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운영이 경쟁력”…카카오모빌리티, ‘로봇 지휘자’ 노린다 [현장+]
호텔 가동률 8배·룸서비스 매출 3배 성과

“과거 로봇 산업은 더 정교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 시장의 화두는 도입된 다수의 로봇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있다.”
강은규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사업플랫폼 리더는 12일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열린 기자 대상 미디어 스터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스터디는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플랫폼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로봇 사업의 무게중심을 ‘제조’가 아닌 다양한 로봇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운영하는 ‘플랫폼’에 두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로봇 하드웨어 간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지금, 진짜 경쟁력은 로봇을 얼마나 잘 ‘쓰느냐’에 달렸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로봇 산업의 경쟁축이 ‘더 정교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에서 ‘여러 로봇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빙 로봇, 배송 로봇, 청소 로봇, 무인 지게차, 휴머노이드 등 다양한 로봇이 한 공간에서 함께 움직이려면 개별 기기의 성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강 리더는 이런 상황을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에 빗댔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도 지휘자 없이는 소음에 그칠 뿐이듯, 로봇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로봇이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보안문을 통과하고, 장애 상황에 대응하고, 사람과 업무 상태를 공유하려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호텔 가동률 8배·매출 3배…수치로 증명된 성과
실제 현장에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24년 자율주행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와 손잡고 국내 주요 호텔에 로봇 배송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신라스테이 서초점의 경우 플랫폼 도입 이후 일평균 로봇 가동률이 초기 대비 약 8배 뛰었고, QR코드 기반 주문 시스템을 함께 적용한 뒤 룸서비스 판매 매출은 약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는 특정 시간대에 고객이 직접 픽업해야 했던 음료 서비스를 로봇 배달로 전환하면서 이용 편의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직원들의 단순 반복 업무도 줄어 고객 응대 같은 고부가가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10곳 이상의 호텔과 다수 병원에서 관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T 배차 기술, 로봇 현장에 이식
카카오모빌리티가 내세우는 또 다른 강점은 ‘카카오T’를 통해 오랫동안 쌓아온 AI 배차 기술이다. 택시 호출 시 위치·예상 도착 시간 등을 종합해 최적의 차량을 배정하는 방식을 그대로 로봇 현장에 적용한다. 서비스 요청이 들어오면 배터리 잔량, 현재 위치, 진행 중인 작업량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로봇을 자동으로 골라 배정하는 구조다.
아울러 로봇이 배달 도중 경로가 막히거나 고장 나는 상황이 생겨도, 시스템이 자동으로 판단해 다른 로봇에 작업을 넘기거나 담당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오두용 카카오모빌리티 로봇 개발 리더는 “플랫폼의 능력은 실패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자동으로 다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병원 넘어 창고·공장까지…글로벌 진출도 모색
향후 로드맵도 공개했다. 현재 실내 배송 로봇 중심에서 청소·안내·대형 물류 로봇으로 운영 범위를 넓히고, 기업의 물류·재고관리 시스템(ERP)과도 직접 연동하는 형태로 플랫폼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창고와 공장 자동화 시장 진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강 리더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플랫폼 완성도를 높여가다 보면 해외에서도 서비스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노리는 것은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로봇이 일하게 만드는 회사’다. 특정 제조사의 로봇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어느 브랜드 로봇이든 연결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 우위로 내세운다.
오 리더는 “피지컬 AI가 로봇 자체의 지능을 높인다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그 로봇들이 실제 현장에서 오케스트라처럼 유기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로봇 배송은 그 여정의 첫 단추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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