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도 AI가 해주면" 중학생들 농담, 웃고 넘길 일 아닙니다

송민규 2026. 5. 1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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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글쓰기] 읽는 시간이 있어야 생각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면 언어도 생긴다

'AI 시대의 글쓰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민기자들의 경험을 통해 나의 성장을 돕는 인공지능 활용 기준을 모색해 봅니다. <편집자말>

[송민규 기자]

"선생님, 질문도 AI가 만들어주면 안 돼요?"

왁자지껄하던 과학실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농담 섞인 말에 아이들 몇몇은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그런데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답을 찾는 수고로움을 넘어, 무엇을 궁금해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사유의 고통마저 인공지능에 넘기려 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도 그 한 마디가 자꾸 마음에 남았다.

생각 하기도 전에 결과부터 취하는 아이들

2026년 현재, 교육 현장에서 AI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교실은 이미 바뀌었고 아이들은 그 변화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자, 오늘은 우리 주변의 혼합물을 찾아볼까?"

아이들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있는 날이면, 그 잠시의 생각할 시간은 찰나가 된다. 무엇을 시켜도 3초, 길어야 5초. 아이들의 손가락은 고민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조합하며 '무엇을 찾고 정리할까' 고민하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생성형 AI가 쏟아내는 결과물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풍경이 그 시간을 대신한다. 생각의 근육이 붙기도 전에 결과부터 손에 쥐는 셈이다.

질문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궁금하면 질문했다. 새로운 개념을 배우거나 시험 기간이 되면 질문이 넘쳐 났다. 수업 시간도 모자라 교무실까지 와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질문은 배움의 자연스러운 출발점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기술처럼 다뤄진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AI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해결책을 스스로 만들어가기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도록 '핵심어'를 고르는 데 더 익숙해지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이나 어른들이 주목하는 지점도 자연스럽게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정교한 프롬프트가 곧 좋은 질문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초콜릿을 만드는 수업.
ⓒ 송민규
AI가 아무리 상세히, 알기 쉽게 알려줘도, 초콜릿이 눈앞에서 녹는 장면을 직접 보는 경험을 한 아이들은 분명 다르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현상이 실제로 벌어질 때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진다. 과학 시간에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경험하는 배움은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는 가급적 활동 중심의 융합형 수업을, 손과 몸과 머리를 함께 쓰는 수업을 준비한다.

물론 AI를 활용한 수업도 한다. 팀별로 음성 기반 AI를 활용해 과학 개념을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기도 하고, 머신러닝을 이용해 분자 구조를 판별하는 수업도 진행했다.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아두이노 센서 실험의 코딩 오류를 수정해보는 수업도 해봤다.

인공지능은 확실히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고 학습 도움 측면에서도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과거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탐구를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적절히 활용하면 수업은 더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면의 목소리를 꺼내는 힘, 사고의 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들이 멋진 결과물을 내놓는다고 해서, 그 안에 아이들 생각까지 담았나 하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결과는 점점 정교해지는데, 사고의 과정은 자꾸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를 해결한 것인지, 효율적인 도구를 잘 선택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순간이 교육 현장에서는 제법 많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더 자주 '직접 해보는 배움'의 가치를 떠올린다. 손으로 직접 만져보는 실험이 배움의 '입구'라면, 그 현상과 원리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질문을 만드는 '통로'는 결국 텍스트를 읽고 스스로 사유하는 시간이다. 과학 시간에는 개념을 읽고 이해하고, 외우고 체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마 다른 교과 시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럴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다. 무언가를 찾으라고 하면 생성형 AI 대화창부터 켜거나, 검색을 하더라도 자세히 읽을 필요가 없다. 요약본이 주어지니까. 정보를 접하고 이해를 하기도 전에 정리된 결과가 머리 속에 들어오는 셈이다. 생각이 깊어지기보다 정리된 결과를 빠르게 소비하고 취득하는 데 익숙해진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읽는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의 경험 쌓여야
 과학시간에 읽는 책.
ⓒ 송민규
읽기의 문제로 돌아오게 되는 이유다. 좋은 질문(AI를 잘 쓰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탐구의 힘은 차곡차곡 그리고 천천히 쌓아가는 것이다. 그 바탕에는 읽기가 있다.실제로 교실에서도 느끼는 차이는 분명하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은 질문의 결이 다르다.

그들은 곧바로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맥락을 짚고, 이유를 묻고, 다른 가능성을 떠올린다. 그리고 항상 '왜' 그런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반대로 읽기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질문이 짧고 단편적이다. 대체로 "이게 맞아요?", "정답이 뭐예요?"에 가까워진다.

읽는 경험이 풍부한 아이는 질문을 넓히고, 읽지 않은 아이는 질문을 줄여버린다. 독서가 주는 힘과 경험의 차이는 그 때보다 지금 더 크다.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나 AI 인프라 같은 외형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속을 채울 생각의 힘을 기르는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쓰기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읽지 않으면 쓸 수도 없다. 정확히 말하면 읽지 않으면서 자기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읽는 과정에서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을 붙잡는 시간이 쌓여야 자기 언어가 생긴다. 서툴고 어설픈 첫 생각도 괜찮다고 받아들여지는 경험, 그것이 쓰기의 출발점이다.

AI를 활용하는데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는 맡기고, 어디서부터는 스스로 생각할지에 관한 기준을 정하는 일이다. 빠른 결과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서서 '이건 정말 내 생각인가'를 돌아보는 그 기회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교실의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

아이의 생각이 천천히, 서툴게 자라나는 시간을 견뎌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틀린 답이 아니라 다른 생각이 존재할 수 있고, 완성되지 않은 말도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집중력이 높고 질문의 결이 깊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읽는 시간이 있어야 생각이 자라고, 생각이 자라야 비로소 자기 말을 만들 수 있다.

큰 노력 없이도 AI가 글을 써주는 시대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 아이의 사고는 아이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그 시작은, 어쩌면 다시 책을 펼치는 일인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현직 교사로서 학생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매우 익숙하고 빈번하게 활용하는 모습을 교실에서 직접 보고 있습니다. 필자는 충남융합과학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STEAM 수업, 실생활 융합형 수업, 인공지능 활용 수업을 꾸준히 실천해왔고, 이 글은 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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