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의 마켓 나우] 반도체의 다음 도약, 우주가 무대다

스페이스X의 상장 논의가 구체화되면서 저궤도 위성망을 활용한 통신을 넘어 ‘우주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상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모와 냉각 문제로 한계에 직면하자, AI 연산의 일부를 우주로 옮기는 시나리오가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이다.
태양광을 24시간 끊김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우주 환경, 극저온을 이용한 냉각 효율 극대화, 그리고 엣지 컴퓨팅(현장 분산 처리)을 통해 지상과 우주 간 통신 트래픽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우주 데이터센터의 핵심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주 환경에서 고성능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구동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가혹한 도전이다. 지구 자기장에 포획된 고에너지 입자층인 밴앨런대(Van Allen Belt)는 지상 생명체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지만, 그 아래 위치한 저궤도 위성들은 여전히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지구 자기장이 약해 방사선대가 지표면 가까이 내려앉는 남대서양 이상(SAA) 지역을 통과할 때, 반도체 회로는 고에너지 입자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지상의 미세 회로조차 우주방사선에 의한 오작동을 피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우주 궤도에서 고성능 서버급 컴퓨팅을 유지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난제다.

기존의 반도체 칩을 우주에서 사용하기 위한 기술적 접근은 세 갈래로 나뉜다. 물리적 방사선 차폐(shielding), 설계 단계의 오류 보정, 그리고 복수의 연산 결과를 대조하는 상호 보정 방식이다. 나아가 실리콘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2차원 초박막 소재를 활용해 우주방사선의 영향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신소재 연구도 병행 중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현실 의제로 떠오른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서로 다른 공정의 칩을 하나로 결합하는 이종 집적 기술은 기존 반도체와 우주용 특수 소자의 융합을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AI 연산이 자율형 하드웨어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면서 새로운 돌파구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1947년 트랜지스터의 발명 이후, 80여 년 만에 반도체 기술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앞두고 있다. 우주 반도체 기술은 우주·국방용 특수 반도체 시장을 거대한 민간 상업 생태계로 전환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진화를 선도할 인적 자원과 물적 인프라, 탄탄한 후방 산업을 드물게 모두 갖춘 국가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주라는 극한 환경을 미래 반도체 기술로 돌파하려는 연구자를 육성하고 지원하는 국가 시스템이다. 우주는 이미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시험대이자, 대한민국 산업의 다음 챕터다.
이병훈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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