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쇼크에 치솟는 美물가…다급한 트럼프 “유류세 일시중단”

길어지는 이란 전쟁이 미국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비싼 기름값에 급등한 물류비가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을 밀어 올리고, 치솟는 물가에 금리도 낮아질 기미가 없다.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류세 인하, 소고기 관세 중단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물가는 전쟁 후 급등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2월 전년 대비 2.4% 상승했지만 이란 전쟁 이후인 3월엔 3.3% 올랐다. 12일 발표된 4월 지수는 전년보다 3.8% 상승했다.
디젤 가격 급등에 농산물·원자재값 다 오른다


특히 산업에 필수적인 디젤 가격 상승이 치명적이다. 디젤 가격은 11일 갤런당 5.64달러(약 8390원)로 지난 2월 28일보다 약 54% 상승했다. 대형 트럭의 연료로 쓰이는 디젤 가격의 상승은 미국 내 운송비 상승을 일으킨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린다 기세케 국장은 포린폴리시(FP)에 “미국 전체 디젤 소비량의 약 3분의 2가 트럭 운송에 쓰인다”며 “디젤 가격 상승은 배송비 인상이나 상품 가격 상승의 형태로 소비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농업도 디젤 의존도가 높다. 트랙터와 수확기, 운반 트럭 등 대부분의 농기계는 디젤로 작동한다. 더군다나 디젤 가격이 급등한 시기는 파종을 위해 연료 사용량이 가장 많은 봄이다. 연료비 상승이 생산비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 농산물 가격은 급등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과일·채소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 미만 수준이었지만 지난 2~3월에만 2% 이상 올랐다”며 “디젤 가격 상승이 저장·운송·냉장 등 미국 농산물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높아진 에너지 비용은 해외 공급망도 흔들고 있다. 해운 데이터 전문업체 제네타에 따르면 아시아나 중동을 거치지 않고 북유럽에서 미국 동부 해안을 거치는 대서양 횡단 항로조차 단기 운임이 지난 2월 말 대비 56% 급등했다. 이로 인해 금속과 비료 등 해외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공업과 농업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금리 인하 물 건너 가

전쟁 전만해도 시장은 Fed가 올해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미 상무부가 발표한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 Fed가 금리 인하의 기준으로 삼는 PCE 상승률 2%를 한참 웃돌았다.

이에 시장 전망은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기존 9월에서 12월로 수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내년 7월에서야 Fed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3일 CBS와 인터뷰에서 “전쟁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는 가계와 기업의 대출 이자 부담을 늘려 경제 활력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교수는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2000억달러(약 297조원)의 생산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급한 트럼프…휘발유세·소고기 관세 중단 검토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소고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수입 소고기에 적용되는 관세인 저율할당관세(TRQ) 제도도 중단하려다가 일단 연기했다. 미국 사육 농가 반발을 의식했다. TRQ는 일정 수입 물량까지는 낮은 관세를 부과하지만, 초과 물량에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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