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삼성에도 ‘아픈 손가락’ 있다
삼성전자의 가전·TV·스마트폰을 만드는 완제품(DX) 부문이 삐걱거린다. 지표만 보면 더 이상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모양새다. 매출은 2021년 166조원에서 2025년 187조원으로 1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조원에서 12조원대로 26% 감소했다. 자연스레 이익률은 뚝뚝 떨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업황 영향으로 보기엔 구조적인 수익성 후퇴 흐름이 포착된다는 게 증권가와 산업계의 판단이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판가 인상 여력은 제한된 반면, 마케팅·유통비와 물류 비용은 줄지 않는 구조다. 특히 중국 업체의 TV·가전 프리미엄 시장 진입까지 겹치며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반면 이익률은 최저치
2025년 DX 부문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2021~2025년) 중 가장 낮았다.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7조원, 12조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8%를 기록했다. 쉽게 말해 100원을 팔아도 영업이익으로 남는 돈은 6.8원에 그쳤다는 의미다. DX 부문은 2021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10.4%)을 유지했다. 이후 한 자릿수를 못 벗어나고 있다.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DX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조원, 3조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9%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1% 감소했다. 이익률은 6%다. 통상 DX 부문은 ‘상고하저’ 실적을 낸다. 신제품 출시가 집중되는 상반기에는 실적이 좋고, 하반기에는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 1분기에도 이익률이 바닥을 친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위기 시그널’이 감지된다. 업계에 따르면,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는 최근 임원 회의에서 “올해 DX부문 적자가 예상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도 전망치를 내려잡는다. 미래에셋증권은 5월 4일 보고서에서 올해 DX 부문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9000억원으로 기존 대비 29.5% 하향했다. DX 부문 기업가치(Implied EV)도 직전 평가(98조9000억원) 대비 16.2% 낮춰 82조8000억원으로 제시했다.
DX 부문 위기의 배경은 크게 3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전반적인 스마트폰·TV·가전 시장 불황이다. 글로벌 IT 소비 둔화로 ‘교체 수요’ 외에는 지갑이 열리지 않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닐슨아이큐의 페리 제임스 테크&내구재(Tech & Durable) 글로벌 총괄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2%, 4%였던 매출 성장률(Sales value growth)이 올해 0%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둘째, 중국 업체의 추격이다. TCL·하이센스 등이 DX 부문의 핵심 축인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과거에는 중저가 시장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프리미엄 시장 내 추격이 거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프리미엄 TV 시장 내 하이센스·TCL의 합산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39%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년 39%에서 28%로 떨어졌다. 생활 가전도 마찬가지다. 중국 업체는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제품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가격 경쟁과 기술 격차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비용 구조다. 앞선 두 가지 이유의 영향으로 원가·판관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가 평가다. 더군다나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DX 부문의 주요 경쟁사인 LG전자는 최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해상 물동에 대해 선사로부터 전쟁 할증료를 요구받고 있다”며 “전쟁 유류 할증료 등으로 전체 해상 물류비는 기존 예상 대비 1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DX 부문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국과의 경쟁으로 판가 인상이 어려운 과정에서 비용만 올라가는 전형적인 ‘마진 압박 구조’인 셈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면 점유율이 빠지고, 가격을 유지하면 이익이 줄어드는 딜레마”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 철수+핀셋 인사까지
삼성전자의 해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외형 유지보다 수익성 방어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가전 산업은 글로벌 경쟁 심화,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대외 환경 변화로 수익성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사업 전반에서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 행보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 내 TV·가전 사업을 철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중국 가전 시장에 진출한 지 34년 만이다. 가격 경쟁에 어려움을 겪는 시장에서 사업을 유지하기보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지역과 제품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이다.
최근 이례적 ‘핀셋 인사’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TV 사업을 담당하는 VD(TV·디스플레이)사업부장 자리에 이원진 사장을 선임했다. 이 사장은 구글코리아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14년 삼성전자 VD사업부에 합류했다. 콘텐츠와 서비스 사업 부문 전문가다. TV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해 볼 수 있는 삼성 TV 플러스, TV로 미술 작품을 구독하는 ‘삼성 아트스토어’ 등의 서비스 출시를 주도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인사를 보면) 하드웨어 성능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측도 이 사장의 선임 이유를 두고 “시장 이해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턴어라운드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강도 구조 개편도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월 17일 열린 임직원 경영 설명회에서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일부 중소형 가전 생산라인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자레인지를 만드는 말레이시아 공장은 폐쇄할 방침이다. 또 국내 영업 조직인 한국총괄에 대한 경영진단도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DX 주요 사업부의 인력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시에 중장기 방향성으로 로봇과 인공지능(AI) 드라이브를 강조 중이다. 박순철 CFO는 “제조 생산성을 혁신하기 위해 생산 거점에 투입할 제조 로봇을 개발하고 홈, 리테일 등으로 확산할 계획”이라며 “자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국내 경쟁력 있는 업체와 협업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투자나 인수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9호(2026.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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