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모두 집어삼키는 시대, '성수투어' 개척자는 여기 주목했다
[윤찬영 기자]
|
|
| ▲ <커뮤니티 빌더들>을 낸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 |
| ⓒ 백영선 |
최근 <커뮤니티 빌더들>(현익출판)을 낸 백영선 플라잉웨일 대표는 '아트피셜 인텔리전스'(인공지능) 못지않게 '아날로그 인텔리전스'가 중요하다고 믿는다. 백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또 다른 AI와 커뮤니티 이야기를 들어봤다.
백 대표는 자신이 하고 있는 두 가지 일, '성수동 인사이트 투어'와 '커뮤니티 구축'을 아날로그 인텔리전스(AI)라는 열쇠말로 연결했다.
"성수동 인사이트 투어는 오늘날 한국에서 가장 감각적인 공간을 직접 경험하도록 돕는 기회이고, 커뮤니티는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장이란 점에서 둘 다 아날로그 인텔리전스(AI)를 쌓는 일이다."
AI시대, 그가 성수동과 커뮤니티에 주목하는 이유
백 대표는 서울 성수동 투어를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마흔 무렵 대기업을 나와서 개인·조직의 성장을 돕는 온오프라인 행사 기획·운영 1인 기업을 차렸지만 곧바로 코로나19 사태를 맞닥뜨렸다. 대학 시절부터 사람들을 모으고 문화 행사를 기획하는 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그에게 '모이면 죽는다'던 시절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공한 브랜드와 사람을 소개하는 어느 매체를 통해 브랜드와 사람에 담긴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오프라인 공간과 로컬이 주는 특별한 경험엔 시간이 흘러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
|
|
| ▲ 성수 인사이트 투어 모습 |
| ⓒ 백영선 |
"기업들이 성수 인사이트 투어에서 얻어가려는 건 결국 다른 기업과 브랜드들이 그곳에서 어떤 고객 경험을, 어떻게 창출하려고 하는가다. 그러니까 기업들에게 성수라는 공간은 고객 경험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객들은 그곳에서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으로 기업·브랜드 커뮤니티에 자연스레 묶이게 되고, 자신의 경험을 SNS에 공유함으로써 또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성수동 건물가가 3.3㎡당 5억 원 넘게 치솟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런 비싼 땅에 팝업 스토어를 여는 기업들은 공간 가득 제품을 채워 넣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진 않다. 성수동 팝업 스토어들엔 이상하리만치 여백이 많다.
가령, 탬버린즈 성수 플래그십스토어는 건물 뼈대만 남긴 채로 아예 1층부터 3층을 통째로 비웠다. 백 대표는 이를 두고 "건물과 공간이 곧 미디어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미디어 안으로 빨려 들어가 '머물고 느끼면서 브랜드 커뮤니티로 묶인다.'
브랜드의 고객 커뮤니티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을 나누는 집단이다. 때로는 그 경험을 함께 만들고 퍼뜨리기도 하면서, 마치 미디어처럼 움직인다. 그런 면에서 성수동의 팝업 공간은 커뮤니티와 맞닿아 있다.
"이런 커뮤니티들은 처음에는 수익이 나지 않지만 사용자의 욕망과 관심을 캐치해 모으고, 불편 사항을 개선하는 과정 속에서 점점 비즈니스 가능성을 만들어 갑니다. 그렇게 서로 비슷한 것들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점점 모이다가 어느 순간, 커뮤니티에 자연스럽게 '커머스'가 붙습니다. 그래서 '콘텐츠(Content) + 커뮤니티(Community) + 커머스(Commerce)'라는 3C 구조가 스타트업의 전형이 된 것이기도 합니다. 결국 커뮤니티 forward 비즈니스는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해 비즈니스의 미래 가능성을 키워 가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빌더들>, 67쪽)
코로나19 시절, 그는 성수동에서 일어나는 조용한 변화를 눈여겨보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오프라인 체험이 더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커뮤니티의 시대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아마도 그가 대학 동아리 시절부터 사람들과 온몸으로 부딪히며 쌓아온 '관계의 경험' 덕일 터.
"인공지능은 남의 경험을 매끈매끈하게 전달하지만, 그건 간접 경험일 뿐이다. 보고 듣고 먹고 만지고 느끼는 감각들을 인공지능이 압축해서 화면에 보여주면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오해하지만 그건 가짜 경험이다.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또 다른 AI, 즉 아날로그 인텔리전스는 커뮤니티에서 얻을 수 있다. 오늘날 여전히 커뮤니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
| ▲ 성수동 인사이트 투어 모습 |
| ⓒ 백영선 |
2016년에 처음 문을 연 '낯선대학'은 어느새 10년을 지나 1천 명 가까운 동문을 배출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서로의 삶과 일에 엄청난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커뮤니티를 만들거나 잘 활용하려면 커뮤니티가 무엇인지부터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정의하는 커뮤니티는 2명 이상만 모이면 되지만, 지향점이 같고 서로 영향을 줘야 한다. 또 커뮤니티는 연결되고, 연대하고, 연속(지속)되어야 한다.
"커뮤니티가 연결되고 연대해서 연속하게 하려면 흥미와 재미가 있어야 하고, 서로 지지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성장과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그러니 오래 가는 커뮤니티를 만들려면 이러한 기준과 원칙에 견줘 어떤 것들이 부족한지를 찾아 바꿔가야 한다. 그리고 바꾸지 못할 것이란 판단이 서면 과감히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커뮤니티가 우리들의 발목을 잡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커뮤니티가 실패하는 경우를 보면, 공통적으로 '커뮤니티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순간'이 찾아옵니다. 커뮤니티는 원래 어떤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이어야 해요. 그런데 커뮤니티 자체를 더 좋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커뮤니티의 분위기가 금세 무거워지고 엇박자가 생깁니다. 커뮤니티의 핵심인 '유연함'이 사라지기 쉽죠. 구성원들도 리더의 욕심을 금방 감지합니다. 커뮤니티는 모두가 함께 존재하기에 잘 굴러가는 구조입니다. '내' 커뮤니티라는 생각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균형이 깨지고 신뢰가 무너져요." (147쪽)
그는 커뮤니티도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커뮤니티 1.0 시대엔 주로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느 학교를 다녔는지와 같은, 바꿀 수 없는 과거에 뿌리를 둔 커뮤니티가 많았다면,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현재와 미래에 닿아 있는 나의 취향이 더 중요해졌다.
SNS의 등장으로 커뮤니티 3.0 시대가 열렸다. 저마다의 철학과 취향이 더 뚜렷해지면서 사람들은 커뮤니티 리더 또는 브랜드의 철학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결이 맞는 커뮤니티를 좇게 되었다. 다양한 소규모 커뮤니티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더불어 가입 문턱도 사라졌다.
최근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커뮤니티 4.0의 특징은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이라 할 수 있다.
"과거처럼 리더나 플랫폼 사업자가 성과를 독식하는 구조는 점점 힘을 잃고 있어요. 이제 커뮤니티의 가치는 구성원 개개인의 참여와 협력, 그리고 그에 대한 공정한 보상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커뮤니티 4.0에서는 규모나 영향력보다 구성원의 기여와 참여 정도가 중요합니다. 구성원은 단순히 소속된 존재가 아니라, 활동하고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 보상을 받고 권한을 가집니다. 이것이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모두가 함께 가꾸는 공유지 기반 커뮤니티 거버넌스를 지향하는, 커뮤니티 4.0입니다." (33쪽)
그는 결국 커뮤니티의 본질 가운데 하나는 고객과의 핫라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는 고객을 더 구체적으로 선명하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때 고객 커뮤니티가 기업과 소비자를 다시 '뜨겁게' 연결하는 핫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커뮤니티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가장 빨리, 직접적으로 도달하는 채널이니까.
이제까지 멤버십으로 고객을 '관리'하는 데 그쳐온 기업들에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일은 앞으로 무척 중요한 브랜딩과 마케팅 활동이 될 것이라고 백 대표는 내다봤다.
"커뮤니티는 많은 기업에게 여전히 필요합니다. 즉 '커뮤니티를 해야 한다' 혹은 '안 해도 된다'가 아니라,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만들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그 관계를 눈에 보이도록 구현한 것이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226-227쪽)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이들에겐 "작게 시작하라" 그리고 "꾸준한 콘텐츠는 기회를 만든다"는 말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콘텐츠는 다른 누구의 것과도 달라 신뢰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출발할 필요는 없습니다. '작게 그리고 꾸준하게!' 이걸 기억하고 당신만의 커뮤니티를 시작해 보세요." (244쪽)
AI가 모든 걸 집어삼키는 시대, 여전히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느끼면서 얻는 '아날로그 인텔리전스'의 가치를 믿는다면 이 책 <커뮤니티 빌더들>을 읽어보기 바란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살 때 들은 경찰의 한 마디...성범죄 피해자 돕는 '개발자' 된 이유
- 시민이 은행 세운 이탈리아, 60년 금융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
- 금양·소액주주, 한정애 의원 발언에 반발 "상폐 기정사실화 우려"
- 3D 프린터 쓰다 사망한 과학교사...그의 아버지가 대법까지 가겠다고 나선 이유
- "교과서는 거의 안 봐" 아이가 수상한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 코스피, 사상 첫 7800선 돌파… JP모건 "코스피 1만 시대 온다"
- 시내버스 타고 음식 만들고 손빨래하고... 이런 '체험학습' 어때요
- 광화문광장에 '받들어총' 조형물, 안 된다
- [오마이뉴스·STI 예측] 부산 전재수 47.2% - 박형준 38.1%
- 조국혁신당 배수진 "민주당 벽, 기어서라도 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