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마술이 뿅뿅...이은결의 ‘상상공장’에 가다

한은정 2026. 5. 1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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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컬러링북으로 시작해 30년
AI도 쓰는 마술세계 화려한 쇼로 선뵈죠

마술은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열광시키는 매력적인 예술입니다. 전 세계에서 오랜 옛날부터 행해졌던 주술에 사상, 종교, 우주론이 더해지면서 지역마다 수많은 마술이 탄생했죠. 현대의 마술사들은 기존 기술과 창의력을 결합하여 혁신적인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제공하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을 만나 우리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는 마술과 일루셔니스트 그 비하인드 세계를 엿봤습니다.

마술을 넘어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루셔니스트의 뒷모습을 엿보기 위해 이윤하·김서연·원지우·구교준(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이은결(왼쪽 네 번째)의 작업실 겸 스튜디오를 찾았다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마술은 관객 앞에서 일정한 쇼를 선보이는 공연예술로서는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새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가져다줬죠. 마술을 보면 내면의 꿈과 판타지를 끄집어내며 상상에 잠길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술을 좋아하는지도 몰라요.

고대에는 미래를 예언하는 능력을 마술이라 일컬었으며, 기원전 그려진 벽화에서 동물 뼈를 이용해 점을 치는 모습을 통해 마술의 기원을 짐작해 볼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속임수의 오락으로서 마술의 기원은 고대 이집트가 유력합니다. 기원전 2600년경 고대 이집트의 묘에 컵과 공의 트릭을 묘사한 상형문자 그림이 그려졌죠. 단순한 놀이로 보는 몇몇 학자들에 의해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으나 마술은 문명의 발생과 그 시작점을 같이 하고 있으며 오락적인 요소로서도 함께 발전해 왔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어요. 마술은 신성한 의식의 일환으로 여겨졌고, 이집트의 사제들은 신의 힘을 빌려 주술과 요술, 환술 등을 행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마술이 위험한 존재, 악마와 연결된 행위로 간주되며 금기시되고 마녀사냥과 함께 종교적 박해의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마술은 다시 각광받기 시작했는데, 이탈리아와 영국을 중심으로 마술사들이 공연을 펼치며 대중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마술은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어요.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는 마술쇼가 큰 인기를 끌었고 마술잡지·마술용품점 등 관련 산업도 함께 발달했습니다. 해리 후디니와 같은 마술사들은 탈출 마술 등 대담한 공연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이 시기에 마술은 단순한 트릭을 넘어 심리학과 무대 예술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했어요.

20~21세기 마술은 더욱 혁신적인 형태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갔어요. 데이비드 카퍼필드와 같은 마술사들은 대규모 무대에서 화려한 시각 효과를 이용한 공연을 선보이며 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마술대회·페스티벌 등 마술 관련 행사들도 활발히 열리게 되었고요. 현재도 AR(증강현실), 홀로그램, 센서 기술 등 새로운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마술사들이 등장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트릭을 넘어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표현하는 예술로서 계속 발전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죠.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작업 공간에 가다
올해로 활동한 지 30주년을 맞은 이은결은 국내에서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가진, 대한민국 마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중화의 주역입니다. 중학생이던 1996년부터 마술을 시작해 한국인 최초로 세계마술올림픽이라고 불리는 FISM에서 2003년 매니플레이션 부문 2위, 2006년 제너럴 부문 1위를 휩쓸며 한국을 대표하는 마술사가 됐죠. 국내 최초 글로벌 마술사 오디션 SBS ‘더 매직스타’의 매지컬 아트 디렉터 등 다수 방송을 통해 마술이라는 장르를 알렸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으로 꾸준히 대중과 만나왔어요. 인기 애니메이션 IP인 ‘사랑의 하츄핑’ 뮤지컬 총감독을 맡기도 했고 각종 콜라보 공연으로 마술의 영토를 확장했죠.

이윤하·구교준·원지우·김서연(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맨 오른쪽)을 만나 우리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는 마술과 일루셔니스트 그 비하인드 세계를 엿봤다.


그는 마술을 표현 수단이자 언어로 사용해 창작자의 세계관이 담긴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는 ‘일루션’이라는 장르를 개척해왔고, 마술이라는 언어로 현실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일루셔니스트(기사 내 호칭은 마술사와 혼용)라고 지칭합니다. 마술이라는 불가사의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 대부분의 마술사들은 신기한 걸 목적으로 두는데 일루셔니스트는 마술이 하나의 표현 도구일 뿐이라는 거죠. 마술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게 있는 후부터 일루셔니스트라고 표현했다며 밝혔죠. 마술을 넘어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루셔니스트의 뒷모습을 엿보기 위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이은결의 작업실 겸 스튜디오를 찾았습니다. 큰 키와 뾰족한 머리, 검은 옷, 장난기 가득한 얼굴 등 대중에게 익숙한 모습을 한 그가 반갑게 맞아줬어요. “이곳은 공연을 준비하고 만들 때 필요한 작업실 겸 스튜디오고요. 공연을 만들어 가는 처음부터 끝나고 나서 정리하는 데까지 시작과 끝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일명 상상 공장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경기도 이천에 있는 이은결의 작업실 겸 스튜디오를 찾았다.


이윤하 학생기자가 “마술이란 정확하게 무엇인지” 질문했어요. “사전을 찾아보면 어떠한 특별한 기술과 혹은 장치 속임수 따위를 사용해서 불가사의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그런 행위들을 마술이라고 해요. 근데 우리가 지금 인식하는 마술은 예전과 많이 달라요. 사전에서 마술을 찾으면 마귀의 술수로 나와있기도 한데요. 예전에는 귀신이나 영혼, 이런 미지의 힘을 통해서 뭔가 하는 사람들을 마술사라고도 했었어요. 실제로 강령술이라고 해서 영혼을 불러서 행위를 하는 마술사들도 꽤 많았죠. 근데 이제 사람들이 미신 같은 걸 잘 안 믿잖아요. 그래서 쇼로 넘어온 거예요. 지금은 엔터테인먼트로 불가능한 일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을 마술사로 생각하고 있죠.”

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마술이라는 언어로 현실을 이야기한다.


스튜디오에서 처음 본 곳은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인데 보통 큰 거울을 보면서 연습한다고 해요. 검은 천이 둘러진 곳도 보였는데 앵무새를 날리고 다시 돌아오는 교육을 시키기 위해 천을 쳐 놨다고 했죠. 한 켠에 화이트보드가 있는 구역에선 공연 전 어떤 것들을 언제 어디다 갖다 놓을 건지 언제 어떻게 이동할 건지 등 무대 동선을 짤 때 무대 도안을 보며 스태프들과 회의를 한다고 했죠. 옆 선반 작은 상자에는 마술 도구들이 들어 있었어요. 상자 속 큐브를 보고 원지우 학생기자가 “큐브는 마술도구가 아니지 않나요”라고 물어봤죠. “마술 도구는 아니지만 큐브로 하는 마술은 되게 많아요. 예를 들면 상대방한테 섞으라고 한 다음에 상자에 넣었다가 꺼냈는데 맞춰져 있다던가 하는 식이죠. 여기 보면 링크 같은 게 있는데, 들어가면 마술사들이 렉쳐라고 마술 기술을 알려주는 영상까지 다 볼 수 있어요. 이걸 사면 그 렉쳐를 보고 연습하는 거죠.”

구교준 학생기자가 “마술의 요소나 구성 방식이 따로 있나요”라고 궁금해했어요. “사실 정식으로 마술사들이 채택한 이론은 없지만 제가 2018년에 국제마술연맹 FISM이 부산에서 열렸을 때 세미나에서 구성 요소에 대해 발표했어요. 미스디렉션이라는 개념과 트릭과 매니플레이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쉽게 얘기하면 트릭은 마술의 원리입니다. 상자에 물건을 넣고 없어지는 마술을 예로 들면 때론 그 상자 안에 거울이나 숨은 공간이 있어서 물건을 넣어 숨길 수 있다든지 이런 원리를 ‘트릭’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하는 사람이 어떻게 연기하고 기술을 쓰냐에 따라 관객에게 그렇게 느껴지게 하죠. 그 기술이나 행위, 연기를 ‘매니플레이션’이라고 해요. ‘매니플레이션’은 조작이라는 뜻인데 총체적으론 연기를 뜻하죠. ‘미스디렉션’은 주의를 집중 혹은 분산시키는것을 뜻하는데, 예를들어 예전엔 어떤 영적인 존재를 믿었던 미스터리의 영역이 있잖아요. 그 시대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미지의 영역을 기반으로 전체적인 콘셉트를 이루는 것이 바로 ‘미스디렉션’입니다. 그 3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2층에는 무대 세트를 비롯해 작은 소품들이 가득했다.


2층에는 무대 세트를 비롯해 작은 소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제가 아마 아시아 최대 규모로 이런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꽃가루가 터지는 컨페티부터 가짜 과일, 어항, 상자, 각종 로프들, 공연 중 관객에게 던져서 놀래키는 연출을 할 수 있는 스티로폼 벽돌, 공연에서 쓰이는 다양한 테이블까지 수많은 소품들이 정리되어 있었는데요. 테이블은 가지고 다닐 수 있게 다 분리되어 있었죠. 30년 마술 역사를 짐작할 수 있게 그동안 해왔고, 모은 많은 소품들이 있었어요. 종이가 말려 있어 입에서 종이가 계속 나오는 연출을 할 수 있는 마우스 코일도 직접 보여줬죠. 일회용 소모품이라 한번 사용하면 재사용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이은결 일루셔니스트가 처음으로 배운 마술인 매직 컬러링북의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이은결 일루셔니스트가 처음으로 배운 마술도 소개해줬습니다. “이 매직 컬러링북은 제가 처음 마술 학원에서 배운 거예요. 그때 마술 학원이 한국에 딱 한 군데 있었죠.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척하고 연기를 좀 해야 돼요.” 색깔이 없던 그림책이 그가 색을 넣는 연기를 하고 펼치니 모두 색칠되어 있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소중 학기자단이 “우와!” 함성을 질렀어요. 이 책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들어있다고 했죠. 한번 넘길 때 3장씩 넘어가는 책이라 어느 부분을 잡냐에 따라 색이 없는 부분과 있는 부분을 나타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는 색이 아무것도 없는 부분을 보여주고 다음엔 색이 나타나는 걸 보여주는데 사람들이 얼핏 봐서 내가 어디를 잡고 있는지를 눈치채지 않게 하려면 연출과 연기가 필요해요. 연기를 잘하면 사람들은 제가 책을 잡는 동작에 집중하지 않게 되죠.”

목소리를 변조하는 복화술을 할 때 사용하는 마스크를 써보기도 했다. 이은결 일루셔니스트가 직접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다.


목소리를 변조하는 복화술을 할 때 사용하는 마스크를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써보기도 했는데요. 이은결 일루셔니스트가 직접 목소리 연기를 선보였죠. 무대에서 코믹 요소를 줄 때 사용한다고 해요.

박스 안에 곰인형을 넣은 다음 곰인형이 사라지는 마술의 비밀도 공개했다.


박스 안에 곰인형을 넣은 다음 곰인형이 사라지는 마술의 비밀도 공개했어요. 이런 게 사실 엄청난 노하우가 들어있는 거라고 했죠. 공연의 엔딩이나 화려한 효과를 주고 싶을 때 주로 사용되는 소모성 도구 가부키 스트리머도 직접 보여줬어요. 작은 크기에서 많은 양의 길고 얇은 스트리머가 순간적으로 퍼져나가는 효과가 환상적이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길고 얇은 스트리머가 순간적으로 퍼져나가 공연의 엔딩이나 화려한 효과를 주고 싶을 때 사용되는 가부키 스트리머 효과를 느껴봤다.


김서연 학생기자가 “마술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달라진 게 있나요”라고 물어봤어요. “시대에 따른 미스터리의 영역이 있어요. 예전에는 영혼을 믿었던 사람들이 많았죠. 사랑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면, 영혼을 믿는 사람들이 강령술하는 사람한테 가서 그 사람을 만나죠. 인간의 뇌를 이제 막 연구 시작했을 때는 인간이 뇌를 2%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가설이 나왔어요. 뇌를 100% 사용하면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그때는 초능력자들이 나타났어요. 유리 겔라라고 숟가락을 구부린다든지 이런 마술들이 있거든요. 멘탈 매직이라는 마술이 유행했었죠. 지금 시대의 미지의 영역은 제가 봤을 때 AI인 것 같아요. AI가 아직 어떻게 발전될지 완벽하게 모르죠. 그 미지의 영역이 있으면 그걸 마술사들이 이용해서 변화한다 생각하시면 돼요.

이은결의 일루션 공연 ‘메타’는 디지털 디바이스 혹은 AI 기술, 증강현실, 일종의 착시 현상을 다루고 있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메타’ 공연도 디지털 디바이스 혹은 AI 기술, 증강현실, 일종의 착시 현상들을 다루죠. 우리는 지금 AI가 발달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세계에 살고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의심을 던져볼 수 있고 혹은 가상이 무너진 무대에서의 환경을 제가 연출할 수도 있고 그런 주제를 다루는 공연이에요.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마술사들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거든요. 요즘 스마트폰으로 하는 마술도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 시대의 기술이 발전되면 거기에 해당하는 마술들도 만들어지는 거죠.”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작업실 겸 스튜디오에 쌓여있는 각종 케이 스에는 무대 세트랑 마술 도구들이 들어있다.


크루팀과 함께 컴퓨터 및 기본 업무를 보는 사무실도 둘러봤습니다. 스태프들이 소품을 만들고 있는 흔적도 보였고, 스케줄표에 공연별로 순서 등을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것도 인상적이었죠. 세계대회에서 받은 상들을 전시해 놓은 섹션을 거쳐 연구실인 랩동을 둘러봤습니다. 큰 케이스들이 쌓여있는 게 보였는데 안에 무대 세트들이 들어있다고 해요. 공연을 위해 갖고 다니려면 패킹을 해야 하고 케이스에 넣어 놓으면 녹슬지 않고, 곰팡이도 생기지 않죠.

소품을 용접하는 과정을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알루미늄이나 철로 만든 소품들이 많다 보니 두 개의 금속을 서로 이어 붙이는 용접 과정이 필요하다.


랩 연구제작실은 각종 도구들을 만들거나 붙이는 작업을 하는 곳이에요. 톱, 드릴부터 크기별 바퀴까지 별별 도구와 소품들이 많아 정말 공장을 떠올리게 했죠. 한 크루가 소품을 용접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알루미늄이나 철로 만든 소품들이 많다 보니 두 개의 금속을 서로 이어 붙이는 용접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죠.

각종 천과 재봉틀이 있는 원단 수선실에서 이은결이 직접 재봉틀로 수선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자재 창고에는 각종 자재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원단 수선실에는 각종 천과 재봉틀이 있었어요. “원단을 맡겨서 제작할 수도 있는데 왔다 갔다 하는 시간과 수시로 수정하려면 비용이 계속 청구되기에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물론 이렇게 하는 마술사들이 많지는 않아요. 대부분 제작실에 맡기는데 저는 워낙 공연을 크게 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하나씩 구비하게 됐죠.”

사람이 들어가서 누운 다음, 몸이 작아지는 마술을 보여주는 도구인 스퀴즈 박스를 살핀 소중 학생기자단.


모든 공간은 소품을 많이 두기 위해서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요. 2층에도 각종 케이스 안에 무대 세트랑 마술 도구들이 들어있었고 케이스 밖에는 어떤 물건인지 이름을 써 놓았죠. 사람이 들어가서 누운 다음, 몸이 작아지는 마술을 보여주는 도구 스퀴즈 박스가 보였어요. “이건 원작자가 있어요. 제가 만든 것도 있지만 그 도구를 처음 만든 사람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그 사람한테 로열티를 내고 원작자가 지정한 기술자에게 제작을 맡겨요. 해외에서 만들기 때문에 운송 비용도 만만치 않죠. 공연에서 3분 정도 쓰기 위해 5000만원을 투자한 건데 버는 돈의 80%는 제작에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공연하기 위해 장비를 이동하려면 5톤 화물차로 기본 4대 정도는 필요하죠.” 그의 상상 공장을 살펴보며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하게 하고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루셔니스트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루셔니스트에게 직접 듣다
미술과 일루셔니스트의 비하인드 세계를 엿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이은결 일루셔니스트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마술이라는 언어로 현실을 이야기한다.


교준: 마술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1996년 중학교 3학년 때 시작했는데, 처음엔 성격이 너무 소심해서 성격을 개조해 보라고 부모님이 마술 학원을 보내셨어요. 저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없이 마술 학원에 갔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빠지고 미쳐서 지금 이 일을 아직까지 하고 있는 거예요.

서연: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특별한 학창시절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유일하게 트럼프 카드를 들고 학교에 다녔던 학생이에요. 연습을 하도 많이 하다 보니 선생님들이 인정해 줬죠. 또 학교에서 유명한 지각왕이었어요. 자랑할 게 아닌데 밤에 한 9시부터 연습을 시작하면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새벽 4시까지 하는 거예요. 6시에 일어나야 되는데 늦게 자니까 못 일어나고 지각한 벌로 매일 아침 운동장을 10바퀴씩 뛰었죠. 전교생들은 제가 아마 육상부인 줄 알았을 거예요.

지우: 크게 어떤 종류의 마술이 있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는 어떤 건가요.
마술 콩쿨에서는 클로즈업 스테이지, 코미디 매직, 멘탈 매직 이런 식으로 부문이 나눠져 있어요. 코미디 매직은 말 그대로 코미디가 강한 마술들, 멘탈 매직은 어떤 심리를 이용한 마술이라든지 아니면 사람들의 뇌과학적인 지식들로 하는 마술들이 요즘에 또 발전되고 있거든요. 실질적인 장르로 따진다면 드라마 타이즈의 마술, 스토리가 있는 마술이죠. 그리고 그냥 쇼 형태 마술만 보여주는, 이것도 나타나고 저것도 나타나고 자르고 이런 쇼잉 마술들이 있어요. 스턴트 매직은 위에서 막 거꾸로 매달려서 탈출한다든지 이벤트성이 있는 마술, 그런 마술들이 장르적으로 또는 규모별로 구분돼 있긴 한데 어떤 장르를 특별히 잘한다는 것보다 저는 기본적으로 무대 연출을 잘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마술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생각하면 좋은데 하나는 신기하고 신비한 마술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표현과 연출을 좋아하는 사람인데 저는 후자인 거죠.

윤하: 새로운 마술은 어떤 과정을 통해 개발되나요.
어떤 신기한 마술들은 트릭이 먼저 나올 때가 있어요. 아까 봤던 매직 컬러링북은 책 넘길 때 3장 넘어갔죠. 그게 생각해 보면 우연히 발견했을 수도 있어요. 일상에서 우연히 원리를 발견하고 이런 트릭을 쓰면 이렇게 신기할 거야 하고 원리를 안 사람이 마술에 적용한 거죠. 그렇게 트릭을 먼저 생각해 놓고 하는 마술도 있지만 저는 요즘은 대부분 일루셔니스트로서 어떤 풍경을 만들지 무대에서 어떤 느낌을 줄지 고민하죠. 그 장면을 만들기 위한 소품 디자인, 음악 분위기, 안무적인 요소, 연기적인 요소, 대사 이런 것들을 먼저 생각을 해놔요. 그다음 거기에 쓸 소품들을 사거나 제작해서 조합을 하죠. 그리고 연습 후 무대에 올려서 테스트를 해요. 이상한 점을 수정하면서 다시 다 만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짧게는 2개월 정도면 만들 때도 있고 수정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 몇 년 걸리기도 하죠.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연으로 꾸준히 대중과 만나왔다.


서연: 부모님과 이은결님의 공연을 두 번 보러 갔었어요. 한 번은 아빠가 무대에 나가서 마술 연출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고요. 특히 헬리콥터가 나오는 마술이 정말 신기했는데 그런 마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스케일이 큰 만큼 저 혼자 할 수 없고 기술자들이 필요해요. 헬리콥터를 무대에 옮기려면 분리해서 갖고 올 수도 있어야 되고 그럼 그걸 구상하는 사람,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사람도 필요해요.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 되는데 사실은 그게 힘든 거예요. 마술은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드는 거죠. 그러면 처음부터 잘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될 때까지 하는 거예요. 뭔가를 구상해서 한 번에 완성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무대에 올리고도 또 수정하고 수정하죠. 전 세계에 아무 데도 없는 걸 만드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윤하: 공연 중에 실수했던 적도 있나요.
항상 실수를 하는데 그 실수를 관객들이 아냐 모르냐의 문제예요. 큰 실수가 날 때도 있었어요. 2005년도에 헬리콥터가 등장하지 않았어요. 그게 클라이막스였는데 다시 세팅해서 보여주기에는 20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사과하고 환불까지 하고 엄청 좌절했거든요. 근데 결과적으로 저한테는 엄청난 자양분이 됐죠. 사실 연습할 때 그런 실수가 있었는데 그걸 제가 어떻게 대처할지 계산을 안 해 놓은 저의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제는 연습하다가 실수가 일어나는 거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실수를 해야만 그걸 어떻게 대처할지 계산해 놓을 수 있거든요. 실수를 일부러 연출적으로 할 때도 있어요.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가 없잖아요. 실수가 일어나면 마치 지금 일어난 사건처럼 보여서 사람들이 공연에 더 몰입하기 좋죠.

지우: 이은결님의 마술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어느 순간부터 신기함을 위해서 마술을 하지 않아요. 일상에서 느끼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들을 비범하게 하는 걸 좋아하죠.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 추억들을 무대에 올려져서 다시금 생각하게 환기시켜주는 걸 되게 좋아해요. 예를 들면 어릴 적에 눈사람 만들어 봤죠. 눈사람이 어릴 적에는 분명히 나한테 대화를 건넸을 거예요. 내가 갖고 있는 로봇이나 인형이 나와 대화를 나눴단 말이죠. 근데 어른이 되면 그걸 잊어버려요. 제가 눈사람을 무대에서 만들어 내요. 제가 어린아이로 바뀌고, 눈사람이 움직이면서 아이와 놉니다. 그러면 관객들이 어릴 적 놀았던 기억을 소환시킬 수 있죠. 그런 감정을 다루는 지점들이 사람들이 제 공연을 좋아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세계대회에서 받은 상들을 전시해 놓은 섹션을 살펴보는 소중 학생기자단.


교준: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신인 마술사는 누구인가요.
에덴·유호진·박준우 등 되게 많아요. 니키는 유튜버로 전향한 첫 번째 마술사인데 새로운 길을 가서 좋아하는 친구고요. 김준표 마술사는 흑마법사라고 해서 좀 거친 마술을 해요. 워낙 카드 마술 등의 기술이 뛰어나서 제가 약간 AI라고 부르거든요. 무대에서 큰 연출 같은 건 하지 않지만 바로 앞에서 가까이하는 마술들은 지금 한국에서 거의 탑으로 꼽을 정도로 잘해요. 이런 친구들이 대중적으로도 계속 성공해야죠.

교준: 마술을 배워 실생활에 도움 되는 점이 있을까요. 마술을 하기 위해 어떤 연습을 하면 좋은가요.
마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연기 같은 걸 잘하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하면 좋아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배우는 게 좋고요. 무용도 배우면 좋죠. 저도 발레를 배웠거든요. 여러분이 취미로 마술을 배워둔다면 딱 3개만 잘할 줄 알면 됩니다. 3개만 할 줄 알면 언제 어디서든 친구들한테 보여줄 수도 있고 사람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어요.

지우: 마술사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이고, 마술사를 꿈꾸는 소년중앙 독자 또래 어린이·청소년에게 조언해 주신다면요.
첫 번째는 마술을 사랑해야 되죠. 미칠 수 없으면 이 일을 안 하는 게 좋아요. 그냥 단순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다면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또 끈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될 때까지 연습해야 되고요. 안 되는 걸 되게끔 하려면 엄청난 집요함이 필요하죠. 스스로 연습한 만큼 실력이 나올 거고요. 경쟁자들도 요즘 너무 많아요. 어린 친구들은 다양한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계산도 해야 되고, 미술도 잘하면 좋고요. 대본 쓰려면 문법 공부해야 되고, 영어를 해야 해외 사람들이랑 소통할 수 있겠죠. 기본적인 공부를 많이 해두면 좋아요. 또 연기 공부를 좀 해야 됩니다. 그래서 연기과를 선택한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윤하: 마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계속해서 하고 있는 하나의 어떤 키워드가 있다면 가능성 같아요. 생각해 보면 마술은 불가능에 대한 얘기를 되게 많이 하거든요. 불가능을 설계하고 불가능을 만들어 놓고 근데 사실 궁극적인 목적은 저는 가능성에 있다고 봐요. 그래서 인간이 가진 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요.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할 수 있죠. ‘우리는 이렇게 생각해야만 해’라는 게 있겠죠. 근데 예술가들은 그 금기를 건들거든요. 이건 당연히 하면 안 되는 건데 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에 대한 의심을 던지게끔 만들어요. 그런 것처럼 저는 어떤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어떤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게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 중에 하나입니다.

서연: 그동안 다양한 활동을 선보이셨는데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저는 공연쟁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공연들을 계속 만들어서 대중한테 보여주고 싶은 게 제 목표예요.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게 이 일이고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상관없이 계속해서 이런 창작 활동을 하는 게 제일 큰 목표 중 하나죠. 나이가 들어도 그때 느끼는 것들을 무대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게 제일 원하는 바입니다.

이윤하·구교준·원지우·김서연(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일루셔니스트 이은결(맨 오른쪽)을 만나 우리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주는 마술과 일루셔니스트 그 비하인드 세계를 엿봤다.

■ 낯설고도 신기한 마술 용어

「 배니싱(Vanishing)
마술사의 손에 있던 물건이 사라지는 마술. 정말 마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보는 이들을 신기하게 만들죠.

어피어런스(Appearance)
없던 물건이 눈앞에 나타나는 마술. 일반 카드를 특수 카드로 바꿀 때 씁니다.

스위치(Switch)
바꿔치기 마술. 100원짜리 동전이 500원짜리로 빨간펜이 파란펜으로 마구 바뀌죠.

디미니싱(Diminishing)
물건을 작게 만드는 마술. 방금 전엔 보통 크기 카드였는데, 어느 순간 작은 카드로 바뀌어버리는 것과 같은 마술이죠. 드윈들(Dwindle)이라고도 해요.

매그니파이(Magnify)
물건을 크게 만드는 마술. 디미니싱과 상대적인 개념이죠.

리턴(Return)
작게 만들었거나 늘였던 물건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마술.

플러리시(Flourish)
손가락 끝을 사용한 여러 가지 테크닉. 예를 들면 분명히 1개의 공을 쥐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공이 2개가 되었다가 3개가 되는 식의 마술.

미스디렉션(Misdirection)
관객의 시선을 전혀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것. 마술의 어느 부분에서 트릭이 진행되고 있는 걸 숨기기 위해 꼭 필요한데, 말이나 손동작 등으로 유도할 수 있죠. 마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라고 봐도 좋아요.

트릭(Trick)
마술을 구성하는 비밀 또는 눈속임. 모든 마술에는 트릭이 존재하지만 관객이 그 트릭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할 때 마술이 완성될 수 있어요.

동행취재=구교준(서울 월촌초 5)·김서연(서울 위례별초 5)·원지우(경기도 현민초 4)·이윤하(서울 염리초 4) 학생기자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이은결을 만나 마술과 일루셔니스트의 비하인드 세계를 엿본 소중 학생기자단이 각자 마술 소품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평소 마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은결님을 취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기뻤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은결 일루셔니스트의 스튜디오를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실제로 만나보니 긴장되기도 했어요. 생각한 것보다 스튜디오가 컸고 신기한 게 많았죠. 하나의 마술이 완성되기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수많은 연습을 해야 하고, 무대 위에서 관객의 환호를 받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교준(서울 월촌초 5) 학생기자

이은결 일루셔니스트님을 취재한다고 들었을 때 굉장히 기대했어요. 왜냐하면 이은결 일루셔니스트님의 공연을 여러 번 봤는데 너무 멋졌거든요. 스튜디오는 마술 도구들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고, 신기한 물건들이 많아서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습니다. 저희한테 간단한 마술도 보여주셨고 마술 도구들도 설명해주셨죠. 마술을 배우며 새벽까지 연습하느라 학교에 지각을 자주 했다는데 그만큼 노력하신 점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마술 작업 공간에 직접 가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김서연(서울 위례별초 5) 학생기자

스튜디오에는 상자 안에 마술 도구, 세트, 장치들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둘러볼 정도였죠. 꿈을 이루기 위해 이은결님이 정말 오랜시간 동안 연습했다는 걸 알게 되어 마술사가 꿈인 친구들에게 어마어마한 연습과 끈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더 멋진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이 멋졌죠. 마술사의 공연을 보기만 할 때는 멋지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뒤에 정말 힘들게 준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바쁘신데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많은 시간을 내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했어요.
-원지우(경기도 현민초 4) 학생기자

취재를 가기 전 ‘일루셔니스트’와 ‘마술사’의 차이가 무엇인지 가장 궁금했는데 인터뷰를 통해 그 차이를 알 수 있었죠. 인상 깊었던 점은 마술 소품을 직접 제작하신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크기도 크고 값도 비싸 보이는 소품들도 있어서 더욱 놀라웠죠. 이번 취재를 통해 마술과 일루션은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공연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가치 있는 예술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일루셔니스트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멋진 직업이라는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이윤하(서울 염리초 4)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COMPANY 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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