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택시 운전대 잡지 않는 까닭...요즘 정말 무섭습니다

김지영 2026. 5. 1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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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 '정치적 입장'을 물어보는 무례한 승객들을 마주하며

'6.3 지방선거 게릴라칼럼'은 시민기자가 쓰는 지방선거 관련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김지영 기자]

 택시
ⓒ 클로드AI
서울에서 택시 일을 하다 보면 도로정체로 펼쳐지는 평일과 주말의 거리 풍경에 확연한 차이가 있다. 그 풍경이 아무래도 매출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손님들은 택시요금이 거리와 시간이 섞여 있는 병산제라는 정도는 상식으로 알지만 시간 요금이 거리 요금에 비해 가성비가 형편없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이렇게 차가 밀리면 기사님도 답답은 하겠지만 손해는 안 보시겠어요. 미터기 요금이 올라가니까요."

가끔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는 조용히 미소만 짓고 만다. '사실 시간요금은 돈이 안 된답니다'라고 말했다가 말꼬리라도 잡히면 괜히 좁은 실내에 어색한 감정까지 넘실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 정체된 거리를 피하려는 기사들의 심리가 작동하는 이유도 따져보면 그것 때문이다. 정체를 견뎌야 하는 지루함도 있지만, 형편없는 가성비는 차라리 차를 굴리지 않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른다.

물론 기사들도 저마다 다른 취향과 성향이 있기 때문에 도로 곳곳에서 24시간 내내 택시가 목격된다. 택시 기사들도 택시 기사이기 이전에 아침형 인간이 있고 저녁형 인간이 있어서다. 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다양성이다.

비상계엄 이후 달라진 택시 운전 루틴

나는 저녁형 인간이라 택시를 처음 시작하고 2년 정도는 밤샘은 아니지만 새벽시간까지 영업을 했다. 하지만 밤 10시가 넘으면 무섭게 돌변하는 취객들의 엄청난 광기와 몇 번 부딪힌 뒤로 시간을 조금씩 당기다가 이제는 아예 오전 일찍 시작해서 밤 일찍 운전대를 놓는다.

한가지 달라진 게 더 있다. 2023년 9월 택시 운전을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이틀의 주말 영업 중 하루를 어느 날부터 건너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시점이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 이후부터였다. 요일도 토요일에 집중됐다.

일주일 중 도로가 가장 한산한 날이 일요일인데 쉬는 택시들이 많아서 돈도 수월치 않게 벌렸다. 그것만은 아니었다. 문제의 12월 3일 이후 매주 토요일이면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진 대규모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숭례문까지 그 넓디넓은 차선을 가득 메웠다. 극심한 정체는 거리행진에서 절정에 달했다.
 2025년 1월 2일 당시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체포 반대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 이정민
계엄 이후 대통령 파면을 두고 극단으로 갈라진 광장의 살풍경도 살풍경이지만 하루 매출이 당장의 살림살이에 직결되는 택시 기사 입장에서 손님이 가자는데 그곳을 지나치지 않을 방도가 없었다. 그러다 한 번이라도 손님을 태운 채 거리 행진에 갇혀 있을 때면 몇 시간 열심히 벌어들인 노동의 가치가 속절없이 내팽개쳐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좌파 낙인이 전혀 불만 없는 택시 기사 입장에서, 운전대 너머 차창 밖으로 태극기와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펼쳐 든 허리 굽은 노인들의 기나긴 행렬을 무심한 척 바라봐야만 하는 무력감은 또 그것대로 속상한 일이었다.

나름대로 시대의 격랑을 헤치고 자신의 확고부동한 정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 이들이다. 윤석열이 한 짓이 헌법을 파괴하고, 무장한 군인들로 하여금 무고한 시민들을 해치려고 했다는, 그래서 대통령이 반헌법행위자였다는 말이 그들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윤석열이 일거에 척결하고 싶었던 정체도 모호한 반국가세력, 명령에 불복하면 처단해 버리려 했던 의사들도 그들에게는 '빨갱이'였을까를 생각했던 어느 날부터 나는 토요일 동화면세점 집회가 한창일 시간에는 아예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매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군인들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인간을 지지하는 일군의 군중들을 참아내기가 힘들기도 해서였다.

전쟁과 서슬 퍼런 독재의 시대를 겪었던 그들의 삶이 이해되면서도, 지나온 자신들의 삶에 볼모로 잡혀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 시점부터 나는 토요일 영업을 외면했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정치는 나를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비단 나뿐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는 늘 뉴스를 달구는 불쏘시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수의 정치인이 있고 대부분의 정치인을 경멸하지만 귀는 늘 여의도로 열려 있고 눈은 포털의 정치면을 본다. 나 또한 예외는 못 된다.

이번에는 재보궐 선거판이 커지면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원래도 지방의원이나 교육감 선거는 당이나 진영만 보고 줄투표를 하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들어왔는데, 이제는 아예 언론에 도배되고 방송화면을 채우는 사람들이 죄다 국회의원 후보들이다. 말은 미니총선이지만 보고 듣는 것들은 그냥 총선이나 다름없다.

그와중에 또 한가지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소식이 연이어 들려온다. 내란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후보들의 등장이다. 대구시장 후보로 국민의힘의 공천장을 받은 추경호 의원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특검에 기소까지 된 사람이다. 더불어 대통령 파면 후 대통령실 컴퓨터 초기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출마를 노리다가, 논란이 일자 공천 신청을 철회했다.

대구 달성군에는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국민의힘의 단수 공천을 받았다. 그는 현직에 있을 때 출입기자들에게 "'내란'으로 확정된 것처럼 쓰지 말라"라며 '보도지침'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윤어게인이 범죄자냐"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어 울산 남구갑에 단수 공천된 김태규 전 방통위부위원장 역시 윤석열 정부 시절 이 전 위원장과 함께 방통위의 위법적 2인체제를 주도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으며, "계엄은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선거가 임박해지고 있다는 사실, 택시 안에서도 느낀다
 서울역 서부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가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택시에 오른 손님들 중에 간혹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무례했던 그들은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완고한 표정과 말투로 확신에 찬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게 밝혀지는 순간 싸늘한 표정으로 나에게 호통을 칠 것만 같아 나는 내내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좌파로 살아왔다. 지금도 그 관성이 남아 있지만 60이라는 나이를 먹는 동안 나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위선과 위악을 깨달으며 절대악이나 절대선에 대한 환상은 깨트릴 수 있었다.

젊은 시절 저만치 왼쪽에 치우쳤던 내 그림자가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아가고 있었다는 걸 알아챈 게 50대 중반쯤이었다. 물론 그것이 중간이나 아예 오른쪽으로 갈 일은 나 사는 동안 없을 것 같지만 한창 젊은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를 평가한다면 개량주의자일 게 분명하다.

그 정도로 나는 세속주의자로 기울어 살지만 이번 선거판을 보면서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 게 바로 국민의힘 공천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데'라는 말은 내 택시 뒷좌석에서 '민주당은 공산당이고 빨갱이는 때려잡아야 한다'라고 사자후를 토하는 늙은 손님의 광기 어린 소리에 질려 고개도 내밀지 못한다.

지방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가끔씩만 있던 그런 손님들이 내 택시에 오르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취객의 광기는 술이 깨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데 극단정치의 광기는 어느 순간에 잦아들어질지 예측조차 어려운 시절이다. 택시가 육체노동 못지않게 감정노동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는 시절이기도 하다. 분명 선거가 임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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