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생기부 기재 필요할까? 현직 교사에게 물어봤더니

이아연·박민주 2026. 5. 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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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선 '엄벌처벌 필요' - '이중처벌 우려' 의견 공존... 교사 보호하기 위한 '방패',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이아연·박민주 기자]

충남 계룡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교사 흉기 피습 사건으로 '교권 침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사건 이틀 뒤 '교권 보호 제도 개선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한국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긴급 교원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재명 정부의 첫 교권 보호 대책 발표(2026.1.21) 시행 이후 교권 보호가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답한 교원은 단 12%에 불과했다. 지난 1년간 교육활동 침해를 직접 경험하거나 동료의 피해를 목격한 교원은 86.0%로 밝혀졌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3년 5050건까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며 2024년에는 4234건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여전히 2022년(3035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 5법'이 시행되는 등 교사들을 위한 법적 제도가 마련됐음에도, 현장에서는 심각한 교권 침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교원단체는 학생부 기재 제도라는 '엄벌주의'를 강력히 촉구했다. 강주호 교총(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가해 학생 기록 누락은 학생 간 폭력 사례와 비교해 명백한 역차별로, '교사는 때려도 기록에 남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다"고 주장했다. "중대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를 내용으로 '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원희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정책실장은 "학창 시절 잘못을 사회에서도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육 당국은 이중 처벌과 소송 남발 등을 이유로 학생부 기재 제도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의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자 서울 소재 ㄱ 중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근무 중인 교사 ㄴ씨를 지난 8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생기부 기재 제도에 찬성하지만, 현장 목소리 충분히 반영해야"
 연도별 교육활동 침해 현황 (2020~2024) / 교육부 자료
ⓒ 이아연, 박민주
- 최근 학교 현장에서 교권 침해를 직접 겪거나 목격한 사례가 있었나요?

"현재에도 교권 침해 사례는 자주 발생하고 있어요. 꼭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사이 갈등이 생기면 교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달 전 학생 생활지도를 하던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적이 있었어요. 학생이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아 교사가 등을 가볍게 치며 제지했는데, 이후 학생 측에서 오히려 아동 학대를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죠. 법적 소송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교사로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지난해 10~11월쯤에는 수행평가 시간에 한 학생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고 계속 사용한 일이 있었어요. 교사가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지도했지만, 학생은 거부했고, 흉기를 꺼낸 채 교사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어졌어요. 결국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게 됐고, 해당 교사는 심리적 충격으로 일주일 정도 교권 침해 특별 휴가까지 사용했어요. 최근엔 인스타그램(SNS)에 '돼지XX'라며 교사 비하 발언을 올리는 사이버상 교권 침해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아주 특별한 사례라고만 보긴 어려워요.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매우 빈번히 열립니다. 물론 형식적으로 열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만큼 교사와 학생 사이 갈등이나 교권 침해 문제가 잦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찬성합니다. 학교폭력도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데, 중대한 교권 침해 역시 명백한 학교생활 문제이기 때문에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기부 기재 하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겠죠. 그래도 지금보다 교권 침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효과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생기부 기록은 사후적 처벌이지만,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전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예요.

소송 남발이나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를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지금의 날 선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보완형 기재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잘못을 박제해 앞길을 막는 낙인이 아니라, 진심 어린 반성이 있다면 기록을 유보하는 '조건부 기재'나 사건 이후 학생의 성장 변화를 함께 담는 '정성적 평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제도가 정교해진다면 학부모 역시 무조건적인 소송보다는 교육적 해결을 먼저 고민하게 될 거예요. 무엇보다 교사가 홀로 소송의 공포를 감당하지 않도록 '교사 보호 전담 법률관' 등 구체적인 방패가 마련되어야 하죠. 이런 고민이 선행될 때 비로소 이 제도가 현장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예요."

-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 만족하시나요?

"현재 교권보호위원회나 '하이클래스' 같은 안심번호 서비스, 심리 상담 제도 등이 마련돼 있어요.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교사들은 이러한 보호 울타리 속에 있어도 여전히 협박과 흉기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제도들은 사후 처리에 치중되어 있거나 물리적인 공격을 막아주기에는 너무나 낮은 담장에 불과해요."

-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교육여론조사(KEDI POLL 2025)' 결과, 국민의 39.7%가 교권 침해 원인 1위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고 합니다. 이에 교총은 "권리만을 강조해 온 학생 인권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교실 질서를 붕괴시키고 다수 학생의 학습권까지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학생 인권 강조의 흐름이 교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느끼시나요?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권리가 충돌했던 사례가 있나요?

"코로나19, 학부모의 과보호 등으로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는 점은 사실이에요. 제가 교생으로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학생 권리 보장을 이유로 휴대폰을 걷지 않았어요. 휴대폰을 걷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업 시간에 휴대폰과 에어팟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었어요. 학생 권리 보호 제도를 악용해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생각해요.

교사의 사소한 제재나 언행에도 몇몇 학생들은 과민반응 하며 '신고할 거예요'라는 협박성 발언까지 해요. 이렇게 아동 학대, 인권침해라고 협박하며 강조하는 학생의 인권과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교사의 '수업권'이 충돌되는 경우가 있어요."

- 우리 사회가 교권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미디어가 이 문제를 너무 단편적으로 비추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스타그램(SNS)을 통해 바이럴 된 릴스 등 소수의 사례가 자극적으로 소비되면서 '요즘 애들은 다 그래'라는 식으로 일반화해버리면, 결국 학생과 교사 사이 불신만 커진다고 생각해요.

현재 검토 중인 생기부 기재 제도에 찬성하지만,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단순히 처벌 위주로 기록만 남기는 방식은 결국 또 다른 소송과 갈등을 낳는 악순환이 될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보완형 기재 제도처럼 반대 측이 걱정하는 낙인 효과를 최소화하면서도 교실의 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설계가 반드시 병행돼야 합니다."

교실 질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록

생기부 기재를 둘러싼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학생에게 낙인을 찍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너진 교실의 질서를 바로 세우고,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가깝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학생부에 기재되는 것처럼, 중대한 교권 침해 역시 공동체 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제도가 단순 처벌 수단으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현장의 A 교사가 말했듯, 생기부 기재는 학생을 겨누는 '칼'이 아니라 교사를 보호하는 '방패'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적 완충 지대'를 만들어 학생의 반성과 회복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조건부 기재 유보'와 사건의 단면이 아닌 학생의 회복 과정을 입체적으로 담아내는 '정성적 기록'이 도입된다면, 생기부는 진정한 교육 지침서가 될 수 있다. 더불어 '교사 전담 법률관' 배치 등 실질적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생기부 기재는 교사가 외로운 법적 싸움을 혼자서 감당하지 않을 때 비로소 현장에서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방패가 될 것이다.

이아연·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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