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 잡으려다 나는 증시 꺾을라… 고민 깊어지는 한은

신현송 체제 한국은행의 금리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코스피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뛰면서 물가는 다시 꿈틀대고 있다. 여기에 소비와 건설 등 내수 회복세는 여전히 약하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면 물가와 환율이 부담이고, 인상하면 내수와 금융시장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국내 증시는 사상 처음 78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가 불장에 진입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부담이 된다.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주식의 매력을 낮춰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특히 미래 이익 기대가 큰 반도체 업종은 금리 상승에 더 민감하다. 한은이 증시만 보고 금리를 정하지는 않지만,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주식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금융시장 충격이 소비와 투자심리로 번질 가능성도 외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물가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9.3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6% 올랐다. 석유류 가격이 21.9% 뛰며 물가를 밀어올렸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본격 반영된 영향이다. 기름값 상승은 운송비, 항공료, 공산품, 외식·서비스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물가만 보면 금리 인상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공급 충격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라도 장기화되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이 앞으로도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임금과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표적인 ‘비둘기파’로 꼽혀온 신성환 금융통화위원도 이날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기에 성장과 상충하더라도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해 온 신 위원마저 신중론을 꺼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그만큼 유가 상승 충격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유상대 한은 부총재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유 부총재는 지난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은이 실제로 인상 카드를 꺼내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변수는 내수다. 반도체 수출과 증시가 뜨겁다고 해서 경제 전반이 같은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 위원도 한국 경제의 양극화 구조를 언급하며 “일부 부문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물경제 부문은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 회복세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전기 대비 0.3%,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가계의 이자 부담은 늘고,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금융비용도 커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건설경기, 취약 차주 문제까지 감안하면 금리 인상은 실물경제의 약한 고리를 더 세게 자극할 수 있다. 한은이 쉽게 금리 인상 혹은 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운 이유다.
오는 28일 신현송 총재가 주재하는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8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통위 이후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거나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 기조에 올해 1분기 성장률도 나쁘지 않았던 만큼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을 비롯한 국제외환시장도 변수”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신 위원 후임으로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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