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이 쏘아올린 공, 금융시장 혼란 초래했나
[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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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7,999.67이 표시돼 있다. 2026.5.12 |
| ⓒ 연합뉴스 |
시장의 시선은 곧바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발언으로 향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인공지능, 반도체 호황에서 발생하는 과실 일부를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취지의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끌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반세기에 걸쳐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AI 인프라 공급망에서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과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그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제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예를 들어가며, 한국의 경우 '국민배당금'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김 실장의 구상은 좀더 나아가 "한국은 AI시대의 초과 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라며, 한국의 이같은 모델이 (국제적) 표준이 될 가능성까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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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범 정책실장이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 면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4.27 |
| ⓒ 연합뉴스 |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도 이를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김 실장의 발언이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해당 제안이 실제 어떤 정책을 의미하는지 해석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졌고, 그 결과 코스피가 장중 5.1%까지 급락했다는 것이다. 시장은 김 실장의 구상을 AI·반도체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재분배 압력으로 받아들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흐름으로 짚었다. 신문은 온라인판 "한국인 모두가 AI 보너스를 받아야 한다고 대통령 참모가 말했다 (Koreans should all get an AI bonus, says presidential adviser)"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실장의 발언을 집중 조명했다.
FT는 김 실장이 AI와 반도체 호황에서 발생한 재정적 이익을 국민에게 나누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 발언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하고 코스피가 흔들렸다고 전했다. FT는 김 실장이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틀을 짜는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발언의 무게가 컸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이후 "새로운 횡재세가 아니라 초과세수 활용 방안"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정부가 AI·반도체 초과이익 배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았다고 F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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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낸셜타임스 온라인판 기사. |
| ⓒ 파이낸셜타임스화면캡처 |
이번 사안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민배당금'이라는 표현이 시장에 준 신호다. 김 실장의 취지는 AI 시대의 부가 특정 기업과 주주, 수도권, 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완화하자는 문제 의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배당금'이라는 단어와 '초과이윤 환원'이라는 표현을 기업 이익에 대한 정책 개입 가능성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한국 증시가 반도체 중심으로 과열 논쟁까지 낳던 시점이어서 민감도는 더 컸다.
또 하나는 정책 메시지 관리의 문제다. AI·반도체 산업은 현재 한국 증시 상승의 핵심 동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 세수 확대 가능성, 국민 환원 논의는 모두 정책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주제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인사가 구체적 제도 설계 없이 '국민배당금'을 언급한 것은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외신들은 김 실장의 발언 자체보다, 투자자들이 그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졌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물론 이날 코스피 하락을 전적으로 김 실장 발언 하나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코스피는 최근 들어 단기간 급등 부담이 컸고, 8000선이라는 상징적 고지를 앞두고 차익 실현 압력도 높아진 상태였다. 외국인 매도, 반도체 대형주 쏠림, 고평가 논란도 동시에 작용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김 실장의 발언이 매도 심리를 자극한 '촉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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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32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6.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4월 30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결국 핵심은 '무엇을 나눌 것인가'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기업의 초과 이익을 직접 환수하는 것인지, 기존 세제에서 발생한 초과 세수를 사회적으로 배분하는 것인지, 또는 AI 인프라 투자와 국민 자산 형성 정책으로 연결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이 구분이 흐릿하면 시장은 가장 불리한 시나리오부터 가격에 반영한다.
김용범 실장이 쏘아올린 공은 AI 시대의 부의 배분이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12일 금융시장의 반응은 그 질문이 아무리 필요하더라도, 정책 메시지가 정교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에는 곧바로 혼란으로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언론공지를 통해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 게재한 내용은 청와대 내부 논의나 검토와 무관한 개인 의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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