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완의 시선] 선거 끝나면 부동산 증세가 온다

주정완 2026. 5. 13.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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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 논설위원

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물리겠다고 예고하고 몇 달간 유예 기간을 줬다. 그 유예 기간이 끝나고 얼마 뒤 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다. 선거가 끝나자 본격적인 부동산 증세가 시작됐다. 정부는 다주택자에게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무겁게 물리겠다며 빨리 집을 팔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의 고강도 규제는 시장에서 막대한 부작용을 불렀고 집값은 계속 뛰어오르기만 했다.

혹시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과 앞으로 벌어질 일의 예고편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과거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긴 실패의 경험을 요약한 것이다. 정확히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로 벌어졌던 일이다.

「 양도세 중과 다음 수순은 보유세
8년 전 문재인 정부 때와 판박이
공급은 더 줄고 부작용만 속출

예전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되짚어보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8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발표하면서 2018년 3월 말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집을 거주공간이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예 기간이 끝나자 다주택자의 매물 잠김이 본격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졌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꺼내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해 6월에 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세금 인상이란 ‘자충수’를 선택할 정도로 무모한 정부는 아니었다.

선거가 끝나자 부동산 증세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해 7월 기획재정부(현재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여기엔 ‘부동산 세제 적정화’라는 이름으로 종부세 인상안을 담았다. 이미 선거 전에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그해 9월에는 2차로 종부세 인상안을 내놨다. 두 달간 두 차례나 세금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는 것은 모두가 기억하는 대로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된 지난 10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양도세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은 8년 전과 매우 닮은꼴이다. ‘데자뷔’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물론 정부는 “이번엔 다르다”고 큰소리를 친다. 틀린 말은 아닌데, 그렇다고 지금 상황이 더 나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주택 공급 물량에서 8년 전과 현재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적어도 공급 측면에선 훨씬 나쁜 쪽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가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주택 통계를 비교해 보자. 2018년 1분기 서울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1만3559가구였다. 당시에도 전년 동기보다 37%나 줄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올해 1분기 서울 인허가 물량(5632가구)은 8년 전의 41% 수준이다.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공급 물량도 크게 줄었다. 올해 1분기 수도권 인허가 물량(2만7471가구)은 8년 전(6만914가구)의 절반도 안 된다.

서울은 새롭게 집을 지을 땅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긴 하다. 반면에 경기·인천은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선 집 지을 땅을 찾는 게 상대적으로 쉽다. 그런데도 경기·인천까지 주택 공급이 급감했다는 현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제 다음 수순은 세금 인상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선거용 멘트’라는 속내가 빤히 들여다보인다. 양도세 중과로 주택 시장의 매물을 잠기게 해놓고 보유세를 가만히 놔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이미 보유세 인상의 예고편도 나왔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대폭 인상이다. 정부가 공식 통계로 사용하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8.7%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 집값 상승분을 반영한 올해 공시가격 인상률(빌라·연립주택 포함)은 서울의 경우 18.6%였다. 이것만 봐도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집값에 분노한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의 세금만 계속 높이려는 방식은 포퓰리즘일 뿐이다. 지속 가능성도 없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굴까. 혹시 집값 상승을 바라는 투기꾼이나 다주택자의 편향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오해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책임자였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자신의 책(『부동산과 정치』)에 쓴 글의 일부다. 김 전 실장의 주장에는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적어도 “보유세는 집값을 잡는 수단이 아니다”라는 견해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현 정부가 과거의 참담한 실패에서 귀중한 교훈을 얻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주정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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