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으로 부활한 마이클 잭슨 전성기, 왜 논란의 시기는 외면했나

김상화 2026. 5. 1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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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마이클>

[김상화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1958~2009)이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1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는 한결같다. '팝의 황제(King of Pop)'. 수많은 팝스타가 등장하고 사라지는 대중음악계에서 과연 몇 명이나 '황제'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을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 <Thriller>(최소 6000만 장 이상 판매 추정), 단일 음반 최다 빌보드 1위곡 배출(<Bad>, 총 5곡) 등 그가 남긴 숱한 기록은 이미 '역사' 그 자체다. 화려한 업적과는 상반된 굴곡진 삶을 살았던 슈퍼스타의 이야기가 마침내 영화로 완성됐다.

13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마이클>(안톤 후쿠아 감독)은 음악계 신동으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1960년대 후반 탄생한 형제 그룹 잭슨5(Jackson 5) 시절부터, 황제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던 1988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Bad> 투어 콘서트까지의 전성기를 차례로 스크린에 담아냈다.

신동에서 황제로, 전설의 서막을 열다
 영화 '마이클'
ⓒ 유니버설픽쳐스
영화 <마이클>은 가난한 흑인 가족 잭슨 집안의 이야기부터 출발한다. 스파르타식 훈육으로 자식들을 가르쳐온 무명 음악인 조셉 잭슨의 여러 아들 중 마이클 잭슨의 재능은 유독 특별했다. 굴지의 흑인 음악 전문 레이블 모타운을 통해 잭슨 5로 데뷔했지만, 멤버 중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넘버원 솔로 히트곡('Ben')을 배출한 주인공도 다름 아닌 마이클이었다.

소속사 이적 후 '더 잭슨스(The Jacksons)'로 팀 명이 변경되었고, 이 과정에서 마이클 또한 본격적인 성인 가수로서의 재출발에 돌입했다. 1979년 'Off The Wall'을 시작으로 1982년 'Thriller', 1987년 'Bad'를 거치면서 마이클의 이름은 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이 되었다.

<마이클>이 관통하는 일련의 과정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유명 인사의 보편적인 성공담을 다루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자칫 평범한 전기 영화에 그칠 뻔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건 결국 마이클 잭슨이라는 특별한 존재, 그리고 그가 남긴 명곡의 힘이다.

1980년대 팝의 황금기, 스크린으로 부활한 '문워크'
 영화 '마이클'
ⓒ 유나버설픽쳐스
특히 영화는 팝 음악 역사상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그의 전성기 1980년대를 정교하게 복원한다. 독특한 백스텝 안무로 마이클 잭슨 신화의 서막을 연 모타운 창립 25주년 공연 속 '문워크' 댄스, 흑인 음악인을 외면했던 MTV가 'Billie Jean' 뮤직비디오를 방영하게 된 비화, 웬만한 공포영화를 뛰어넘는 완성도를 자랑했던 'Thriller'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 등 다양한 일화가 빼곡하게 펼쳐진다.

마이클 잭슨의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어린 음악팬들도 흥겹게 장단을 맞추게 만드는 마성의 음악 'Billie Jean'을 비롯해서 'Beat It'의 통쾌한 기타 솔로 연주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순간, 극장은 30여 년 전 마이클의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그가 남긴 수많은 명곡은 주연을 맡은 친조카 자파 잭슨(마이클의 친형이자 인기 가수 저메인 잭슨의 아들)의 열연을 통해 새롭게 생명력을 얻는다. 단순히 닮은 외모뿐만 아니라 삼촌의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한 탄력 넘치는 춤 동작에 힘입어, 잠시나마 마이클이 부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다. 자파의 활약 덕분에 자칫 평범할 뻔했던 영화 <마이클>은 꼭 봐야 할 작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아쉬움 남는 전기 영화로서의 깊이
 영화 '마이클'
ⓒ 유니버설픽쳐스
반면 <마이클>의 한계 역시 분명하다. 전기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간 내면의 복합성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보다는 화려한 업적과 무대 재현에만 집중한다. 아버지 조셉과의 갈등 정도만 다룰 뿐, 1990년대 이후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아동 성추행 의혹 등 논란의 시간들은 사실상 외면한다.

1991년 정규 8집 <Dangerous>와 1995년 베스트 앨범 <HIStory> 시기가 통째로 배제된 채 영화가 1988년 웸블리 콘서트에서 황급히 마무리되는 점 역시 이러한 선택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는 계속된다(The Story Continues)"라는 엔딩 자막으로 속편 가능성을 암시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이클>은 '팝의 황제'가 걸어온 거대한 발자취 중 가장 찬란했던 순간에만 집중한 작품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마이클 잭슨의 일생을 함께 따라온 입장에서 바라본 <마이클>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전기영화'로서는 분명 미완에 가깝지만, '음악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만족감을 선사하는 양 극단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비록 해외 비평가들의 혹평을 피하지 못했지만 미국 및 세계 시장에서 <마이클>은 벌써 5억 8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입을 달성할 만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상을 떠난 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과 존재감이 여전히 전 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음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러닝타임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

추신: 영화 개봉과 함께 발매된 OST 음반에는 13곡만 수록되었다. 마이클 잭슨 및 잭슨5(더 잭슨스)가 남긴 명곡들을 모두 아우르기엔 상당히 빈약한 분량이 아닐 수 없다. 영화 감상 후 그의 음악을 다시 듣기로 마음 먹은 관객이 있다면 차라리 2005년 발매된 2장 짜리 히트곡 모음집 <The Essential Michael Jackson>를 선택하길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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