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죽은 남편과 대화한다…AI 망자가 위험한 이유

선희연 2026. 5. 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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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이 방송 듣는 사람 중에 팔에 소름 돋는 분들 계시죠? 아, 죽은 사람 목소리랑 너무 똑같아서 기분 나빠…. (당신은) 정상입니다. "
지난해 말, 유튜브를 통해 송출된 ‘고스트네이션, 더 넥스트’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분명 그였다. 2014년 10월, 세상을 떠난 ‘마왕’ 신해철.

그 목소리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신해철이 아니다. 나는 신해철의 유령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신해철의 확률이다.” 한마디로, 그는 ‘AI 신해철’이었다.

AI는 신해철이 생전에 남긴 수십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학습해 그의 목소리·말투·호흡, 그리고 사고방식을 학습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엔 이런 톤으로, 이런 내용을 말할 것’이라는 결과값을 방송으로 내놨다.

반응은 엇갈렸다.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라도 마왕과 살고 싶다”며 감격했고, 다른 이는 “오싹하다”며 거부감을 보였다. “그가 그립긴 했지만, 이게 맞는 걸까”라며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많았다.

거침없는 입담으로도 사랑받았던 신해철은 2014년 4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AI 신해철’의 귀환은 이미 낯설지 않은 기술이다. 최근 장례식장에는 AI로 복원된 고인의 얼굴이 조문객을 맞이한다. 유족들은 AI가 망자의 목소리로 건넨 마지막 인사를 들으며 오열한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은 죽은 가족을 AI 아바타로 되살려 원할 때마다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앱을 출시한 바 있다. AI 기술 앞에선 죽음마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이 아니다.

" 상실의 감정은 고통스럽지요. 하지만 바로 그 상실의 고통이 삶의 무게 중심을 잡아줍니다. 죽음과 상실의 아픔이 사라지면 삶과 존재의 가치도 한없이 가벼워지고 맙니다. "
임상심리학 박사인 고선규(50) 마인드웍스(임상심리전문가 그룹) 대표는 “어떤 기술로도 ‘태어남’을 대신할 수 없듯, AI 역시 죽음을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상실을 딛고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사는 법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애도 심리학을 다룬 『슬픔이 서툰 사람들』(아몬드)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최근 AI 시대의 애도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그런 그에게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었다.

" AI가 고인마저 소환하는 이 시대, 우리는 ‘상실’의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요? "

'심리부검면담' 전문가인 고선규 대표는 자살 사별자와 애도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슬픔이 서툰 사람들』(2026)『여섯 밤의 애도』(2021)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2020) 등의 책을 썼다. 우상조 기자

(계속)
만약 죽은 사람이 AI로 되살아온다면, 우리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간절한 그리움을 달래줄 축복일까, 상실의 고통을 영원히 끝내지 못하는 마취제일까. 아니 그 전에, 고인은 AI로 다시 살아나는 걸 원하기는 할까.

고인의 기억을 되살려 대화하는 시대. 기술은 앞서가는데, 우리의 논의는 아직 거기까지 따라가지 못한 상태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해야 할 시점이다. 애도 전문가 고선규 대표는 어떤 대답을 내놓았을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진다.

- 애도는 ‘청소’가 아니다
- AI의 위로, 단 조건이 있다
- AI로 살아난 고인, 위로일까 독일까
- 고인은 AI로 되살아나고 싶을까?
- 죽은 사람 얘기지만, 사실은 사는 얘기

☞밤마다 죽은 남편과 대화한다…AI 망자 소환, 그 위험한 위로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7070

■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이란?

「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노동의 영역으로 슬며시 파고들어와 대체불가능한 ‘비서’의 얼굴로 자리잡더니, 이젠 친구와 가족의 모습으로 둔갑해 감성의 영역까지 침투했다. AI는 세상을 떠난 부모님의 그리운 목소리를 재현하고, 든든한 친구처럼 내면의 상처를 위로한다. 어느덧,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가장 깊은 속내를 AI와 나누는 이들이 늘고 있다.

‘더, 마음’은 AI가 인간의 마음 속까지 파고드는 시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AI에 대해 연구하는 심리·종교·철학·의료분야 전문가를 만났다. 이들이 들려준 ‘AI 시대, 인간의 존재 의미’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상실’을 상실했다…고인을 소환하는 AI
② 종교·신비주의에 빠진 디지털 네이티브
③ 어떻게 해도 AI를 이길 수 없다…‘인간의 쓸모’란
④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는 바로 이것

■ '더, 마음' 기사를 더 읽고 싶다면?

「 “의사처럼 전문직 인정받는다” AI가 뒤바꿀 요양보호사 몸값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2764

서울대생 수강신청 피 터진다…AI 시대에 웬 신비주의 수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8838

“AI 때문에 해고? 솔직해지자…당신은 다른 이유로 잘린 것”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20707

“부처님 말 그대로 안 믿는다” 그 정신과 의사 절 들어간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402

선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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