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부실 위험 커지는데…주주환원 확대 경쟁 나선 은행권
중동발 고금리 전망에 부실 압력 확대
건전성 관리 시험대…주주환원 확대 '속도조절' 필요
주요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전반적으로 소폭 하락했다.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맞춰 금융지주들이 경쟁적으로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겹치며 자본 여력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은행권의 자본 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고금리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압력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신한·하나금융의 CET1 비율이 지난해 말 대비 소폭 하락했다.
KB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해 말 13.82%에서 올해 1분기 13.63%로 19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신한금융은 13.35%에서 13.19%로, 하나금융은 13.38%에서 13.09%로 각각 16bp, 29bp 하락했다.
반면 우리금융은 12.9%에서 13.6%로 70bp 상승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속적인 자산 리밸런싱과 유형자산 재평가 등 자본 효율화 노력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CET1은 총자본 가운데 보통주로 조달한 자본 비율로,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건전성 지표다. 금융당국은 밸류업 정책 추진 과정에서 금융지주들에 CET1 비율 13%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최근 CET1 하락 압박이 커진 배경으로는 환율 상승과 기업대출 확대가 꼽힌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외화자산 관련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 데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라 기업대출도 늘어나고 있어서다.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위험가중치(RW)가 높아, 같은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더라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경쟁적으로 주주환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인 발행주식총수의 3.8%, 당시 주가 기준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여기에 6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도 추진한다.
신한금융은 주주환원율 상한을 없애고,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성장률 등 실적 연동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나금융 역시 총주주환원율 50% 달성 시점을 2027년에서 올해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지난해 36.8%에서 올해 40%대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문제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맞물리며 고금리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 불안으로 국제유가와 물류비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한국 역시 인하 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가·물가·환율 불안을 자극해 국내 금융권의 자산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연체 위험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은행권 건전성 지표는 악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3조84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연체율 역시 상승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4년 2월 말 0.59%에서 2025년 2월 말 0.68%, 올해 2월 말 0.76%로 꾸준히 높아졌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이 다시 연기되면서, 고삐를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됐던 건전성 관리도 다소 후순위로 밀렸다. 이 제도는 금융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은행에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하는 장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밸류업 정책에 맞춘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외 충격에 대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과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이 현실화하면 RWA가 빠르게 늘고, 이는 다시 CET1 비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의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서도 자본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 역시 건전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 주요 금융지주의 CET1 비율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중동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은행들은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주주환원 확대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자본 적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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