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업고 내려옵니다"...서울시장 후보들, 이게 최선인가요?
지방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막상 선거 과정에선 지역의 중요한 의제와 이슈들이 간과되곤 합니다. [우리 동네 진짜 이슈] 기획은 각 시민기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불편함을 지적하고, '정치'가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제안합니다. 한 표 한 표가 지역을 바꿔줄 것을 기대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선거에 나오는 후보자들이 경청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홍윤희 기자]
"혼자 사는 어머니가 노환으로 다리를 못 쓰셔서 계단조차 못 내려가세요. 싱크대도 화장실도 이제 혼자서 쓰기 힘드세요. 옛날 아파트라 경사로가 없어서 하루 종일 집에만 계세요. 장애인은 아니시라 휠체어 실을 수 있는 택시가 없어서 병원 가실 때는 매번 제가 차를 몰고 가서 어머니를 업고 내려와야 해요."
"서울에 휠체어 타고 관광 왔는데,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더라고요. 이동식 경사로를 사서 들고 다녔어요."
"서울에서 휠체어 이용자는 인천과 수원 축구경기장 어떻게 가죠? 휠체어 탄 팬들이 여러 명 있어요. 서울에서 인천에 갔다가 돌아올 건데 왕복 콜택시는 못 부른다고요? 휠체어가 여러 대 들어가는 이동 수단은 없는 건가요?"
사단법인 '무의'를 운영하며 장애 접근성과 이동권 활동을 하는 내게는 이런 사연이 수시로 도착한다. 가족 구성원이 노화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면서 비로소 이동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는 매일같이 이동과 접근의 불편을 겪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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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약자의 접근, 이동 데이터는 시민 활동을 통해 수집되는 경우가 많다. 무의 지하철교통약자환승지도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시민 리서처가 지하철을 둘러보고 있다 |
| ⓒ 홍윤희 |
하지만 대중교통의 실핏줄이자 교통약자가 많이 이용하는 서울 마을버스의 저상버스 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다. 광역·공항·시외·고속버스 중에서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은 드물다.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공항버스 중 저상버스는 한 대도 없는 게 현실이다.
장애인콜택시의 상황은 어떨까. 일단 장애인콜택시의 평균 대기시간은 30~40분에 달한다. 급하게 이동하거나 갑작스레 나갈 일이 생길 때 대중교통만큼 쉽고 원활하게 활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장애인콜택시의 운영 주체가 지자체별로 다르다. 다른 시로 이동하려면 해당 시의 장애인콜택시에 다시 별도로 등록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대중교통이 마련된다고 교통약자와 장애인이 언제든 마음껏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도로와 교통수단이 갖춰져도 도착지에 경사로나 엘리베이터가 없다면 이동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동해서도 수월하게 접근 가능한 시설이 있어야 한다. 결국 이 모든 걸 준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 데이터를 파악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그 연결의 열쇠는 '교통약자 접근·이동 데이터'의 공익 데이터화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먼저 뛰어넘어야 할 게 하나 있다. 운영 주체가 달라 정보 공유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를 가로막는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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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휠체어로 지하철을 쉽게 갈아탈 수 있게 하는 길을 안내하는 무의의 지하철교통약자환승지도. 서울교통공사에서 제공한 API를 받아 개발했다. 교통약자 데이터의 경우 '공익데이터'화하여 데이터 생성과 업데이트를 일부 국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 |
| ⓒ 홍윤희 |
사단법인 '무의'가 시민들과 함께 서울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를 만들었던 2017년에도 그랬다. 당시 현장 조사를 위해 서울교통공사·코레일 측에 연락하며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다행히 '무의'는 2025년부터 서울교통공사에서 통합 정보를 받아 교통약자(휠체어·유모차 이용자 등)의 환승 경로를 안내하는 웹앱 지도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통합 정보가 모든 노선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결국 데이터 통합이 필요하다. 지하철을 예로 들면, 서울시·경기도·인천시·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전철 교통약자 이동편의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고장 정보처럼 교통약자에게 꼭 필요한 데이터는 운영 주체와 상관없이 공익데이터로 통합돼 가능한 한 실시간으로 공개돼야 한다.
마침 변화하기 좋은 시기다. 최근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발표한 AI액션플랜에서 AI의 공익적 활용을 위해 국가와 시민이 모은 '공익데이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6년 4월 23일, 장애계의 10년 염원 끝에 통과된 '장애인권리보장법'도 통과됐다. 이 법은 '장애인은 자유로운 이동과 시설이용에 필요한 편의 제공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장애인이 공공시설과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시설을 확충하도록 명문화했다. 또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디자인의 연구·개발·확산 및 이용촉진"을 지자체의 책무로 명시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명확히 규정했다. 존엄권·평등권·자기결정권 등을 언급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리보장 책무를 분명히 했다.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법안의 통과는 중요한 정책 전환점이자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미래 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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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청역에 부착된 교통약자 안내표지판 옆을 유아차를 가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 ⓒ 홍윤희 |
후보로 나선 현 시장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11일 서울 전역의 이동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통 인프라 확충' 공약을 발표했다. 오 후보는 지하철 역사 내 이동 편의 개선과 관련해 이동 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도 역사 내 동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추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동권, 접근권에 대한 원칙 수준의 발언을 했다. 정 후보는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장애인 이동권 불편 현장을 찾아 장애인콜택시에 오르내리며 이용 환경을 점검한 후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 가능한 복지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저상버스 확대, 전철역 엘리베이터 설치, 인도와 횡단보도 안전" 등을 언급하며 "장애인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공약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접근성, 이동권 데이터 관련 공약 내용은 확인되지(5월 12일 기준) 않았다.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더 나오길 기대한다.
그동안 휠체어 탄 딸을 데리고 여기저기 이사했다. 그때마다 '휠체어 이용 가능한 주거지를 모은 데이터'를 찾아봤지만, 관련 정보는 미비했다. 그 때마다 데이터의 높은 문턱을 실감했다. 우리는 언제쯤 집 앞에서 동네 가게로, 가게에서 환승역으로, 환승역에서 공항으로 연결된 채 이동할 수 있을까. 이 연결을 가능케 하려면 먼저 '교통약자 접근·이동 데이터'의 장벽이 낮아져야 한다. 이제는 법(장애인권리보장법)이 부여한 책무에 따라 지자체가 응답해야 한다. 교통약자의 접근·이동 데이터를 공익데이터로 지정하고, 부처와 사업자의 칸막이를 넘어 통합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서비스가 등장하는 첫 도시가 '서울'이 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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