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타고 성남까지 간 러브버그…이들 잡을 ‘장미의 유혹’ 작전 [르포]

지난 6일 정오 무렵 인천의 계양산 중턱. 경사지의 축축한 흙과 낙엽을 걷어내자 꿈틀거리는 애벌레 10여 마리가 보였다.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 유충이다. 몇 발짝 떨어진 곳을 다시 파니 또 10여 마리가 나왔다.
계양산의 러브버그 방제를 주도하고 있는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이 손바닥에 1마리를 올려놨다. 그는 유충을 가리키며 “6월 말이 되면 성충이 돼 짝짓기하고 날아다닐 것”이라며 “올해도 여러 지역에서 다량 출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상 주변은 방제제(BTI) 살포가 한창이었다. 호스에선 약품이 섞인 물이 뿜어져 나오고, 산자락에선 살포 현장으로 물을 끌어올리는 발전기가 시끄럽게 돌고 있었다. 방제를 맡은 삼육대 연구진과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들이 갈색의 BTI 2㎏과 산자락에서 끌어온 물 1t을 배합했다.
지나가던 한 등산객이 “농약을 뿌리는 거냐”고 물었지만, 이 BTI는 일반적인 농약과는 다르다. 러브버그와 같은 파리목에만 작용하고 다른 동식물엔 영향 주지 않는다.

성충되면 알 500개…산 중턱 유충 ‘득실’
연구진과 방제팀은 유충이 낙엽·흙 속에 성장하는 봄부터 방제에 나섰다. 성충이 되는 여름이면 이미 개체 수를 조절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번데기로 탈바꿈한 후부터는 약이 듣지 않는다. 성충은 3~7일의 짧은 생존 기간 1쌍이 알 500여 개를 낳는다.
방제 작업은 방제제 효과, 러브버그의 서식 환경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실험도 겸한다. 방제팀은 주황색 줄이 쳐진 방제구역 외엔 유충이 있어도 일단 그대로 뒀다. 대신 연구진은 고도·방위·경사면 등 환경 특성이 다른 16개 구역을 정해 구역별로 샘플을 채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러브버그가 어떤 환경을 선호하는지 결과가 나오면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위험 지역을 특정해 집중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대발생 가능성…“경기 북부 유충 밀도 높아”
올해는 러브버그의 서식지가 경기 북부 등으로 한층 넓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전국 102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서울 및 동두천 등 경기 북부에 유충 밀도가 높았다”며 “특히 서울 25개 자치구 내 도심 공원 대다수에서 유충이 발견된 정도로 출현 빈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성남 등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서도 유충이 발견됐다.
차량에 붙어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습성도 서식지 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엔 서울 서남·서북부 및 인천에 관련 민원이 집중됐지만, 올해는 보다 많은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다.

외래종인 러브버그가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건 2018년 무렵이다. 원래 중국 남부·대만·일본 오키나와처럼 기온·습도가 높은 지역에 주로 사는데, 온난화로 우리나라의 기후가 고온다습해지자 2022년 이후 거의 매년 수도권에서 대발생이 반복되고 있다.
천적이 없다는 점도 대발생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중국 남동부 장시성을 현장 조사한 김동건 소장은 “중국은 러브버그가 대발생하지 않는다”며 “중국 내 러브버그 서식지 인근에는 다양한 생물종이 살고 있어서 천적이 있거나 다른 종과 먹이 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습한 부엽토층이 두터운 국내 토양 환경도 유충 서식에 유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미향으로 도심 대발생 막는다

올해는 새로운 방제법도 시도된다. 장미향을 활용해 러브버그를 도심에서 외곽으로 끌어내려는 전략이다. 러브버그가 속한 털파리과 일부가 장미류의 향기에 잘 유혹된다는 연구 결과를 활용한 것으로 국내 연구진의 실험에서도 효과가 일부 입증됐다.
송은철 서울시 감염병관리과장은 “6~7월 장미류 향을 이용한 포집기 1300대를 서울시 19개 자치구 공원·산주변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평구 백련산과 노원구 불암산 등엔 광원(불빛) 포집기, 3m 높이의 공중 포집기도 설치된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방제에 나설 수 있도록 제도 등을 정비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김동건 소장은 “곤충이 어느 정도 출현하면 본격적인 방제를 시작할지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관측 지점당 일평균 작은빨간집모기 500마리 이상 발견되면 발령되는 일본뇌염 경보 등과 같은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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