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휴가' 썼다고 계약연장 불발? 인권위 "차별이다"

이진민 2026. 5. 1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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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오마이뉴스> 보도 후 2개월 만에 시정 권고안 통보... "출산·육아 휴직으로 불이익 안돼"

[이진민 기자]

 서울 중구 저동 국가인권위원회
ⓒ 김시연
출산을 앞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에게 낮은 근무실적 평가를 부여하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앞서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미추홀구 임기제 공무원 이유진(가명, 35)씨 사건과 관련해 차별에 해당한다며 지난 3월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인권위는 이씨에 대한 재심사를 실시하고, 임신·육아휴직 사용을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2019년 9월부터 미추홀구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해 7월 소속과 팀장 A씨에게 출산휴가 사용 계획을 알렸다. 이씨는 근무 성과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계약 연장이 가능한 임기제 공무원으로 당시 재계약 시점을 앞두고 있었다.

팀장 A씨는 이씨와의 면담 자리에서 "애기는 축복인데 둘 다 가질 수 없다"며 "여기 나중에 또 와도 된다"고 발언했다. 이후 이씨는 A씨, 소속과 과장 B씨와의 면담 자리에서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받았다. B씨는 "휴직 기간 사람들 피로도 쌓이고 원망도 들을 수 있다"며 "한 사람으로 인해 다수가 어려움을 감수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미추홀구 보건소는 지난해 10월 근무실적 평가에서 이씨에게 계약 해지 대상에 해당하는 D등급(부진)을 부여하고, 낮은 평가 점수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했다. 구는 계약 기간 만료에 따른 당연 퇴직이라고 주장했으나, 인권위는 "이씨에게 출산·육아휴직 사용이란 사정이 없었다면 계약 연장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출산·육아휴직 사용 없었다면 계약 연장됐을 것"

인권위는 근무실적 평가 이전 면담에서 나온 상급자 발언에 대해 "육아휴직 사용 자체를 조직 운영상의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며 "이후 평가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씨는) 근무평가 이전에 계약 기간 만료 안내를 받았다"며 "이 같은 경위에 비춰보면 계약 종료 결정이 평가 이전 단계에서 사실상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평가는 형식적으로 재임용(계약 연장)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예정된 당연퇴직 결정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이씨가) 2019년 채용 이후 두 차례 계약을 연장해 2024년까지 총 5년간 근무했고, 이후에도 신규 채용돼 계속 일했다"며 "출산·육아휴직 사용이라는 사정이 없었다면 이전과 마찬가지로 재임용(계약 연장)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특히 인권위는 "피진정기관이 지방자치단체 소속 행정기관으로 모성보호 의무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며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그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더해 "출산·육아 휴직을 이유로 특정 개인에게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방식은 허용될 수 없다"며 "개인에게 전가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분담하여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미추홀구만의 문제 아냐, 모성보호제 전반 돌아봐야"
 인천시 미추홀구 보건소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 이유진(가명, 35)씨는 지난 2월 13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여성노동자회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진민
이씨를 지원한 김현주 인천여성노동자회 활동가는 "이 결과를 받기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며 " 많은 여성 노동자가 출산, 임신 등을 겪으며 문제 제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데 이씨의 싸움이 기록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추홀구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를 위한 전반적인 정책·예산 마련과 처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 변호사는 "모성보호 절차를 앞장서 지켜야 할 기관에서 오히려 차별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권위가 명확히 짚었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더불어 피해 당사자에 대한 권고 사항까지 구체적으로 담겼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구는 인권위 권고를 적극 수용해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차별과 부당한 대우가 있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인권위 판단의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이어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는 차별 없이 일할 권리가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과 불리한 대우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와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추홀구 보건소 총무과 관계자는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외부 위원을 포함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이씨에 대한 근무실적 평가를 다시 진행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 대책과 인권교육 등 다른 권고 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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