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고정금리 다시 7% 눈앞…차주들은 변동금리로 몰렸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다시 연 7%에 바짝 다가섰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되면서 채권금리가 뛰어오른 영향이다. 차주들은 변동금리로 몰리고 있다. 신규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날 기준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연 4.38~6.98%로 집계됐다. 지난 3월 27일 상단이 7%를 돌파한 뒤 미국·이란 종전 협상 기대감에 지난달 20일 4.14~6.74%까지 내렸다가, 한 달여 만에 다시 7% 수준으로 올라섰다. 같은 날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6개월 기준)는 연 3.65~6.05%로, 상단 기준 고정금리보다 0.93%포인트 낮았다.
금리 재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주담대 고정형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무보증 AAA) 5년물이 뛴 영향이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1일 3.827%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반등해 지난달 30일 4%를 넘어섰고, 이달 8일에도 4.019%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와 긴축 우려가 동시에 채권금리를 밀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한 달 넘게 답보 상태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서 양국 간 교전이 이어지며 국제유가가 상승했다. 이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재확산 우려로 이어졌다. 채권시장이 주요국 긴축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장기채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여기에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시장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와 증시 활황도 금리 상승 요인이다. 은행권이 대출 총량 관리 부담 속에서 적극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데다, 증시 활황으로 시중 자금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조달 비용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교육 컨설팅사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은행들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라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역(逆)마케팅’ 기조가 있다”며 “주식시장으로 자금 수요까지 몰리고 있어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빠르게 내려가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차주들의 선택은 변동금리로 향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시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비중은 60.8%로 전달(71.1%)보다 10.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1월(90.2%) 이후 5개월 연속 내림세로, 2022년 6월(57.1%) 이후 3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고정형은 3~5년간 금리가 고정된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으로, 금리 변동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신 초기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
차주들이 변동금리를 더 선호하는 것은 당장의 금리 부담이 낮기 때문이다. 은행채 금리가 중동 리스크 여파로 급등했지만, 변동형 기준인 코픽스는 3월 신규취급액 기준 2.81%로 전월(2.82%)보다 0.01%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는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충격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영된다.
시장에서는 차주들이 향후 금리 하락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변동형을 선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동 사태가 진정되면 시장금리도 다시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며 “차주들이 우선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이후 고정형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높아지자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 조정으로 실질 대출금리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8일부터 주담대 금리감면권을 0.1~0.3%포인트 확대했다. 카카오뱅크도 주담대 금리를 0.2%포인트 인하했고, 우리은행은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수도권 0.3%포인트, 비수도권 0.5%포인트 낮췄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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