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이후 10년, 대학 여성 운동은 어디로 가야할까

서울여성회 2026. 5. 13. 10:0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대학생 토론회]

[서울여성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대학생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 서울여성회
지난 6일 고려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아래 '페미연대')가 주최하고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아래 '서페대연')가 주관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대학생 토론회 <강남역! 다시! 각성, 결집, 행동!>이 개최되었다.

2016년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은 한국 여성운동에 '각성', '결집', '행동'을 남겼다. 여성/페미니스트들이 이 사회에 여성이라서 겪는 폭력과 죽음이 있음을 알게 했으며, 성차별 사회에 분노하고 바꾸겠다는 의지로 결집했고, 미투운동과 불법촬영편파수사 반대 시위 등의 행동으로 나아갔다. 이와 같은 각성, 결집, 행동은 대학 사회에도 이어져 다수의 페미니즘 동아리, 소모임이 만들어지고 총여학생회 재건 시도 등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페미니즘 대중화 후 10년이 지난 지금, 대학 사회는 어떤 공간이며 앞으로 대학 여성운동은 무엇을 해야할까?

각 대학의 페미니즘/인권 단체가 모여 각성, 결집, 행동을 키워드로 대학사회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 서울지역인권연합동아리, 서울대 페미니즘 동아리 달, 서강대 페미니즘 동아리 서성이다, 경희대학교 학생소수자위원회, 한신대 민중가요 중앙노래패 보라성이 함께했다.
 대학생 토론회 전경 사진
ⓒ 서울여성회
[각성] 대학 사회와 페미니즘 운동의 현재 : 탈정치의 세련된 백래시 속에서 성평등 가치를 외치다
 부광민 연세대 문과대 성평등위원회 회원이 발제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부광민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성평등위원회(이하 문성평위) 회원은 전국의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던 흐름을 "여성혐오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굳건한 믿음이 인터넷을 넘어 현실의 학생사회와 정치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계기"라고 설명하며, 대학의 인권 단체와 동아리, 특히 페미니즘 단체가 오랫동안 백래시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문성평위가 "문과대학 학생회의 예산은 받지만, 문과대학 확대운영위원회에는 참석할 권한이 없는, 제도의 경계에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문과대학이라는 공동체 내 성평등 의식의 확립을 위해 한 사람의 고통은 기울어진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임을 끊임없이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내 성평등위원회의 존재 이유에 주목하며, "적법함과 효율성을 방패 삼아 성평등의 가치를 지워내려는 그들의 행정적 톱니바퀴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껄끄러운 모래알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집] 대학에서 모으는 저항의 힘 : 파편화된 개인에서 연대하는 공동체로
 최지현 서울지역 인권연합동아리 활동가가 발제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최지현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이하 인동) 회원은 과거 사회적 실천의 최전선이었던 대학에서, 페미니즘을 비롯한 인권 의제가 '공동체의 과제'가 아닌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일' 혹은 '피로감을 주는 논쟁'으로 치부되는 현 대학 사회의 파편화에 주목했다. 그는 "아무런 갈등이 없는 상태를 뜻하는 '기계적 중립'이 학생사회에서 일종의 도덕적 우위로 숭상받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가짜 평화' 속에서 '저항하는 공동체'의 힘을 복원하는 데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4년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을 대학생들이 정치적 집단을 통해 무력함과 분노를 실천과 저항으로 만들어 낸 승리의 사례로 들었다.

이어서 그는 올해 3월, 인동에서 4주에 걸쳐 실시한 신입회원 모집 개강 캠페인을 소개했다. 그는 "사회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 사람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각자의 외로움이 사회가 만들어 낸 파편화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탈정치화에 맞서 '우리가 정치적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정치적 구호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가 그 결집의 시작이다"라고 언급하며 개별 캠퍼스를 넘어선 연대와 결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행동] 강남역 이후 10년, 대학 여성운동의 방향 :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행동의 용기가 된다
 강나연 서페대연 운영위원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서울여성회
강나연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이하 서페대연) 운영위원은 대학이 성평등과 민주주의 퇴행의 최전선에 몰려있는 심각한 상황을 고발하며, '스텔스 페미니즘'이나 '맨몸 생존 투쟁'으로 내몰린 대학가 여성운동의 현실을 전했다.

강 위원은 오늘날 페미니즘을 향한 공격 속에서 이러한 행동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로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있어야 함을 언급하며,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을 중심으로 하는 동시에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가는 방식의 결집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또한 강 위원은 "강남역 10주기는 위축된 대학사회 여성운동에 무기가 될 수 있다"며, 강남역을 대학에서 잊지 않고 이어간다는 것은 여성들의 분노가 축적되고 계기가 되면 각성하고 결집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해결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씨앗을 심는 일"이라 말하며, 눈에 보이지 않을지라도 분명히 대학 내 여성운동을 지키고 이어가는 사람들과 공간이 있음을 강조했다.

5월 17일 강남역에서 10주기 추모행동 집결

토론회 이후 참가자들은 '나에게 강남역은'이 적혀 있는 피켓 위에 각자에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가지는 의미 등을 떠올리며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남역은 나에게 '연대의 이어짐'이다", "강남역은 나에게 '페미니즘 운동을 접하게 된 계기이자 사라지지 않는 동력'이다" 등 여러 대학생들이 함께 대학 내 여성폭력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페미연대는 현재까지 약 5700명의 시민이 동참한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여성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번 대학생 토론회 행사에 이어 전남 목포를 마지막으로 전국 순회 캠페인을 마무리하며 5월 16일 서울 혜화에서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사건 10주기 당일인 오는 5월 17일, 강남역 현장에서 열리는 추모행동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날 페미연대는 전국에서 모인 여성선언 결과를 발표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대정부 및 사회적 촉구에 나설 계획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