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이익 어떻게…김용범, ‘국민배당금’ 화두 던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인공지능(AI) 시대에 국내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의 일부를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국민배당금’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도체 호황기를 맞아 크게 늘어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성과 보상, 재투자, 주주 환원 중 어디에 써야 하느냐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김 실장이 국민배당금 화두를 던진 것이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AI 시대의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썼다. AI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아니라 산업 인프라 산업에 가깝고,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정밀 제조, 전력 장비, 산업 자동화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통합적으로 보유한 나라라는 이유다. 김 실장은 “순환형 수출 경제에서 기술독점적 성격이 강한 경제 구조로의 이동, 이것이 지금 한국 앞에 열려 있는 가능성의 핵심 본질”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AI 시대의 초과이윤은 속성상 집중된다”며 K자형 격차, 즉 분배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국민배당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실장은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아온 산업 기반 위에서 나온다”며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국민배당금인지는 언급하지 않고 “청년 창업 자산으로 갈 것인가,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갈 것인가, 예술인 지원으로 갈 것인가, 노령연금 강화로 갈 것인가, 아니면 AI 시대 전환 교육 계좌로 갈 것인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김 실장은 “지금 한국 앞에는 드문 역사적 가능성이 놓여 있다”며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나라를 넘어, AI 시대의 초과이윤을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가능성”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이 글에서 줄곧 ‘초과이윤(excess profit)’이란 표현을 썼다. 초과이윤은 완전경쟁시장에서 얻는 ‘정상이윤(normal profit)’과 달리 특정 기업이 구조적 독점이나 과점으로 인해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이윤을 얻는 걸 뜻한다. 김 실장이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같은 기업이 얻는 이익을 정상이윤이 아니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제 김 실장은 ‘기술독점경제’란 표현도 썼다.
노조는 “성과 보상으로”, 주주는 “배당으로”
김 실장의 화두 제기는 최근 AI 관련 산업이 거둬들이는 돈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느냐는 사회적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
![삼성전자 사업부문별 실적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삼성전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joongang/20260512113307489wqtp.jpg)
삼성전자 노조는 최근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상한선을 폐지하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 주장은 영업이익의 상당수를 자사 직원에게 성과 보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결실에는 수많은 인프라와 협력 기업, 400만명이 넘는 소액 주주와 국민연금이 연결돼 있다”며 “이익을 회사 내부 구성원끼리만 나눠도 되는 이슈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10일 삼성전자 노조 요구와 관련해 “회사 미래가치와 통상의 주주 배당권을 침해하는 어떠한 협상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영업이익의 주주환원 필요성에 더 무게를 뒀다.
정치권에선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반도체 산업 호황은 여러 차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과정에서 농어민들의 시장 개방이라는 희생과 인내가 축적된 결과”라며 “이익 일부를 농어촌에 환원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6·3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김 실장은 최근 잇따라 공격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금융의 구조 시리즈’라는 제목의 글을 잇따라 올려 고신용자에 낮은 금리를, 저신용자에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비판했다. ‘금융 양극화’ 문제의 화두를 제기하며 경제 관료로 일평생 살아온 자신을 “공범”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실장이 민감한 어젠다를 제기하고 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12일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주장에 대해 “직접적으로 논의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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