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MRI 퓨전바이옵시, 어디까지 필요할까”… 전립선암 진단 시장의 고민 [36년 비뇨의학과 박사가 알려주는 전국민 비뇨기질환 솔루션]

헬스조선 편집팀 2026. 5. 1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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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비뇨의학과의원 윤철용 대표원장

전립선암 진단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상승하면 대학병원 중심으로 조직검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1차 의료기관에서도 전립선 조직검사가 활발히 시행되고 있으며, MRI 장비를 직접 도입해 ‘MRI 퓨전 바이옵시(Fusion Biopsy)’를 시행하는 사례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MRI 퓨전바이옵시는 MRI에서 의심 병변을 확인한 뒤 초음파 영상과 결합해 목표 부위를 정밀하게 조직검사하는 방식으로, 일부 연구에서는 고위험 전립선암 발견율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 기존 무작위 조직검사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의미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최근 일부 1차 의료기관에서 이 검사가 활용되는 방식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한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더 정밀한 검사”, “암을 놓치지 않는 최신 검사” 등으로 강조하며 고가 비급여 검사로 연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비싼 검사가 더 정확하고 안전한 검사”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실제 의료 현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환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MRI 퓨전바이옵시 역시 결국 ‘확률 기반 검사’라는 점이다. MRI가 있다고 해서 모든 암을 100% 찾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MRI 없이 시행하는 일반 조직검사 역시 집도의의 숙련도와 타깃 설정에 따라 충분히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비뇨의학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PSA 수치 상승만으로 환자의 불안감을 자극하며 MRI 검사와 퓨전바이옵시를 빠르게 연결하는 구조다. PSA는 전립선암뿐 아니라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일시적인 염증 반응만으로도 충분히 상승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는 단순 PSA 상승만으로 곧바로 조직검사나 고가 검사를 진행하기보다 PSA 변화 추이와 MRI 소견, 환자 연령,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일정 기간 경과를 관찰하는 접근이 보편화돼 있다.

전립선암은 대표적인 ‘과잉진단(overdiagnosis)’ 논란이 존재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초기 저위험 전립선암 상당수가 즉각적인 수술 대신 ‘적극적 관찰(Active Surveillance)’ 대상으로 관리된다. 모든 암이 곧바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임상적 판단 때문이다.

의료계가 또 하나 우려하는 부분은 국내 의료 전달체계의 혼선이다. 원칙적으로 1차 의료기관은 초기 진료와 추적 관찰, 기본 검사와 관리 역할을 담당하고, 대학병원 같은 3차 의료기관은 고난도 수술과 방사선치료, 중증 암 치료를 맡는다.

실제 대학병원에서는 전립선암 수술·방사선치료 계획을 세울 때 MRI 판독이 치료 전략과 직접 연결된다. 특히 로봇수술과 방사선치료에서는 병변 위치와 주변 조직 침범 여부 등을 포함한 정교한 영상 판독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 환자들은 1차 의료기관에서 이미 MRI와 퓨전바이옵시를 시행했음에도 대학병원 치료 단계에서 다시 MRI 검사를 받는 경우가 발생한다. 대학병원 치료 기준에 맞는 재판독이나 추가 촬영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는 “이미 검사를 했는데 왜 다시 찍어야 하느냐”는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1차 의료기관의 역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실제 외래 대기 기간이나 접근성 측면에서는 대학병원보다 빠른 진료와 신속한 추적 관찰이 가능한 장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신속한 접근성과 최종 치료 단계의 정확성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적 관찰 단계의 역할과 실제 암 치료를 위한 대학병원 수준의 영상 판독 체계는 서로 다른 영역이라는 의미다.

환자 부담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적인 전립선 조직검사는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한 반면, MRI 촬영과 퓨전바이옵시를 결합한 비급여 검사로 진행될 경우 환자 부담이 크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실제 검사 건수나 ‘케이스 수’를 적극 홍보하거나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일부 1차 의료기관의 MRI 퓨전바이옵시 비용이 오히려 대학병원보다 높게 형성되는 사례 역시 의료 전달체계 측면에서 다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최근 보험업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손보험 적용이 가능한 MRI 검사와 비급여 퓨전바이옵시가 결합되면서 의료 이용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의학적 필요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가 검사가 반복될 경우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MRI 퓨전바이옵시는 분명 의미 있는 진단 기술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절대적 검사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최신 장비를 사용했느냐가 아니라,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검사를 적절한 시점에 시행했느냐는 점이다.

전립선암은 조직검사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수술·방사선치료·추적 관찰까지 이어지는 질환이다. 진단 과정 역시 최종 치료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전립선암 진단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중요해지는 것은 단순한 검사 장비 경쟁이 아니다. 의료는 결국 ‘얼마나 많은 검사를 했는가’가 아니라,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검사를 얼마나 신중하게 선택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기고자: 칸비뇨의학과 윤철용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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