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마인데 ‘무투표 당선’?…유권자 알권리 침해 논란 확산

홍창빈 기자 2026. 5. 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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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원 32개 선거구 중 '8곳' 무투표 당선 가능성...역대 최다
첫 출마 정치신인 2명도 '무투표 당선'...유권자들 "황당하다"
무투표 지역, '선거운동 전면중지' 논란... 사실상 '깜깜이 선거'
6·3지방선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선거 본선 후보 등록을 앞두고 각 정당의 공천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무투표 선거구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제한되면서 유권자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6·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이 오는 14일과 15일 이틀간 진행되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예상 지역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입후보로 무투표 선거구가 될 경우 해당 후보자의 선거운동이 전면 중지되면서 유권자의 알권리 침해 논란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12일 기준 제주도의원 선거 정당별 공천 현황을 보면, 32개 선거구에 총 64명이 공천돼 평균 2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32명, 국민의힘 17명, 진보당 5명, 개혁신당 2명, 조국혁신당·정의당 각 1명, 무소속 6명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선거구에 후보를 공천했지만, 국민의힘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무투표 당선이 예상되는 단독 후보 지역은 8곳에 이르고 있다.

제주시 지역에서는 △일도1동·이도1동·건입동(한권·더불어민주당) △이도2동갑(김기환·더불어민주당) △화북동(강성의·더불어민주당) △삼양동·봉개동(박안수·더불어민주당) △아라동갑(김봉현·더불어민주당) △애월읍을(강봉직·더불어민주당) 등 6곳이 단독 후보로 분류된다.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대천동·중문동·예래동(임정은·더불어민주당) △남원읍(송영훈·더불어민주당) 등 2곳에서 각각 1명만 등록한 상태다.

해당 지역에서 추가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표 없이 당선이 확정되는 '무투표 당선'이 성립된다.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뿐 아니라 이번 선거에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인 삼양동·봉개동의 박안수 후보와 아라동갑 김봉현 후보까지 무투표 당선이 예상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무투표 당선 예상 인원은 역대 누적 규모를 넘어선 수준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치러진 역대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인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1명(신관홍)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3명(김태석·이상봉·좌남수)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2명(김경학·송영훈) 등 총 6명이다. 반면 2006년 제4회와 2014년 제6회 선거에서는 무투표 당선인이 없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이러한 누적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무투표 당선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며, 선거 열기도 급속히 식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무투표 당선 예상 지역이 늘어나면서 유권자들이 선거 기간 중 자신이 속한 지역의 당선자를 미리 확인할 기회마저 제한된다는 점이다. 사실상 '깜깜이 선거'다. 이로 인해 유권자 알권리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직선거법 275조는 투표를 실시하지 않는 선거구의 경우 후보자는 후보자 등록이 완료되면 선거운동을 중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단독 출마 선거구에서 후보자의 과도한 선거운동을 방지하고, 선거운동 비용 절감과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이 규정이 후보자가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한할 뿐 아니라 유권자의 알권리까지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단독 입후보한 후보자는 후보 등록 이후 기존에 게시된 현수막을 철거해야 하며, 거리 인사나 정책 발표 등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특히 이번 선거에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들의 경우, 정당 공천을 위한 경선 과정 외에는 지역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신을 알릴 기회마저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 유권자 역시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만큼 알권리가 침해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경우 선거운동을 제한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법률에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투표 당선자라 하더라도 정책 발표 등 최소한의 범위에서라도 선거운동을 허용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당선자는 도민들의 대표자로서 도의원이 되는 것인데, 무투표 당선자에게 대표성이 있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도민이 선출하지 않은 사람이 대표로 가는 일이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가 교육의원 제도를 없앤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단독으로 출마해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사람이 도의원이 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는 도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도 "선거운동을 금지하면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공약을 알고 검증할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정당의 경선 과정에 관심이 없던 도민들은 그 사람이 어떤 후보인지 알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좌 대표는 "국회에서 무투표 당선 방지법이 발의됐다 폐지됐는데, 다음 지방선거에서다로 찬반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민간에서 이뤄지는 각종 선거나 투표에서도 찬반 여부를 묻는데, 무투표 당선은 선택의 기회가 아예 봉쇄돼서 참정권이 박탈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국회의원(제주시을)은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해당 규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향후 구성될 정개특위나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이번 지방선거 이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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