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탁서 문제 풀게 했다고 학대 신고”…황당 민원에 떠는 교사들

교사들이 학생 생활지도를 하거나 상담하는 과정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교육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11일 발표한 ‘2025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실적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438건 가운데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199건(45.4%)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교총에 따르면 학부모에 의한 피해는 2022년 이후 4년 연속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111건(25.3%), 학생에 의한 피해 61건(13.9%), 인사권자 등에 의한 신분 피해 55건(12.6%)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학생 생활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신고가 교사들의 가장 큰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총은 학부모 피해 유형 가운데 학생 지도 관련 상담이 125건이었고, 이 중 아동학대 신고 관련 사례가 74건으로 절반이 넘는 59.2%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사례도 다양했다.
한 교사는 학생이 위협적으로 다가오자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넘어졌다는 이유로 신고당했고, 하교 지도 중 “가까이 붙지 말라”고 말한 것조차 문제 삼아 민원이 제기됐다.
심지어 수학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에게 개별지도를 하면서 교탁 앞에서 함께 문제를 풀도록 했다가 “학생들 앞에서 문제를 풀게 해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 사건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교사가 상담 중 “1년 치 잘못을 다 한 것 같으니 더 이상 잘못된 행동을 하지 말라”고 말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됐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교총은 이 같은 사례들이 정당한 교육 활동까지 위축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주호 한국교총 회장은 “교사와 학교가 잘못된 행동을 훈계한 것조차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대상이 되는 현실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도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는 ▲중학생이 전자칠판에 교사를 성희롱하는 글 작성 ▲휴대전화 사용 지도를 하자 “칼 가져와 죽여버리겠다”고 발언 ▲여교사에게 “덩치가 커서 칠판이 안 보인다”, “뱃살쌤” 등 모욕적 발언을 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교총은 교육부의 기존 교권 보호 대책만으로는 현장 체감 효과가 부족하다며 ▲정서학대 기준 명확화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 맞고소 의무제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재홍 기자 hongj@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서전 한줄 없이 구청장 됐다…오세훈도 놀래킨 ‘정원오 119’ | 중앙일보
- 스페이스X, 상장 20일뒤 급등한다? “치고빠져라” 수익 전략 | 중앙일보
- 칼국수 일주일 내내 먹었다…90세 뇌교수, 40대 뇌 유지법 | 중앙일보
- “목욕 후 상의 벗고, 여자에게 들이대”…전청조 교도소 근황 | 중앙일보
- 여교사 신체부위 움켜쥔 초6…“성범죄 낙인” 되레 고소한 부모 | 중앙일보
- 속옷 차림 사진 공유한 이탈리아 총리…“오늘은 나, 내일은 당신” 딥페이크 경고 | 중앙일보
- 차 타고 성남까지 간 러브버그…이들 잡을 ‘장미의 유혹’ 작전 [르포] | 중앙일보
- 젓가락 올리고 탁 치자 ‘풍덩’…美토크쇼서 ‘소맥 폭탄주’ 원샷 | 중앙일보
- [단독] 23㎏ 빠진 채 기내식 연명…인천공항에 갇힌 난민들 | 중앙일보
- 독일 청년, 왜 한국서 죽었나…“택시비 12만원” 의문의 기록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