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토마토 파스타, 이 생선 넣으면 완전 달라집니다

김선아 2026. 5. 1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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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예능 '최강로드 식포일러'가 불러온 저녁 메뉴... 앤초비로 맛의 깊이를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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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아 기자]

 앤초비 방울토마토 스파게티
ⓒ 김선아
요즘 TV에서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에 출연했던 '히든 백수저' 최강록 셰프와 김도윤 셰프가 출연하는 프로그램 SBS <최강로드 식포일러>가 방영 중이다. 오후 9시, 요리를 좋아하는 나는 하루를 마치고 쉬는 시간, 자연스럽게 본방 사수를 하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리스에서 알게 된 앤초비의 맛

두 셰프의 조합은 생각보다 더 재미있다. 조용한 내향형인 최강록 셰프는 툭툭 던지는 말로 웃음을 만들고, <흑백요리사2> 에서 광속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던 김도윤 셰프는 어디서든 '숙성'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 그의 열정을 좀처럼 받아주지 않는 데프콘과의 티키타카는 보는 내내 절로 킥킥 대게 만들었다.

1화에서는 돼지고기 카레가 나왔는데, 의외의 재료가 등장했다. 바로 망고 처트니(과일과 설탕, 식초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료를 섞어 익힌 것)였다. 최강록 셰프는 이 재료가 맛을 끌어올리는 '킥'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 수육을 삶을 때 아이가 먹다 남긴 딸기잼을 아까워서 넣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고기 맛이 확연히 달라졌었다. 아마 비슷한 원리일 것이다. 나는 머릿속 '카레+망고 처트니'를 저장해두며, 언젠가는 꼭 해 먹겠다고 다짐했다.

2화는 김도윤 셰프의 숙성 요리가 펼쳐지는 날이었다. 돼지고기 요리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장 눈길을 끈 건 멜젓과 앤초비를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 멜젓은 요즘 삼겹살 집에서도 자주 나와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앤초비를 직접 만든다는 건 꽤 새롭게 느껴졌을까? 생각해 보니 앤초비도 따지면 서양 젓갈인데 말이다. 우리네 젓갈은 교양 프로그램에서 워낙 자주 접해 친숙했지만, 앤초비는 그만큼 가깝게 느끼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실 난 앤초비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일 파스타 자체를 즐기지 않았다. 그런데 예전에 그리스에서 먹었던 앤초비 샐러드가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짭조름한앤초비와 올리브의 조합이 놀라울 만큼 맛있었다. 그 뒤로 한동안 앤초비를 찾아 먹었고,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는 새우젓처럼 냉장고에 늘 떨어지지 않는 재료가 됐다.

'앤초비(Anchovy)'는 청어목 멸칫과에 속하는 5~15cm 크기의 작은 바닷물고기로, 한국의 멸치와 가까운 종류지만 주로 소금에 절여 숙성한 뒤 오일에 담가 유통되는 서양식 가공 식품이다. 지중해와 스페인, 이탈리아산 제품이 유명하며, 단백질, 오메가3, 지방산, 칼슘, 비타민D가 풍부하다고 한다. 다만 나트륨 함량이 높아 과다 섭취는 주의가 필요하다.

혼자 그대로 먹기엔 짠 맛이 강하지만, 소량만 넣어도 국물과 소스의 맛이 확 깊어지는 천연 'MSG' 역할을 한다. 우리의 젓갈과 닮았다. 한국식으로는 마늘, 고추와 함께 볶아 술안주로 즐기거나, 김밥이나 볶음밥의 감칠맛을 더하는 데 써도 좋다.

맛의 무게감을 바꾸다
 앤초비
ⓒ 김선아
오일 파스타에 넣는 것이 가장 익숙하지만, 토마토와 만났을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상큼한 토마토 소스에 앤초비가 더해지면 맛의 깊이가 완전히 달라진다. 마치 김치찌개와 김치찜의 차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같은 재료인데 농도와 풍미가 훨씬 진해진다.

방송을 보고 나니 갑자기 앤초비가 먹고 싶어졌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시장 떨이로 사온 방울토마토 네 팩이 있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라 당장 요리할 수는 없었지만, 다음 날 저녁 메뉴는 이미 정해졌다. 앤초비 방울토마토 스파게티와 화이트와인.

다음 날 저녁,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마늘로 향을 냈다. 잘게 다진 앤초비를 넣자 꼬릿하면서도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여기에 반으로 자른 방울토마토를 한가득 넣었다. 지글지글 끓는 소리만으로도 이미 성공한 기분이었다.
▲ 앤초비 방울토마토 스파게티/ 방울토마토를 가득 넣어 익히는 모습
ⓒ 김선아
뚜껑을 덮고 익히자 토마토에서 즙이 터져 나오며 팬 안이 붉은 소스로 가득 찼다. 조금 더 맛있게 먹고 싶어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냈다. 그런데 방울토마토는 크기가 작아 생각보다 꽤 노동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이번 요리에서 가장 손이 많이 갔다. 삶아둔 스파게티면을 넣고 면수 한 국자를 더해 팬을 흔들며 섞었다. 생 바질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없으니 마른 바질가루와 버터 한 조각으로 마무리했다. 붉게 윤이 나는 소스를 보고 있자니 괜히 뿌듯해졌다.

그릇에 담고, 방울토마토 몇 알과 파마산 치즈 가루, 루콜라를 살짝 올려 완성했다. 한 입 먹으니 깊고 풍부한 토마토 맛이 먼저 느껴졌다. 앤초비는 눈에 보이지 않게 소스에 녹아들었지만, 맛의 무게감은 분명히 달랐다. 단순히 상큼한 토마토 파스타가 아니라, 오래 끓인 듯 깊고 진한 맛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김치찌개보다 김치찜에 가까운 맛. 소스가 넉넉하게 남아 냉동실에서 꺼낸 빵을 바삭하게 구워 와인과 곁들이니, 평범한 저녁이 꽤 근사한 식사가 됐다.

앤초비는 집에서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재료일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활용도가 높고, 한 통 사두면 꽤 오래 쓸 수 있다. 젓갈을 쓰듯 서양 요리에 조금만 넣어도 맛의 깊이가 달라진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앤초비를 이제 냉장고 속 든든한 감칠맛 재료로 들여보는 건 어떨까.
▲ 앤초비 방울토마토 스파게티 토마토가 잘 익어 소스가 되어간다
ⓒ 김선아
[앤초비 방울토마토 스파게티]

▶ 재료
방울토마토 1팩, 스파게티면 3인분, 앤초비 4~5개, 다진 마늘, 바질가루, 올리브유, 버터, 소금, 후추, 파마산 치즈

▶ 만드는 법
① 스파게티면은 알단테로 삶아두고, 면수는 따로 덜어 준비한다.
② 방울 토마토는 깨끗이 씻어 반으로 갈라 준비한다.
③ 넓은 팬에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 뒤 다진 마늘과 앤초비를 넣어 볶아 향을 낸 후, 방울토마토를 모두 넣어 익힌다.
④ 뚜껑을 덮고 잠시 익힌 뒤 토마토가 부드러워지면 껍질을 제거한다.
⑤ 익은 토마토를 가볍게 으깨고 바질 가루를 넣어 풍미를 더한다.
⑥ 삶아둔 스파게티면과 면수를 넣어 농도를 조절한 뒤 버터 한 조각을 넣어 풍미를 더한다.
⑦ 완성된 파스타를 그릇에 담고 파마산 치즈와 후추를 뿌린다. 기호에 따라 방울토마토, 바질, 루콜라 등을 잘게 썰어 올린다.
 엔초비 방울토마토 스파게티
ⓒ 김선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스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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