았다. 안전운임을 말했다. 건당 최저임금을 말했다. 시민과 도로 안전을 말했다. 낮은 단가가 과속을 만들고, 장시간 노동을 만들고, 무리한 운행을 만들기 때문이다. 임금은 노동자 주머니의 문제이기 이전에 시민의 안전과 연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배달노동자의 요구가 곧장 소비자 부담으로 몰리는 사회에서, 우리는 노동의 언어를 안전의 언어로 번역해야 했다.
노동자가 성과 배분을 요구하면 국민경제가 흔들린다고 한다. AI 초과이익을 시민과 나누자는 질문을 꺼내면 시장이 흔들린다고 한다. 배달노동자가 기본배달료를 말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은 늘 주가와 기업뿐인가. 노동자의 삶과 시민의 안전은 왜 늘 나중인가.
배달 현장에도 성과급은 있다, 다만 교섭할 수 없다
삼성 노동자들은 성과급의 상한과 기준을 문제 삼는다. 배달노동자에게도 성과급은 있다. 다만 이름이 다르다. 피크 할증, 미션, 프로모션, 수락률 보상, 배차 우대가 그것이다. 그러나 배달노동자는 그 기준을 교섭하지 못한다. 오늘 있던 미션은 내일 사라지고, 단가는 바뀌고, 배차 기준은 설명되지 않는다. 항의해도 돌아오는 것은 "시스템 변경"이라는 통보 뿐이다.
한쪽은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하고, 다른 한쪽은 배달료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요구한다. 업종은 다르지만 질문은 같다. 성과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성과의 몫은 누가 가져가는가. 위험과 비용은 왜 늘 노동자에게 돌아가는가.
파이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노조 요구라고 다 옳은 것이 아니다. 성과급 상한제를 폐지하면 비정규직과 하청의 처우 개선은 꽝이다." 이런 말도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성과 배분이 대기업 정규직만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삼성 노조의 요구가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협력업체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피해서는 안 될 비판이다. 노동운동이라면 자기 사업장의 성과를 넘어, 그 성과를 가능하게 한 더 넓은 노동의 그물망을 봐야 한다.
삼성의 반도체 성과는 삼성 정규직 노동자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협력업체 노동자, 하청노동자, 물류와 유지보수, 청소와 보안, 지역사회, 국가의 산업정책과 세제지원, 수많은 사회적 인프라 위에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성과급 요구가 정당하다고 말하는 것과 별개로, 그 성과를 어떻게 아래로, 바깥으로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 있는 답도 함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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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용노동부 보도설명자료 고 서광석 열사 사고 당일,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보도설명자료. 노동부는 해당 사안을 원·하청 교섭 문제가 아니라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하여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설명했다. 일할 때는 노동자처럼 책임을 지우면서, 권리를 요구할 때는 자영업자로 분류하는 이중기준이 드러난 대목이다. |
| ⓒ 고용노동부 제공 |
오늘 삼성 노조에 붙은 낙인은, 내일 배달 현장으로 온다
극과 극에 있다는 건 안다. 삼성전자 노동자와 도로 위 배달노동자는 처우도, 교섭력도, 사회적 가시성도 다르다. 박탈감을 느끼는 동료 라이더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배달라이더 커뮤니티에는 이병철·이건희에 대한 존경, "강성노조 너무 많다"는 말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나 역시 그 정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더 많이 받느냐를 두고 서로를 끌어내리는 일이 아니라, 노동자의 요구가 왜 늘 적대의 언어로 번역되는지 묻는 일이다.
가장 차별받는 현장에 있는 배달노동자가 삼성 노동자의 요구에 박탈감과 냉소 대신 연대의 손을 내미는 이유는 단순하다. 오늘 삼성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가 "국민경제 불안"으로 낙인찍히면, 내일 배달노동자의 안전운임 요구도 더 쉽게 "소비자 부담"으로 몰린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교섭 요구도 더 빠르게 "악성 민원"으로 격하된다. 노동자의 요구를 서로 깎아내리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자기 몫을 말할 수 없다.
적대의 문법은 사업장을 가리지 않는다. 삼성 반도체 공장이든, 도심지 길거리 위든, 그 문법의 작동 방식은 같다. 노동자가 요구하는 순간 먼저 그것을 탐욕으로, 위협으로, 국가적 위기로 프레임 짜는 것. 그리고 그 프레임에 노동자 스스로가 동의하도록 만드는 것.
공장에서 밤을 새우는 노동자도, 길 위에서 비를 맞는 배달노동자도, 자기 노동의 몫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하향평준화가 아니다. 성과와 안전과 존엄을 아래로, 바깥으로, 더 넓게 확장하는 일이다. 삼성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가 삼성 안에만 갇히지 않고, 하청노동자의 원청 책임,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교섭권, 이주노동자의 권리, 배달노동자의 안전운임과 건당 최저임금으로 이어질 때 이 논쟁은 비로소 노동운동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일하지 않는 사람이 귀족일 수는 있어도, 일하는 사람이 귀족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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