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호수에 '다섯개의 달' 있다는데... 지금 강릉에 진짜 필요한 것

진재중 2026. 5. 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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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대관령부터 남대천·경포호·동해바다까지… 자연과 도시를 잇는 통합 전략이 답이다

[진재중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릉은 또다시 공약 경쟁으로 들끓고 있다. 후보들은 앞다투어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지만, 정작 그 내용은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개발 계획, 다른 도시에서 이미 내세웠던 정책들이 이름만 바꾼 채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과연 강릉에 맞는 이야기인가 하는 점이다.

강릉은 영동 6개 시·군으로 들어오는 제1의 관문이다.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산과 하천, 호수, 바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입체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관령에서 시작된 산의 흐름은 남대천을 따라 도심을 관통하고 결국 동해바다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경포호라는 독특한 생태 자원이 자리하며 강릉만의 자연 구조를 완성하고 있다.

이처럼 산–하천–호수–바다로 이어지는 자연의 흐름을 하나의 축으로 어떻게 콘텐츠화하느냐에 따라 강릉의 미래 발전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각각의 자원을 개별적으로 소비하는 도시가 아니라, 이 흐름을 하나의 이야기와 경험으로 엮어내는 도시로 나아갈 때 강릉은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 대관령 대관령은 영동 6개 시군으로 향하는 관문으로서 중요한 지리적 역할을 한다. 이곳에 깃든 풍부한 산림자원과 역사·문화적 가치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시킴으로써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 진재중
흩어진 자원을 하나로 잇는 통합형 도시 전략의 필요성

현재의 공약들은 산–하천–호수–바다를 잇는 통합적 연결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자원들이 각각 단절되어 있어 강릉의 잠재력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있다. 자연자원 또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잠들어 있는 상황이다. 개발 중심의 논리에 밀려 대관령, 남대천, 경포호 등 핵심 자연 자원에 대한 방향성과 활용 방안이 부족하다. 바닷모래와 해조류 같은 중요한 해양 자원 역시 보전과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강릉에 필요한 것은 개별적인 개발이 아니라, 자연과 도시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축 전략'이다. 대관령에서 시작해 남대천을 따라 도심을 관통하고, 경포호를 거쳐 해변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유기적으로 설계함으로써 강릉의 자원과 잠재력을 하나의 힘으로 결집시켜야 한다.
▲ 경포호 경포호수는 생태적으로 보전된 호수이자, 하늘의 달과호수에 비친 달, 주변 경관이 어우러져 ‘다섯 개의 달’이 형상화되는 강릉만의 독특한 석호이다.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이 공간은 지역의 소중한 생태 자산이다.
ⓒ 진재중
치유·관광·에너지가 결합된 미래 성장 거점, 대관령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를 잇는 핵심 관문으로 지리적 기능을 넘어 상징성과 정체성을 함께 지닌 공간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은 높은 생태적 가치를 형성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지역의 문화와 정서가 교차하며 독특한 인문학적 의미를 만들어왔다. 또한 강릉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뚜렷한 기후 차이를 보이는 특성은 기후 활용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대관령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여건이 우수하며, 고랭지 환경을 기반으로 한 미래형 정주 공간으로서의 잠재력도 크다. 더불어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역사적 흔적이 깃든 인문 자산을 품고 있어 문화적 상징성 또한 높다. 현재도 대관령 풍력단지와 암반덕에서 별을 관측하기 위해 많은 탐방객이 찾고 있다. 그러나 강릉으로 연결되는 접근 경로는 여전히 단절된 상태다.

결국 대관령은 자연·에너지·문화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서, 산림을 기반으로 한 치유와 관광, 콘텐츠 산업을 연계해 체계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지역의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 대관령 표지석 강릉과 동해를 내려다보는 대관령 표지석은 영동의 제1관문을 상징한다.
ⓒ 진재중
남대천 생태 복원과 도시 정체성 회복을 위한 수변 전략

강릉 남대천은 강릉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표적인 하천이다. 서울이 한강을 중심으로 강남과 강북으로 나뉘듯, 강릉 역시 남대천을 기점으로 도시의 공간과 생활권이 형성되어 왔다. 그만큼 남대천은 단순한 하천을 넘어 강릉 시민들의 정서와 깊이 연결된 상징적인 존재다.

그러나 현재 남대천은 물이 마르는 건천화가 진행되며 본래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도시의 생명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남대천은 물고기가 뛰어놀고 철새들이 머물다 가는 '생명의 하천'으로 다시 살아나야 한다.

안정적인 수량 확보를 통해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복원하고, 생태 환경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연형 하천 정비와 생태 복원, 수변 공간 개선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 또한 대관령을 찾은 관광객들이 남대천을 따라 걸으며 살아 숨 쉬는 하천의 모습을 체험하고, 철새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 남대천을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하천 정비를 넘어, 강릉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방문객에게 도시의 정체성을 회복해 보여주는 중요한 과제다.
▲ 바다에서 본 남대천 강릉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남대천은 단순한 하천을 넘어 시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젖줄이다. 이 생태하천은 자연성을 회복하고 시민과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복원되어야 한다.
ⓒ 진재중
경포호 '다섯 개의 달'의 문화자원화와 체류형 콘텐츠 전략

강릉 경포호수는 다섯 개의 달이 뜨는 석호로 잘 알려져 있다. 송강 정철은 이를 노래하며, 님의 눈동자에 비친 달, 하늘에 비친 달, 술잔 위에 비친 달, 호수에 비친 달, 그리고 바다에 비친 달이라는 다섯 개의 달을 통해 경포의 풍류와 정서를 표현했다.

이러한 '다섯 개의 달'은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강릉이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 자원이다. 초승달에서 보름달에 이르기까지 달의 변화 과정을 중심으로 보고, 걷고, 쓰고, 말하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달'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중요한 점은 호수 위에 인공시설을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이야기의 가치를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경포호와 바다, 하늘이 만들어내는 달의 풍경 자체를 콘텐츠로 삼아, 야간 경관 프로그램, 문학·예술 체험, 스토리텔링 기반 관광으로 확장해야 한다.

결국 경포호의 달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자연과 역사 속에서 발견하고 재해석해야 할 자산이다. 이를 통해 강릉만의 고유한 문화경관을 살리고, 지속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 경포호의 달 달빛 아래에서 사람들이 노래하고, 그리고, 사색하며 365일 찾는 문화·예술 공간이 되어야 한다.
ⓒ 진재중
모래 유실을 넘어선 근본적 해안 관리의 필요성

해안 문제는 지금 강릉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야 할 과제다. 해변은 점점 좁아지고 있고 모래 유실도 계속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모래 보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해류와 파랑, 바람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해안을 지키는 일은 단순한 관광 유지 차원이 아니라 도시의 기반을 보호하는 문제다. 경포해변을 비롯해 정동진, 강문, 안목, 사천, 주문진 등은 각각 고유한 매력을 지닌 핵심 자원이자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이러한 해변들이 훼손될 경우 지역의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강릉의 고운 해변 모래는 중요한 관광 자산이다. 만약 경포해변과 정동진의 모래가 계속 사라진다면, 이는 관광객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해안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과 장기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정동진 해변 동해연안의 바다모래는 중요한 자연자원이며, 해안의 관리 방식에 따라 관광객의 유입과 체류 시간이 크게 달라진다. 지속가능한 해안 관리가 지역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다.
ⓒ 진재중
해조류 복원과 탄소중립 기반의 스마트 해양 생태·산업 전략

바닷속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시마와 미역 같은 해조류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곧 어민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한 보조금이나 일회성 지원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해조류는 단순한 수산자원을 넘어 바다숲 복원의 핵심이자, 탄소를 흡수하는 '탄소제로' 실현의 중요한 자원이다. 따라서 해조류 감소 문제는 생태계 훼손을 넘어 기후 대응과도 연결된 사안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조류 복원을 중심으로 한 바다숲 조성, 해양 환경에 대한 과학적 모니터링, 해조류 종자연구, 스마트 해양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를 가공·에너지·바이오 산업 등과 연계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바다를 지키는 일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길이 되어야 한다.
▲ 해조류 해조류는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중요한 해양자원으로, 바다숲을 복원하여 해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어민들의 새로운 소득 기반이 되는 지속가능한 미래 자원이다.
ⓒ 진재중
공약이 아니라 방향이다, 강릉의 미래를 가르는 선택

결국 지금 강릉에 필요한 것은 수많은 공약이 아니다. 이 도시의 지형과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위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몇 가지 핵심 전략이다. 강릉의 미래는 자연을 어떻게 연결하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고, 그 안에서 사람이 살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강릉은 '자연이 곧 산업이 되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대관령의 산림 치유에서 시작해 암반덕의 별 관측, 남대천의 생태 체험, 경포호의 감성 활동, 그리고 해안과 해중 생태 체험으로 이어지는 자연 친화적 힐링 루트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방향조차 담아내지 못한 공약이라면, 그것은 약속이 아니라 구호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는 누가 더 많은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강릉의 시간을 더 길게 바라보고 책임질 수 있느냐를 가리는 선택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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