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다" "세금 잘 쓰였나" 감사의 정원에 미적지근한 광화문 민심

이진민 2026. 5. 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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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추진 과정 내내 예산·적절성 논란... '감사의 정원' 12일 오전 10시 준공식

[이진민, 유성호, 이정민 기자]

 한글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과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 행사장 앞에서 ‘받들어총’ 조형물 설치에 반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저런 게 세워진 줄도 몰랐어. 세워져도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감사의 정원이 세워졌다는 걸 어제 알았어요. 만드는 데 들어간 세금이 적절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 '감사의 정원' 마주한 시민의 분노 "미국 향해 '받들어총' 하는 형상"ⓒ 유성호

'감사의 정원'과 처음 마주한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한다는 70대 여성은 "저런 조형물이 세워지는지 몰랐고 관심도 없다"며 "세워져도 의미 없는 조형물처럼 보인다"고 고개를 저었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30대 남성도 "(조형물이) 세워졌다는 걸 어제서야 알게 됐다"며 "조형물 취지가 좋다고 해도 제작 과정에 많은 세금이 투입된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추진 내내 논란을 빚었던 감사의 정원이 12일 오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준공식을 열고 시민에게 공개됐다. 현장은 준공식 한 시간 전부터 행사 준비로 설치된 펜스 사이를 오가는 시민들로 분주했다. 다만 행사장 내부는 사전 초청된 유관단체 관계자 등만 출입할 수 있어 보안 요원들이 입장증을 확인했다.

▲ [현장영상] 감사의정원 축사하러 나타난 오세훈... 항의하는 시민들 감사의정원 준공식 축사 오세훈에 항의하는 전장연 #감사의정원논란 #오세훈 #받들어총 #전장연 #항의 ⓒ 이진민

현장을 찾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행사에 초청받지 못해 광장 옆 버스 정류장에서 연단 쪽을 멀찍이 바라봤다. 박 대표는 "서울시가 장애인 권리를 약탈했다는 것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알리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설명했다.

준공식이 시작되자, 박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약탈한 장애인 권리를 다시 복원하라", "해고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을 복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 관계자들은 이들을 둘러싸며 제지했고, 활동가들은 몇 분 뒤 현장을 빠져나갔다.

"광화문 광장은 오세훈의 놀이터가 아니다"
▲ 감사의 정원 준공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6.25 참전유공자, 각국 대사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 감사의 정원 준공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 참석해 6.25 참전유공자와 석재 조형물을 감상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감사의 정원은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추진한 사업이다. 오 후보는 이날 준공식 현장을 찾아 축사했다. 오 후보는 "광화문 광장에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이 살아있지만, 대한민국의 자유와 이를 위해 희생한 세계 시민의 연대를 기억하는 공간은 없었다"며 "감사의 정원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오 후보는 "감사의 정원이 대한민국을 지켜낸 헌신을 오래 기억하는 장소이자 세계 시민이 함께 공감하는 연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과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자리했다.

감사의 정원은 오 후보가 2024년 발표한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의 일환에서 추진됐다. 당초 광화문 광장에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국가주의를 과도하게 강조한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이후 6·25 참전 22개국을 기리는 감사의 정원으로 계획을 수정했으나, 이번에는 준공 과정 동안 예산·적절성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감사의 정원에는 참전국 22개국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취지로 집총경례(받들어 총) 모양의 석재 조형물 23개가 설치됐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광화문광장의 장소성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여기에 조성 과정에서 약 207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준공식 현장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 '감사의 정원' 준공식 앞 1인 시위 나선 권영국 "광화문광장은 오세훈 시장 놀이터 아니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 행사장 앞에서 ‘받들어총’ 조형물 설치에 반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 유성호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 행사장 앞에서 ‘받들어총’ 조형물 설치에 반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준공식 전 감사의 정원 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권 후보는 "역사적 맥락도 없이 국민 세금을 엉뚱하게 콘크리트 조형물에 낭비하는 오세훈 시장의 시정은 누구를 위한 시정이냐"며 "광화문 광장은 오 시장의 놀이터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 쉼터여야 하는 이 공간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당장 철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준공식 전 기자회견을 열어 "6·25 참전국들이 전투를 벌인 적도 없는 광화문 광장에 참전국 조형물을 만들 필요가 무엇이 있겠느냐"며 "반역사적이고 몰역사적인 감사의 정원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오 후보와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발장에는 "(감사의 정원) 준공식이 공직선거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행사가 아니며 치적을 홍보하기 위한 명백한 선거 개입 행위"라는 주장이 담겼다.
 한글단체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들과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 행사장 앞에서 ‘받들어총’ 조형물 설치에 반대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감사의 정원 조성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박경미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감사의 정원 준공을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시민적 공감도 충분한 숙의도 없이 행정적 절차도 도외시한 채 밀어붙인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결정판"이라며 "민주주의 성지에 군대 사열을 연상시키는 '받들어 총' 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광장의 정체성과 역사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시장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준공을 서두르는 이유는 본인의 선거 공모물에 채워 넣을 '준공 사진' 한 장을 위해서가 아니냐"며 오 후보를 직격했다.

▲ '감사의 정원' 준공식 앞에서 펼쳐진 예술가들 '받들어총' 풍자 퍼포먼스ⓒ 유성호
 예술가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 행사장 앞에서 ‘받들어총’ 조형물 설치를 풍자하는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월남전참전자회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감사의 정원 준공식에 참석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유성호
▲ 감사의 정원 준공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 정원에서 준공식이 열렸다. 6·25전쟁에 참전한 우방국을 기린다며 조성된 '받들어총' 모형의 석재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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