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아 유발 우려 약을 10초 만에... 비대면 진료, 이게 맞나요

전윤서 2026. 5. 1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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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약 처방받는데 화상 통화로... 피부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는 비대면 진료 현실

[전윤서 기자]

지난 4월, 한 비대면 진료 앱으로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았다. 절차는 간단했다. 앱에서 원하는 피부과 진료를 신청하고, 잠시 기다리자, 의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통화 시간은 약 10초. 의사가 한 말은 단 한 마디였다.

"이소티논 처방받으려는 거 맞으시죠?"

피부 상태에 관한 질문도,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피부과 진료인 만큼 화상 통화 연결이 필수적이라 여겨지는데, 유선 통신 한 번으로 끝났다.

이소티논(성분명 '이소트레티노인')은 여드름을 유발하는 피지의 분비를 억제하는 강력한 전문의약품이다. 약학 정보원이 명시한 적용 대상(효능·효과)은 "다른 치료법으로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의 여드름"이다. 심각한 낭포성·결절성·응괴성 여드름이 아니면 사실상 처방 대상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10년 전, 비대면 진료 앱이 없는 시절, 직접 병원에 가서 같은 약을 처방받으려 한 경험이 있다. 그때 의사는 처방전을 주면서도 내게 몇 차례나 신신당부를 했다. 여드름이 있긴 하나, 심각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극소량만 복용해야 하고, 기형아 유발 가능성이 높아 가임기에는 절대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간 수치가 올라가고, 몸이 극도로 건조해지고, 우울증이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당부했다.

작년에는 독일에서 이소티논을 처방받으려 내과를 방문했다가 거절당했다. 의사는 이 약을 처방해 줄 수 없다고 했고, 대신 바르는 약을 처방해 줬다. 독일에서 이소트레티노인은 매우 엄격하게 규제되고 있다. 특히,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의 복용 시 엄격한 피임 프로그램을 준수해야만 한다.
▲ 사진1 독일에서 진료를 봐준 의사는 “당신 정도의 피부는 절대 이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기자의 실제 피부 사진. 5월 10일 촬영. 석회수로 인해 당시에는 피부가 훨씬 안 좋았다.
ⓒ 전윤서
그런데 한국에서는 앱 하나로, 전화 10초 만에 처방전이 나왔다. 같은 약을 동대문구의 한 병원에서 처방받은 20대 여성 A씨 또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있다. 신경이 쓰여서 비대면 앱에 진료를 신청했다.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어서, 당연히 화상전화로 연결되면 의사가 처방을 안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반 유선 전화로 와서 일차적으로 놀랐고, 이차적으로 내 피부 상태를 묻거나 부작용을 설명해 주지도 않고 그냥 이소티논이 필요한 거냐고 묻기만 하고 끊었다."

'기형아 출산' 위험 있어 엄격하게 처방해야 하지만

이소트레티노인은 비타민 A 유도체로, 피지선에 직접 작용해 피지 분비를 강력하게 억제하는 약물이다. 여드름 치료에 효과가 좋은 만큼 부작용 목록도 길다. 코피, 피부 건조 같은 증상 외에도 근육통, 우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 외 탈모, 발작, 간염 등의 부작용도 보고되어 있다.

이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태아 기형 유발이다. 이소트레티노인을 임신 중에 한 알만 복용해도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태아의 뇌·안면·심장 기형, 지능 저하 등이 유발될 가능성은 38%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2022년 <헬스조선>은 "마더세이프 콜센터 자료에 의하면,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나라에선 1800명 이상의 임신부가 이소트레티노인에 노출됐고, 30%(540건)는 약물로 인해 유산을 경험했다. 나머지 임신부 중 90%는 기형아 우려로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로 인해 보통 한 달분을 초과하는 처방은 잘 하지 않으며, 미국의 경우 한 번에 1개월 치만 처방하고 매달 혈액검사를 통해 간 수치 등을 확인한 뒤 재처방하는 절차를 밟는다.

비대면 진료 앱에서 신청 화면에서 '여드름'을 선택하면 이소트레티노인 계열 약을 처방받는 절차로 연결된다. 이때, 처방을 할 수 있는 의사 목록에선 피부과 전문의부터 일반의, 안과의사, 외과의사 등도 찾아볼 수 있었다.
▲ 사진2 이소티논을 가정의학과전문의 외에도 안과전문의, 이비인후과전문의에게서도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전윤서
책임은 누구에게?

비대면 앱은 스스로를 "의료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진료는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플랫폼은 그 사이를 연결할 뿐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 구조는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지지 않을 통로를 만든 것과도 같다.

이에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즉시 진료 가능', '가장 저렴한 조제' 등의 기능과 자극적 문구로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며 "이는 환자가 안전성이 아닌 비용과 편의만을 기준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비대면진료를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날이 갈수록 의료 분야의 플랫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현재, 비대면진료로 처방할 수 없는 의약품은 총 761품목이다.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 오·남용 우려의약품, 사후피임약, 비만치료제의 처방·조제는 제한되고 DUR(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하여 확인하게 되어 있지만, 이소트레티노인은 금지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비대면 진료는 의료 접근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모든 약이 동일한 편의성으로 처방되어도 되는 건 아니다.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고, 우울증과 자살 충동의 부작용이 보고된 약이 10초짜리 전화 한 통으로 처방되는 것은 "편리한 의료"가 아니라 "무책임한 의료"에 가깝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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