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포기하고 간 군대, '영웅 홈런' 보고 다시 배트를 잡았다 "영웅이는 제게 영웅이죠" [IS 인터뷰]

윤승재 2026. 5. 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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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삼성 김상준. 잠실=윤승재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영웅, 물금고의 영웅이요? (김)영웅이는 제게도 영웅입니다."

군대 생활관에서 별 생각 없이 야구를 보던 김상준(24)의 눈에 익숙한 얼굴의 선수가 들어왔다. 물금고 시절 룸메이트이자 1년 후배였던 김영웅(23)이었다.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1군 데뷔전을 치른 김영웅은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박진만 감독대행에게 눈도장을 찍은 것은 물론, 이를 지켜보던 김상준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후배의 수훈선수 인터뷰까지 지켜보며 생각이 많아진 그는 결국 다시 배트를 잡기로 결심했다.

김상준은 굴곡진 야구 인생을 보냈다. 물금고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고, 대학(구미대)에 진학했지만 선수단이 9명에 불과한 열악한 여건 탓에 입학 2개월 만에 야구를 그만뒀다. 이후 다른 진로를 모색하며 통신병으로 군에 입대해 야구와 완전히 단절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전역을 6개월 남긴 시점에서 우연히 본 고교 후배의 프로 데뷔전을 통해 다시 용기를 냈다.

"항상 같이 밥을 먹고 연습하며 게임을 하던 친구가 1군 데뷔 후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가 생겼다"는 김상준은 전역 후 모교 감독에게 연락해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대학(동원과학기술대)에서 다시 도전한 신인 드래프트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셔야 했으나, 이후 삼성으로부터 육성선수 입단 제의를 받고 꿈에 그리던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김영웅의 물금고 시절(오른쪽). 삼성 제공

김상준은 "영웅이가 있는 팀이라 제의가 더 반가웠다. 평소에도 영웅이와 연락을 계속 하고 있었는데, 내가 삼성에 입단한다고 하니까 처음엔 믿지 않으면서도 기뻐하더라. '이제 진짜 야구만 하면 되겠다'라며 응원도 해줬다"고 회상했다. 김영웅은 육성선수 신분으로 장비 마련에 금전적 부담이 클 고교 선배를 위해, 배트와 선글라스 등 야구 장비를 흔쾌히 지원해 주었다는 후문이다. 김상준은 "영웅이가 졸업 후에도 매년 모교(물금고)를 찾아 기부를 하고 후배들에게 동기부여를 심어주지 않나. 영웅이는 내게도 그랬다. 영웅이는 내게도 진정한 영웅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에 입단한 그는 퓨처스(2군)리그에서 뛰며 성장을 거듭한 뒤, 올해 5월 정식 선수 전환과 함께 3일 1군 데뷔전까지 치렀다. 당시 경기 도중 갑자기 대수비로 투입됐음에도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인 그는 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데뷔 첫 타석을 소화해 첫 안타까지 만들어냈다. 4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잘 맞은 타구가 세 개나 될 정도로 타격에서도 재능을 보였다.

삼성 김상준. 삼성 제공

두 자릿수 등번호를 배정받고 비로소 정식 선수가 되었음을 실감했다는 그는 1군 무대에서 살아남아 언젠가 고교 후배 김영웅과 같은 그라운드 위에 설 날을 기대하고 있다. 유격수 이재현이라는 높은 벽이 있지만, 묵묵히 기량을 갈고닦아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김상준은 "영웅이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2군에 있고, 내가 1군에 있는 지금의 상황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영웅이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곧 올라갈 테니 같이 뛰자고 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나 스스로 실력을 증명해야 기회가 계속 올 것이다. 더 열심히 땀 흘리며 뛰겠다"고 다짐했다.

잠실=윤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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