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희의 문장으로 읽는 책] 사람이 죽었다, 모두가 행복해졌다

툭, 가슴 속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과 연결되고 싶었던 나의 미련이었다. 사람으로서, 인간이기에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엄마는 더 이상 내게 인간이 아니었다.
-조승리의 『용궁장의 고백』

“부모가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자식을 하느님은 용서해 주실까?” 이런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가족이란 보는 사람만 없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말이 떠올랐다.
낡은 모텔 용궁장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전원이 사망한다. 언론은 재난의 희생자들을 애도하지만, 사실 피해자들은 끔찍한 폭력의 가해자들이었다.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모두가 행복해졌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란 허상일 뿐이다. 살기 위해 악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 선악이 뒤엉켜 악다구니치는 삶의 현실을 푹 떠다 놓은, 날 것의 힘에 소설가 장강명은 “머리에 불도저가 쳐들어온다는 느낌”이라고 평했다.
올해로 마흔인 조승리(사진) 작가는 열다섯 살부터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서서히 시력을 잃었다. 2003년 복지관의 비대면 수업으로 글쓰기를 배웠다. 지금은 일주일에 사흘은 본업인 마사지사로 일하고 나머지 날에 글을 쓴다.
“서쪽 창으로 해가 넘어가는 광경이 보였다. 석양의 붉은 띠가 빌딩 사이로 숨더니 점차 어둠에 잡아먹혔다.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어둠이 빛을 잡아먹는 순간을 좋아했다. 그 파괴적인 풍경이 내 안의 지루함을 잠시나마 달래주기 때문이다. 어둠이 내려오자 나는 억지로 끌어 올렸던 안면 근육에 힘을 풀었다. 어둠은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을 감춰 준다.”
서문 격인 작가의 말도 옮겨온다. “(이 이야기는) 눈물 대신 안도의 한숨이 내려앉은, 기이할 정도로 평온했던 어느 장례식장에서 구상됐다. 인간의 가슴 속에는 포악한 어둠 한 점이 산다. 그 어둠은 유독 가깝고 연약한 존재를 향해 ‘인륜’이라는 올가미로 그들을 옥죄고 만다. 일방적으로 강요된 인륜은 숭고한 가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다.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채 각자의 지옥을 버텨내고 있을 이들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양성희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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