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서울흥사단의 특별한 현충원 순례

이영일 2026. 5.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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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흥사단, 10일 서울현충원에서 '도산의 발자취' 행사 개최... 가슴 울린 선배 흥사단 단우들의 헌신 새겨

[이영일 기자]

 서울흥사단이 10일 '도산의 발자취’ 행사를 서울현충원에서 열고 흥사단 선배 단우 등 독립운동가와 전쟁 영웅,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선배 흥사단 단우들의 묘역을 함께 걸으며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 이영일
5월의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지난 10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습니다. 서울흥사단이 개최한 '도산의 발자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죠.

흥사단 단우(회원)들은 독립운동가와 전쟁 영웅,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선배 흥사단 단우들의 묘역을 함께 걸으며 그들의 정신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흥사단은 100여 명이 넘는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유서깊은 단체이기도 합니다.

애국지사묘역에서 시작된 이날 답사는 무후선열재단, 임정요인 묘역, 충혼당, 장군 묘역, 국가유공자 묘역으로 이어졌습니다. 현장 해설은 서울흥사단 단우이자 (사)전통문화지도사협회 이사장인 최병규씨가 맡아 단순한 역사 설명이 아닌 "왜 우리가 이들을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참가자들에게 던졌습니다.

113년 역사를 이어온 흥사단이 도산 안창호 선생의 정신을 따라 시대를 넘어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삶을 오늘의 청년들에게 다시 연결하는 기억의 순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흥사단 단우들이 현충원에서 호국영령들에게 참배하고 있다.
ⓒ 이영일
특히 참가자들의 발걸음을 오래 붙잡은 곳은 독립유공자 묘역이었습니다. 상하이 임시정부와 만주, 러시아, 미국을 오가며 조국 독립을 위해 싸웠던 흥사단 선배 단우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호명됐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의원과 광복군 총영 활동에 헌신했던 문일민 선생,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지켜낸 송병조 목사, 27결사대를 조직해 친일파 처단을 시도했던 이탁 지사, 중국과 연대하며 항일운동을 이끈 신공제 선생의 삶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저도 이렇게 직접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와 함께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은 무후선열재단이었습니다. 후손 없이 생을 마감한 독립운동가들을 기리는 공간에서 참가자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죠.

또 흥사단 원동위원부 창설에 참여했던 김붕준 선생, 여성 독립운동의 상징인 김마리아 선생, 105인 사건 이후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 수립에 힘쓴 선우혁 선생의 이름 앞에서 참가자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도산의 발자취 프로그램은 지난 2월 21일 시작돼 12월 19일까지 이어진다.
ⓒ 이영일
한 참가자는 "나라를 되찾기 위해 자신의 청춘과 가족, 삶 전체를 바쳤는데 정작 그분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흥사단이 이런 역사를 계속 이어주는 것이 참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흥사단의 기억은 독립운동가들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장군묘역에서는 한국광복군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하다 순직한 고시복 장군의 삶이 소개됐는데요.

중국군 장교로 항일전선에 섰고 광복군 창설에 참여했으며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국군으로 다시 나라를 지킨 그의 삶은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수호는 하나의 역사라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흥사단에서 36년을 활동한 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참가자들은 충혼당에 안장된 조완구 선생과 김봉성 지사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한 번 숙연해졌습니다. 특히 도산 안창호 선생의 조카인 안맥결 여사는 여성 독립운동가이자 대한민국 초기 여성 경찰 간부로 활동하며 평생 나라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인물이었답니다.
 강영훈 전 국무총리 10주기 추모식이 10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렸다. 유족들과 서울흥사단 단우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이영일
이날 답사에서는 흥사단이 단순한 시민단체가 아니라 독립운동의 현장에서 함께 싸우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공동체 정신을 지켜온 역사 그 자체였다는 점도 다시 확인했습니다.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김재순 전 국회의장, 강영훈 전 국무총리, 정일형 박사 등 시대를 대표했던 단우들의 삶 역시 함께 조명됐죠. 이들은 독립운동의 정신을 해방 이후 민주주의·교육·언론·사회운동으로 이어간 인물들이었습니다.

행사 말미 참가자들은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남긴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서울흥사단은 이날 현충원을 걸으며 단순히 과거를 추모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떤 책임과 양심으로 시대를 살아야 하는지를 되새겼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이름은 잊힐 수 있죠. 그러나 나라를 위해 자신을 바친 이들의 삶까지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이어온 흥사단은 올해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선배들의 이름을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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