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증권사, 은행도 넘본다...미래에셋, 분기 순이익 첫 ‘1조 클럽’

박유미, 장서윤 2026. 5.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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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의 활황에 힘입어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놓으며 80년 가까이 이어진 은행 중심의 금융판을 흔들 조짐이다. 12일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8% 증가한 1조19억원, 영업이익은 297% 증가한 1조375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분기 순익 1조원’ 클럽 가입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또 NH농협금융(8688억원)·우리금융지주(6038억원)를 넘어섰다.

서울 중구 미래에셋증권 본사 외경. 미래에셋증권 제공

몸집도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시가총액은 41조5758억원으로, 하나·우리금융을 제치고 금융권 4위에 올라섰다. 2016년 대우증권 인수 당시 박현주 회장이 롤모델로 삼았던 일본 노무라홀딩스(시총 36조원)도 앞질렀다. 노무라홀딩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의 시총은 노무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 증시 활황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4594억원)과 스페이스X 등 해외 혁신기업 투자에 따른 평가이익(8040억원) 등이 늘어난 결과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2분기 말 예상되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시에는 추가 평가이익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원을 넘어서며 미래에셋증권과 수위를 다투는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모회사)도 14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투증권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한 8519억원, 당기순이익은 50% 오른 6832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역대급 실적의 핵심 배경은 증시 호황에 따른 수수료 수익 증가다. 개인투자자(리테일) 비중이 큰 키움증권의 1분기 순이익은 47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6% 늘었고, 삼성증권도 81.5% 증가한 4509억원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에서도 은행보다 증권이 성장을 이끄는 구도가 나타났다.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34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3% 급증했고, 신한투자증권도 2884억원으로 같은 기간 167.4% 늘었다. 비은행 부문 기여도는 KB금융이 43%, 신한금융이 34.5%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 1분기 증권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41조6797억원으로, 전 분기(131조5026억원)보다 10조1771억원 늘었다. 은행업권은 264조1205억원으로 같은 기간 3조562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개인이 운용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부문에서도 적립금 상위 10위 사업자에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증권사 관계자는 “예금에서 투자로 옮기려는 고객 수요가 커진 데다, 증권사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상품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은행의 수신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7개 증권사의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조달액은 5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의 예·적금과 비슷한 상품이다. 특히 발행어음은 최근 5년간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국내 증권사의 아시아 시장 인수합병(M&A)·채권·주식 주관사 순위가 50위권 이하에 머무는 등 기업금융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배경을 들었다. 이에 미래에셋·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5곳은 3년간 모험자본 15조2000억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시 호황으로 위탁매매와 기업금융 수익이 함께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두 부문 모두 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구조”라며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부문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수수료 기반을 갖춘 것처럼 국내 증권사도 자산관리·M&A 자문 등 수익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형 증권사의 자본건전성(영업용순자본비율)을 글로벌 기준(CET1)으로 환산하면 약 12% 수준으로, 글로벌 IB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라며 “내실 있는 자본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유미ㆍ장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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