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7999 찍고 이상한 급락… 블룸버그 “국민배당금 영향”

김진욱,이광수 2026. 5. 1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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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급 변동폭 보인 증시 움직임
개장 직후 8000피 눈앞 고꾸라져
7421까지 577P 이상 변동폭 기록
증권가 외국인 차익실현 분석도


파죽지세였던 코스피가 12일 ‘8000피’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고꾸라졌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3분 7999.67까지 상승했다가 10시41분 7421.71까지 5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는 그 원인으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을 지목했다. 청와대가 반도체 사이클 대호황으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일종의 횡재세를 물리자고 제안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투자자가 주식을 던져 변동성이 극심해졌다는 분석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79.09포인트(2.29%) 하락한 7643.1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의 고점과 저점 간 차이는 577.96포인트에 이른다. 이란 전쟁 초기에 불안감이 커지면서 하루 612.67포인트 오르내렸던 지난 3월 4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고·저점 간 등락 폭이 크다. 외국인투자자가 5조6077억원어치 매도 폭탄을 쏟아낸 결과다. 기관투자가도 1조2102억원어치를 던졌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이 6조6771억원 순매수하며 폭락을 막아냈다.

블룸버그는 이날 코스피가 저점(7421.71·오전 10시41분)에 도달한 직후인 오전 10시50분 ‘인공지능(AI) 이익을 활용한 국민 배당 구상으로 술렁인 한국 증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한국의 한 고위 정책권자가 AI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김 실장의 발언은 AI의 등장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를 벌릴 위험이 있다는 경제학자, 정치인의 우려를 뒷받침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우려가 글로벌 AI 인프라 붐의 전리품을 업계 리더가 (국민과) 더 많이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증권가에서는 김 실장의 발언과 이를 다룬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김 실장의 발언이 코스피에 찬물을 부었다는 데 동의하는 쪽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에 주목했다. 두 종목의 순매도액(5조3252억원)이 외국인의 코스피 전체 순매도액에 육박하므로 직접적인 악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종목의 장 초반 주가 흐름은 상승세였다. 삼성전자는 29만1500원까지 올라 액면분할 이후 최고가 기록을 세웠고, SK하이닉스도 196만7000원까지 상승해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보는 쪽에서는 시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외국인은 오전 9시20분에 이미 1조6000억원 이상 매물을 쏟아낸 상태였다. 블룸버그 기사가 이날 코스피의 장중 저점보다 10분가량 뒤에 나왔기 때문에 보도가 한국 증시를 끌어내렸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보도는 급락을 만든 요인이라기보다 그 이유를 외국인에게 정책 리스크라는 프레임으로 설명하고 확산시켰다는 평가다.

중동에서 휴전 논의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잖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에서 전투를 재개할 가능성을 몇 주 전보다 더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미국발 보도가 나오면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나서 반도체 생산이 멈출 수 있다는 가능성도 힘을 보탰다.

코스피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을 중심으로 급등해 변동성에 취약해진 만큼 정책권자와 정치인이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투자은행(IB) 여러 곳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종목 리포트를 수시로 내는 만큼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크다”면서 “정책권자와 정치인 한 명의 소셜미디어 발언이 순식간에 퍼져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이광수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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