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까지, 7시간의 낭만 기차 여행

김종섭 2026. 5. 13. 09: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떠난 프라하, 삶은 계란과 무료 와이파이가 함께한 유럽 대륙 횡단기

[김종섭 기자]

5월 10일, 프라하에서 맞이한 6일차 아침은 여느 때보다 아쉬움이 짙게 밀려오는 아침이었다. 어느 여행지든 첫 느낌은 신선하지만, 떠날 때에는 무엇인가를 내려놓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오전 10시까지 체크아웃을 해야 해서 아침은 은근히 분주하게 흘러갔다. 오늘 일정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동하는 것이 전부인 일정을 잡았다. 오후 3시 반에 기차에 올라 밤 10시 반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긴 여정이 예정되어 있다.

오전 10시 체크아웃 후 호텔 로비에 짐을 맡겼다.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설렘과 감동만큼이나 떠날 때 두고 가는 아쉬움은 늘 크다. 그래서 오늘도 5일 동안 걸었던 프라하의 거리들을 그림자처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서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오전 산책을 즐겼다. 낮 12시경 숙소 바로 뒷편에 있는 유명 맛집 산 카를로라는 피자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지막으로 6일간의 프라하 여정을 마무리했다.

식당 안은 정통 나폴리 피자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쳤다. 3년 전 이탈리아 여행 당시 진짜 나폴리 피자를 맛보려 현지를 누볐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곳이 비록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나폴리식 피자를 제대로 구현한다는 소식에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부풀었다.

점심 메뉴는 제철 재료를 듬뿍 담은 피자 미모사와 클래식의 정석인 마르게리타, 그리고 고소한 카르보나라 파스타였다. 아스파라거스 크림에 헤이즐넛의 고소함이 톡톡 터지는 미모사 피자는 부드러운 풍미가 일품이었고, 마르게리타는 상큼한 토마토 소스와 담백한 도우가 어우러져 화덕 피자 본연의 맛을 충실히 전해주었다. 여기에 달걀노른자의 진한 맛이 밴 파스타가 더해져 나폴리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식사 후 짐을 챙겨 우버를 타고 숙소에서 10분 거리인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했다. 기차 시간보다 1시간 반이나 일찍 도착한 덕에 2번 플랫폼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기차를 기다렸다.
 프라하 중앙역 플랫폼 벤치에 나란히 놓인 여행 가방들과 고요한 선로의 풍경
ⓒ 김종섭
새로운 나라의 도시를 여행한다는 설렘 때문인지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탑승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체코의 기차 안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기차에 올라탔다. 상상 이상으로 깨끗했고 안락한 좌석이 마음에 들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 가끔은 기차를 타고 출장길에 올랐다. 그 후 이번 기차 여행이 처음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 십수 년 만에 타보는 기차인 듯하다.
 현대적이고 쾌적한 시설을 갖춘 체코 열차의 실내 전경과 승객들의 모습
ⓒ 김종섭
아쉽게도 옥에 티처럼 좌석이 진행 방향과 반대인 역방향이었다. 처음에는 시선이 반대로 흘러 다소 어지럽기도 했지만 이내 창밖 풍경에 익숙해졌다. 창밖에는 유럽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가 가득했다. 고풍스러웠던 프라하 구시가지를 벗어나자 건축물마저 자유를 얻은 듯 자유로워 보였다.
 기차 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눈부신 노란 유채꽃밭과 푸른 들판
ⓒ 김종섭
유채꽃과 초록의 들판이 어우러진 세상은 동화 속 풍경과 다를 것이 없었다. 부다페스트까지는 7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노선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여정이지만 마치 국내를 여행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기차 여행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유럽 여행만의 묘미이다. 기차마다, 나라마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비행기는 좁은 공간임에도 의자를 뒤로 눕힐 수 있는데, 이 기차는 아예 눕힐 수 없게 설계되어 있어 그 점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비행기와 달리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어 달리는 차 안에서도 지루함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미리 준비해온 음식을 꺼냈다. 마트에서 계란을 사서 숙소에서 직접 삶아왔다. 예전 기차에서 먹거리를 카트에 잔뜩 싣고 다니며 판매하던 홍익회 아저씨의 모습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그 카트에는 늘 삶은 계란이 있었다. 마트에서 챙겨온 과일과 과자, 음료수를 펼쳐놓으니 마치 소풍을 나온 기분이 들어 기차 안에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30분 연착 끝에 기차가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했다. 밤거리는 비교적 한산했다. 기차역에는 수학여행에서 돌아온 학생들을 배웅 나온 학부모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늦은 밤 부다페스트 역에 도착해 캐리어를 끌고 숙소로 향하는 길
ⓒ 김종섭
우버를 타고 10분 남짓한 곳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전망 좋은 4층 건물의 최상층이다. 이번에도 현지인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 호텔보다는 주방이 딸린 복층 구조의 에어비앤비를 택했다. 그렇게 부다페스트에 도착해 긴 이동의 시간을 접고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