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후보' 박하은 "뒷 사람들 위해 강릉 진보정치 포문 열겠다"
[박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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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하는 박하은 후보 박하은 진보당 강릉시의원 후보가 양 손을 흔들며 거리 인사를 드리고 있다. |
| ⓒ 박하은 선거캠프 |
1999년생, 만 26세의 나이로 출마를 결심한 박 후보는 "모두가 '이제는 강릉도 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변화라는 건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제가 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그가 도전장을 낸 강릉시는 지방자치제도가 재도입된 1995년 이래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진보진영 시장이 나온 적 없는 지역이다. 이른바 '보수 텃밭'인 셈.
지난해 6월 치러진 제21대 대선에서도 강릉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41.42%,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49.96%를 얻었다. 당시 대선은 12·3 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선거였던 만큼, 이재명 대통령이 역대 최다 득표수인 1720만여 표(49.4%)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다. 그럼에도 강릉에서는 전국 여론과 반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 이런 '험지'에서 출마를 결심한 계기로 박 후보는 강릉에 내재된 '변혁 의지'를 꼽았다.
그는 "어떤 분들은 '강릉은 안 바뀐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인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물의를 빚어도 무조건 뽑아준다, 엄청 낡고 낡은 동네다' 이렇게 얘기하시는데, 그런데 저는 (12·3 내란 정국 당시) 촛불광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서 '아닌데? 전혀 그렇지 않은데?'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박 후보는 강릉원주대학교(현 강원대학교) 재학시절 학생운동에 매진했다. 2018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대학생 연합동아리 '평화나비' 활동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2019년 평화나비 원주지부장, 2020-22년 평화나비 강원대표를 역임했다. 2022년에는 강원도 대학생 연합 농사동아리인 '농사직썰'을 창립하고 2024년까지 농사직썰 강원대표를 도맡는 등의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내란 정국 때는 '내란청산 강원지역 청년·대학생 시국모임'의 대표직을 맡아 일했다. 촛불청년·청소년들이 공론을 나눌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홍보 및 운영했다. 촛불집회가 열리는 곳곳을 찾아가 힘을 보탰다. 영동과 영서를 넘나들며 온 강원도를 뛰어다녔다. 강릉 월화거리의 촛불광장을 만난 것도 이때다. 본래 강릉에 친구들이 많아 자주 오가기는 했지만 박 후보가 "강릉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심을 한 건 그 시점"이었다.
월화거리 시민들과 함께하며 "여기 모인 사람들과 뭔가 일을 벌여봐야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울렁거렸다"던 박 후보는 그때의 결의를 담아 "광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힘주어 말한다.
다음은 진보당 박하은 후보와의 일문일답.
- 강릉에서 본 시민들의 '변혁 의지'란?
"촛불집회 때 월화거리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강릉이 변하고 있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거시적인 사회 개혁에 대한 요구도 많았고, 그만큼 나와 내가 사는 지역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이를테면 경포호수 분수대 설치를 반대하며 경포호의 생태계 파괴를 걱정하는 시민분도 계셨고, 신영극장 지원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내란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지역구 국회의원에 분노하는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사회대개혁이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구악(舊惡)과 싸우고자 하시는 시민분들께, 광장의 목소리에 큰 감명과 배움을 얻었습니다. '이 사람들이랑 함께 한다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렇더라도 선거에 나서는 건 큰 결심이었을 듯한데.
"사실 처음 강릉에 올 때는 정치에 입문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강릉에 있는 친구들이랑, 강릉 시민분들이랑 여기서 농사도 짓고 운동도 하고 뭐든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왔거든요. 그런데 막상 와서 여러 시민분들, 청년분들을 만나다보니 그정도 마음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장의 의지를 토대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도권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광장의 목소리, 광장의 요구가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하지만, 요구라는 건 사실 힘이 없으면 관철할 수가 없으니까요.
한가지 예를 들자면 지난 여름에 강릉에 심각한 가뭄이 닥쳤습니다. 당시 시의 대응이 적절치 못해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농민분들은 농사 포기 선언까지 하시는 등 시정 실패로 인한 고통을 시민들이 감내해야 했습니다. 시민 생활과 제도권 정치의 괴리를 그때 강하게 느꼈죠. 당시 저는 '강릉가뭄해결을 위한 청년 서포터즈' 단장으로 활동하며 강릉의 상황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광장에서부터 가뭄까지, 강릉에 시민들의 깨어 있는 목소리와 변혁에 대한 요구는 충분한데 그걸 견인하는 정치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그 역할을 진보당만이 그걸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출마하게 됐습니다."
- 시장과 시·도의원 후보들을 통틀어 강릉시 최연소 후보다. 26세라는 상당히 젊은 나이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데, 이 점에 부담감은 없는지.
"사실 제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진보당에서 '챌린저스'라고 6·3 지방선거에 출마할 2030 후보단의 발족식을 했어요. '챌린저스'의 평균 연령이 31세 정도입니다. 거기 비춰보면 저는 그렇게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나이죠. 또 미국의 정치인 조란 맘다니가 처음 정계에 입문했을 때 나이가 28세였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금은 뉴욕 시장으로 일하고 있고요.
강릉의 청년들께 '아, 저 정도는 돼야지 뭔가 미래에 대해서, 지금 나의 현재의 고민에 대해서 정말 가깝게 맞닿아 고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감상을 드릴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는데요. 이제 더 젊은 후보들, 더 어린 후보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종의 마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 핵심 공약은?
"우선 청년 공약으로 '강릉 청년 PASS'가 있습니다. 강릉시는 인구감소로 어려움이 있는 지역입니다. 그중 청년인구 유출은 더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청년들이 강릉시를 떠나지 않게끔 도울 지원제도가 절실합니다. 청년이 강릉에 정주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지역 경제와 문화가 침체되고, 장기적으로는 지역 자체가 소멸할 위험이 있습니다. '강릉 청년 패스'는 이를 막아 강릉을 살리고, 무엇보다도 강릉의 청년들이 살던 터를 떠나지 않아도 되게끔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교통비나 주거비 등을 지원하는 여러 지원정책들이 있는데요. 이것을 청년 개인이 하나씩 찾아 신청해야 하고, 소액의 지원금들을 각각 받아 각 사용처마다 따로따로 사용해야 하는 작금의 형식이 아니라, '강릉 청년 패스' 하나로 한 번에 지원받고 어디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예컨대 이번 내란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지급한 민생회복지원금처럼 지역화폐로, 즉 우리 시에서는 '강릉페이'로 청년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지원금을 받은 청년 개개인이 의료비로든 생활비로든 혹은 지역 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 어디에서든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려 합니다. 대상은 우선 만 25세 청년들에 한해 매달 15만원에서 20만원씩 지급하고, 추후 차차 지원 범위를 늘려나가고자 계획 중입니다."
- 현실성이 있는 공약인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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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산을 쓴 채 인사하는 박 후보 비오는 날 홍제로에서 박 후보가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
| ⓒ 박하은 선거캠프 |
"또 다른 핵심공약으로 전 시민 대상의 '햇빛 바람 주민소득'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는 전남 신안군에서 5년 전부터 성공리에 시행 중인 '햇빛 연금' 정책을 강릉 실정에 맞게 개선한 것인데요. 이 햇빛연금 덕분에 신안군은 감소하던 인구수도 반등했습니다. 일부러 신안군에 살러 들어오시는 거죠. 이것을 강릉에서도 해보자는 것입니다. 강릉은 일사량도 우수하고, 풍력의 경우 대관령에서 불어오는 지형풍과 해륙풍을 동시에 받아 풍력의 질도 매우 우수한 지역입니다. 환경조건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강릉은 실제로 이미 지난해 3월,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상풍력 적합입지 발굴 사업에 최종 선정됐습니다. 지금은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건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서는 일반 시민, 특히 발전지역의 주민들이 배제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개발이 기업에 의해, 그중에서도 외국계 대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 부의 편중과 유출을 심화할 위험이 크고요. '햇빛 바람 주민소득'은 그런 위험을 막고, 에너지 발전뿐만 아니라 경제 방면에서도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밖에는 개방형 공공화장실 확충 민원이 많아, 노인일자리 어르신들의 휴게실로 쓰이는 46호 어린이공원과 홍제로 오거리 인근, 남대천 하류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한 상류의 회산교 아래 등 특히 필요도가 높은 곳들에 공공화장실 설치를 약속드렸습니다. 또 현재 시 공원관리원 분들의 과중한 노동량과 비효율적인 업무구조를 개선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홍제동 아파트단지에서 강릉초·해람중으로 아이들 등하교하는 토성로 길이 인도 폭이 좁고 건널목이 많은 등 위험한 문제가 있어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교통관리원 어르신들을 더 모시고자 합니다. 한편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가 다 제각각이라 파악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표지물을 잘 보이게 설치하고, 지역 곳곳에 있는 작은 주차장을 확충해 고질적인 도로변 주정차 문제 해결책도 모색하려 합니다."
- 핵심공약 두가지가 기본소득 등 이상적인 방향으로 치우쳐진 듯한데, 현실성 문제는 없나.
"전혀 '이상적이기만 한' 공약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현실적인', '지금 당장 절실하게 필요한' 공약입니다. 당장 청년들이 강릉에선 먹고 살 길이 없다며 떠나고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 달마다 얼마씩이라도 지원하게 된다면 일자리를 찾기까지, 혹은 원하는 일을 시도하며 자리를 잡기까지 조금 더 강릉에서 길게 버틸 힘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보다 적은 수입으로도 '아, 그래도 여기에 지원금까지 더하면 강릉에서 살 수 있겠다'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생길 수도 있겠죠. 어떻게든 인구 유출을 막는다면 강릉의 지역경제에도 성장발전할 여지가 생길 것입니다.
또 햇빛바람 주민소득 등 정책을 통해 주민분들께 얼마간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 역시 한시가 급한 사안입니다. 강릉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7%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수입이 불안정한 노년층이 많다는 뜻이며, 이 공약이 시민 개인의 생존권과 긴급하게 얽혀 있는 정책이란 뜻입니다. 이미 진보당에서는 정책 공약을 준비하며 강릉시 예산을 살펴보았고 현실성 검증도 마쳤습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공약들이고, 필요성은 그보다 더욱 분명한 공약들입니다."
- 지역구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강릉은 정말 발전가능성이 높은 지역입니다. 자연환경도 독보적으로 아름답고, 역사와 전통도 잘 보존되고 있어서 이를 토대로 즐길거리와 사람들이 넘쳐나는 도시를 만들어갈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강릉에 반해서 강릉에서 살려고 찾아온 저와 같은 사람들, 그리고 강릉에서 태어나 자라왔고 앞으로도 계속 강릉에서 살아가고 싶어하는 제 친구들과 같은 사람들, 강릉을 사랑하고 강릉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힘이 되고 싶습니다. 힘이 되는 진보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진보'라는 이름이 어쩌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보가 가장 필요한 곳은 저 멀리보다도 우리 동네, 우리 생활 근처라고 생각합니다. 화장실 문제, 교통 안전 문제, 내 생활의 문제, 당장 먹고 사는 문제 등 나와 우리의 주변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며 진보해가는 것이야말로 진보정치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 강릉에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저는 진보당의 후보로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당장 가장 필요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당장 내 옆의 이웃을 돕는, 한 사람을 살리는 시의원이 되겠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평범한 사람들의 요구를 제도권 정치로 전달하는 정치인, 변화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자 명부에 따르면, 11일 현재 강릉시의원 선거 다 선거구에는 박하은 후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유현민·박주연, 국민의힘 김학래·윤희주, 무소속 이문선 후보가 출마했다. 해당 선거구에선 총 3명의 시의원을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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