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이 아내에게 준 5천 원의 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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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깃꼬깃하게 접힌 5천 원권 한 장이었다.
장모님이 아내에게 건넨 5천 원 지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때로는 낡고 꼬깃꼬깃한 5천 원권 지폐 한 장이 5만 배의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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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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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모님이 건넨 5천 원 박서방에게 생태탕 끓여주라며 건넨 5천 원에는 장모님의 한없는 사위 사랑이 접혀 있었다. |
| ⓒ 박동환 |
"엄마가 박 서방 생태 사서 끓여주래. 어른 노릇은 해야 한다면서."
장모님이 아내에게 건넨 5천 원 지폐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가로 세로로 여러 번 접힌 자국이 선명했다. 10여년 전 중풍으로 쓰러진 뒤, 장모님의 세상은 침대 하나 크기로 줄어들었다. 그 좁은 공간 안에서 장모님은 이 지폐를 몇 번이나 접었다 폈을까. 깊게 팬 접힌 자국마다 노모가 홀로 견뎌온 고단한 시간의 무늬가 훈장처럼 박혀 있는 듯했다.
올해 여든일곱. 장인어른을 먼저 보내고 홀로 지내온 억척스러운 세월이었다. 그 끝에 찾아온 병은 이제 장모님의 기억마저 조금씩 지워가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한 달에 한두 번 찾아 뵙는 것으로 사위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내 손바닥 위에 놓인 가벼운 지폐 한 장은 이상하리만큼 무거워 보였다. 그건 돈의 무게가 아니었다. 장모님에게 5천 원은 아마 당신이 가진 세상의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정신이 맑았던 시절의 장모님은 손이 참 크셨다. 사위가 온다 하면 시장을 통째로 옮겨올 듯 생태며 홍게며 좋은 것만 골라 한 상 가득 내놓으시던 분이었다. 이제는 5천 원과 5만 원조차 구분하기 힘든 처지가 되셨지만, 사위에게 직접 생태탕을 끓여 먹이고 싶어 하던 그 본능적인 마음만큼은 '0' 하나가 빠진 지폐 뒤에 숨어 여전히 꼿꼿하게 살아있었다.
비록 당신의 육신은 병상에 묶여 있을지언정, 마음만은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냄비를 젓고 계셨던 것이다.
"이왕 주실 거 오천 원 두 장 주시지 그랬어. 그럼 난 십만 원 받은 셈 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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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태탕 대신 동태탕 생태는 이제 귀한 대접을 받는 어물이어서 동태탕으로 대신하였지만 그 안에 감춰진 장모님의 사랑은 그대로였다. |
| ⓒ 박동환 |
나는 그날, 사랑이 반드시 온전하고 화려한 모습으로만 남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배웠다. 때로는 낡고 꼬깃꼬깃한 5천 원권 지폐 한 장이 5만 배의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을. 장모님, 모쪼록 건강하세요. 그리고 오래오래 우리 곁에 계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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