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 남녀 300명 모아 ‘특별 매칭’…집콕 그녀 집밖 뛰쳐나왔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요즘 휴일이 즐겁다. 새로운 친구들이 생겨서다. 휴일마다 함께 운동하고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수다를 떤다. A씨가 친구들을 만난 곳은 지난 3월 성남시가 주최한 청년 교류 행사 ‘커넥터스(Connect-us)’였다. 성남시 거주자와 지역 기업체에 재직 중인 27~43세(1982~1998년생) 미혼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요리·여행·영화·운동 등 다양한 관심사를 매칭해 연결하는 행사다. A씨는 “지자체 행사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대화하면서 친해졌다”고 말했다.
커넥터스는 지난해 12월(1기)과 올해 3월(2기) 2차례 걸쳐 진행했는데 1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2기 참여자 모집엔 300명 정원에 428명(남자 219명, 여자 209명)이 신청을 했다고 한다. 성남시 관계자는 “행사 이후에도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소그룹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친구는 물론 인연을 만난 참가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청년들의 교류·소통 등 돕기에 나섰다. 고립·은둔·외로움을 겪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서다. 11일 국무총리 비서실이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비율은 5.2%로 2022년 2.5%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 소통을 어려워하거나 자발적으로 고립·은둔을 택하는 청년들이 늘면서 지자체들도 노년층 위주로 추진했던 외로움 극복 정책을 청년층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올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외로움돌봄국을 출범한 인천시는 ‘정서적 연결망 강화’에 집중한 청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조직 생활을 경험하며 대인 관계를 연습하는 ‘가상회사’와 라면을 먹으며 이웃과 대화·상담할 수 있는 개방형 공동체 공간 ‘우리 동네 마음 라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시민 참여형 챌린지와 지역사회 연계 행사 등 다양한 방식의 연결 캠페인도 연중 상시 전개한다. 인천시 관계자는 “열린 접근과 집중 지원을 함께 추진해 외로움 없는 지역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
2023년 전국 최초로 고립·은둔 청년 종합대책을 추진한 서울시는 최근 고립·은둔 청년 발생을 예방하고 사후 지원을 하는 ‘고립·은둔 청년 溫(온·ON)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경기도도 일상 회복 맞춤형 프로그램과 1대 1 온·오프라인 상담 등을 지원하는 ‘나와(with me), 볼만한 세상’ 사업을 시행 중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1인 가구의 고립과 외로움 문제 해결을 위해 ‘1인 가구의 날’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사업’을 제도화한 광주광역시는 대상자 발굴을 위한 3차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광주광역시가 지난 2차례 실태 조사에서 발굴한 은둔형 외톨이는 5000여명에 이른다.

경기 수원시도 청년의 특성에 맞춘 ‘다시 밖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턴 화성시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24시간 상담해주는 ‘JUMP FRIENDS(점프 프렌즈)’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지역 청년 2184명을 대상으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3.2%가 고립·은둔 관련 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며 “청년 개인의 자율성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정책 대상은 지자체별로 약간 차이가 있다. 서울시는 ‘외출이 거의 없고 6개월 이상 은둔 상태 청년’이, 대구시는 ‘1년 이상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 상태’가 대상이다. 인천시는 ‘6개월 이상 집 등 한정된 공간에서만 생활’을 조건으로 한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과도한 경쟁과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통한 관련 예산 확보는 물론 청년 공간, 지원 프로그램 등 맞춤형 지원 시스템과 예방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더중앙플러스-이런 기사도 있어요
「 아빠 찌르려던 칼 내게 겨눴다…스물셋 여대생 ‘8년 은둔생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4378
“은둔할거면 최소 2년 해봐라” 7년 방에 갇힌 청년 뜻밖 조언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5679
」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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