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제국의 전략적 요충지 '서울'…아르노 루이비통 회장 3년만에 방한
딸 델핀 아르노 및 피에트로 베카리 CEO 등과 동행
루이비통 내달 가격 인상…명품 브랜드 가격 시험대 부상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으며 3년 만의 공식 방한 일정에 들어갔다. 한국 명품 시장의 소비력과 주요 유통 채널의 경쟁력을 직접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르노 회장은 이날 낮 12시35분께 신세계백화점 본점 내 '루이뷔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을 방문했다. 당초 방문 시간은 오전 11시30분으로 예정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몰리면서 동선 조정 등의 이유로 일정이 1시간가량 늦춰졌다. 아르노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대중 노출을 최소화하는 스타일로 알려진 만큼, 현장의 혼잡도 역시 일정 지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김포국제공항 비즈니스항공센터로 입국한 아르노 회장은 한 시민이 사인을 요청하자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에는 아르노 회장의 딸이자 크리스찬 디올 최고경영자(CEO)인 델핀 아르노를 비롯해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뷔통 CEO 등 LVMH 주요 브랜드 경영진이 동행했다. 그룹 오너 일가와 핵심 브랜드 경영진이 함께 움직였다는 점에서 한국을 핵심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르노 회장은 현장에서 박주형 신세계 대표와 인사를 나눈 뒤 매장 외관과 공간 구성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방한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후 매장 내부를 직접 둘러보며 운영 현황과 고객 경험 요소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노 회장이 첫 공식 일정으로 찾은 '루이뷔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은 지난해 12월 문을 연 루이뷔통의 초대형 플래그십 공간이다. 총 6개 층 규모로 조성됐으며, 제품 판매 공간뿐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문화, 장인정신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형 콘텐츠와 레스토랑·카페 등을 갖췄다.
전 세계 루이뷔통 매장 가운데 최대 규모로 조성된 이 공간은 한국 명품 시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과거 국내 명품 매장이 제품 판매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경험과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복합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루이뷔통이 서울 한복판에 대규모 체험형 매장을 낸 것도 한국 소비자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와 소비력을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정기 휴점일이었다. 아르노 회장은 일반 고객이 없는 환경에서 매장 전반을 비교적 차분히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그가 단순히 신규 매장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 내 핵심 점포의 공간 기획과 운영 방식, 유통사와의 협업 구조 등을 직접 확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루이뷔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8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5% 늘어난 52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명품업계 매출 1위인 샤넬코리아의 영업이익 3360억원과 에르메스코리아의 3055억원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고물가와 소비 둔화에도 루이뷔통이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는 점은 한국 시장이 여전히 글로벌 명품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은 구매력뿐 아니라 브랜드 확산력에서도 중요한 시장으로 꼽힌다. K팝과 K콘텐츠, 패션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한국 소비 트렌드가 아시아 시장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을 아시아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르노 회장 일행은 이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방문 이후 롯데백화점 본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을 차례로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백화점 핵심 점포를 잇달아 방문하는 일정이다.
이는 LVMH와 국내 유통사 간 관계를 재점검하는 의미도 있다. 명품 브랜드는 백화점의 집객력과 매출을 좌우하는 핵심 콘텐츠다. 반대로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도 국내 대형 백화점은 주요 고객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다. 최근 백화점 업계가 VIP 고객 확보와 프리미엄 점포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LVMH 주요 브랜드의 입점 전략과 매장 확장 여부는 유통업계의 관심사다.
유통업계 수장들과의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아르노 회장은 2023년 3월 방한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을 만난 바 있다. 이번 방한에서도 주요 유통기업 경영진과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향후 매장 전략과 면세·백화점 협업 방향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아르노 회장의 방한은 루이뷔통의 국내 가격 인상 시점과 맞물려 더욱 주목된다. 루이뷔통은 방한 다음 날인 12일 국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1월과 4월, 11월 세 차례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지난달 일부 주얼리 제품 가격을 인상한 지 한 달 만이다.
이번 가격 조정 대상에는 가방·가죽 제품과 주얼리 등 주요 품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상 폭은 최대 10%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재 990만원대인 '카퓌신 BB' 가격이 1000만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명품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브랜드 희소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통한다. 다만 잦은 가격 인상은 소비자 피로도를 키울 수 있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한국 소비자가 고가 명품 제품에 얼마나 강한 수요를 유지할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한국은 매출 규모뿐 아니라 소비자 반응 속도와 브랜드 확산력이 모두 높은 시장"이라며 "아르노 회장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현장 점검을 넘어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브랜드 경험을 설계할지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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