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병수 교수팀, 용매 없는 고분자 정밀 중합 기술 개발

2026. 5. 11.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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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병수 연세대 화학과 교수(교신저자), 권경진 박사과정생(제 1저자).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화학과 김병수 교수 연구팀이 기계화학 반응을 이용해 고분자를 용매 없이 정밀하게 중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스틱과 기능성 고분자는 포장재, 전자소재, 의료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정밀하게 합성하기 위해서는 유기용매와 복잡한 반응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원하는 길이와 구조를 가진 고분자를 만드는 정밀 중합 기술은 고성능 소재 개발의 핵심이지만, 용매 없이 고체 상태에서 이를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기존 유기용매의 상당수는 나프타와 같은 석유 기반 원료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유기용매 사용을 줄이는 합성 기술은 환경 부담과 화석자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이 크다.

기계화학(Mechanochemistry)은 기계적 힘을 가해 화학 반응을 유도하는 기술이다. 용매 사용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 합성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고분자 합성에서는 기계적 충돌이 고분자 사슬을 자라게 하는 동시에 분해를 유발할 수 있어 정밀한 반응 제어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정밀 라디칼 중합법인 원자 이동 라디칼 중합(Atom Transfer Radical Polymerization·ATRP)을 기계화학 조건에 적용했다. 이를 위해 방향족 치환기의 크기가 서로 다른 다양한 메타크릴레이트 (Methacrylate) 기반 단량체를 직접 합성하고, 볼밀링 조건에서 고분자 중합 반응을 수행했다.

그 결과, 김병수 교수 연구팀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고체 상태에서도 폴리메타크릴레이트(Polymethacrylates, PMA) 계열 고분자가 효과적으로 정밀 중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단량체에 붙은 치환기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중합 속도와 힘-유도 분해 경로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피가 큰 치환기를 가진 고분자에서는 주사슬보다 치환기 부위의 절단이 상대적으로 우세했으며, 이러한 경향은 공동연구를 진행한 한양대 김형준 교수 연구팀의 계산화학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뒷받침됐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차별점은 고분자의 합성과 분해를 하나의 기계화학 반응 안에서 함께 분석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정밀한 질량분석법과 계산화학을 바탕으로 고분자의 주사슬, 말단기, 치환기 등 다양한 절단 위치를 확인하고, 단량체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힘-유도 분해 경로를 규명했다. 이를 통해 기계화학 조건에서 고분자의 합성과 분해를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최초로 제시했다.

또한 연구팀은 기계적 힘으로 고분자가 단순히 잘게 끊어지는 것을 넘어, 다시 원래의 단량체로 되돌아가는 해중합 과정도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기계화학을 활용해 고분자의 합성뿐 아니라 분해와 단량체 회수까지 연결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김병수 교수는 “기계화학적 반응을 이용해 고분자를 정밀하게 합성하고 그 분해 거동까지 처음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특히 다양한 메타크릴레이트 단량체의 구조가 기계화학 조건에서의 중합과 분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함으로써 해당 분야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용매 사용을 줄인 친환경 고분자 합성과 순환형 고분자 소재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과제의 지원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2026년 4월 28일 온라인 게재됐다.

김나혜 인턴기자 kim.na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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