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 눈 앞... 9900원 백반집 주인의 질문

안호덕 2026. 5. 1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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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코스피 온기가 실물 경기로 이어질 정책 고민해야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안호덕 기자]

"죽을 맛이네요. 누구는 성과급으로 몇 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건 뭐 새벽에 나와 밤늦게 들어가도 임대료를 걱정할 판이라니. 요새 사람들은 밥도 안 먹고 사나 봐요?"

지인과 함께 들른 식당, 백반이 900원 올라 9900원이다. 물가가 너무 올라 안 올릴 수 없었다는 주인은 1만 원으로 하면 너무 많이 오른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 9900원으로 책정했단다. 점심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많다.

하긴 나조차도 이렇게 벌어서 밥값이라도 하겠냐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이다. 밥값 900원 올리고 손님 눈치 보는 주인. 900원 오른 밥값에 '또 올랐네'라며 앓는 소리 하는 손님들. 서민의 살림살이는 힘겹다.

어디 하나 뾰족한 구석이 없다. 가구점에서 일하는 동생도, 차량 점검 차 들른 카센터 주인도 모두 경기가 왜 이러냐고 혀를 내두른다. 중동 전쟁이 기름값을 올리고, 그 여파가 밥상머리까지 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전에 겪어보지 못한 침체라 입을 모은다.

주가가 연일 하늘을 찌르고, TV에서는 몇 억의 성과급을 두고 노사 대립이 이어진다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돈이 씨가 말랐다는 실물 경기, 대체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나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코스피 7000시대의 여당과 야당
 코스피가 11일 4% 넘게 급등해 사상 최초로 7,800대로 마감한 1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324.24포인트(4.32%) 오른 7,822.24로, 코스닥 지수는 0.38포인트(0.03%) 내린 1,207.34로 마감했다. 2026.5.11
ⓒ 연합뉴스
지난 6일 코스피 지수가 7000선을 돌파했을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000조 원을 넘어섰고, 국내 증시 시총 역시 1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커졌다. 전체 한국 증시 가치로 보더라도 1980년에 비해 70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국가 경제의 성장 증표로 기쁘고도 뿌듯한 일이다. 코스피가 7300선을 넘겨 마감한 6일 오후 은행 딜링룸의 세리머니는 마치 축제장을 방불케 한다. 투자자들의 즐거운 비명도 곳곳에서 들린다. 8000선을 넘어 1만 선을 점치는 뉴스도 보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청래 대표는 "단군 이래 가장 높은 코스피 7200을 달성했다"며 "그동안 저평가됐던 한국과 한국 자본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신뢰, 이것이 상승작용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은 '매우 잘하고 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국민 누구나 자산 형성에 참여하는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성과"라는 전현희 의원, "대한민국 경제의 저력을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경제 정책이 현실로 증명해냈다"는 김병주 의원, 하나같이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의 결과라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대놓고 좋아하자니 공이 이재명 정부에게 가는 것 같고, 비난했다가는 잔칫집에 재 뿌린다는 거센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코스피 5000 달성을 두고 국민의힘은 한 차례 호된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지난 대선 이재명 후보가 코스피 5000 공약을 내놓자 당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코스피 5000시대라는 허황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치 신기루 같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에도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부는 절대 코스피 5000을 달성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코스피 5000 달성에도 이들은 박수 치지 않았다.

특히 나경원 의원은 "정부는 빚을 내 확장재정을 반복하고, 각종 쿠폰과 현금 살포, 연기금과 세제까지 총동원해 지수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김용태 의원도 "반도체 호황 때문에 마치 운이 좋아서 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라며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평가절하했다.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무섭게 오르는 코스피가 불편한 국민의힘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기껏 생각해 낸 것이 돈 풀기와 운 때문이라는 비난은 어깃장으로밖에 안 보인다.

국민의힘에서 "실물경제는 고환율, 내수 침체의 냉혹한 현실에 허우적대고 있다"는 등 주식 활황과 실물경제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묻혔다. 흠집 내기 결론에 끼워 맞추다 보니 적절한 비판조차 묻혀버린 느낌이다.

여당의 공치사도, 야당의 비난도 달갑지 않다
 정부는 1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고유가 피해지원금 2차 지급계획과 대상자 기준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인파로 북적이는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의 모습.
ⓒ 연합뉴스
코스피 8000포인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본 시장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도약을 이뤄낸 징표라 할 수 있을 듯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외인 자금 유입의 긍정적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윤석열이 있었어도 5000~6000은 찍었을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의 공을 애써 무시하는 세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와 대주주 견제 강화, 자사주 소각이 담긴 상법 개정 등 자본 시장 개혁 및 상법 개정 정책이 코스피 7000 달성에 큰 공으로 작용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코스피 7000의 온기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코스피 지수와 다르게 내수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기름값에 이은 물가의 고공 행진은 국민 삶을 옥죄는 모양새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코스피 상승은 불평등이 더 도드라져 보일 수 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수 시장의 침체를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이유다. 국민의힘도 주식 시장의 활황을 두고 애써 정부의 공을 폄하하기보다 내수 시장 활성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6.3 지방선거가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발걸음이 잦은 시장은 여전히 어렵다. 코스피 7000이 이재명 정부가 잘했기 때문이라는 여당의 공치사도, 돈 풀고 운이 좋아서라는 야당의 비난도 별로 달갑지 않다. 코스피 상승과 내수 시장의 괴리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모두가 팔 걷어붙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방선거 이후 내수 경기가 더 안 좋아질 거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 전망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선거는 국민의 삶이 나아지라고 하는 정치 행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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