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G ‘적과 동침’ 삼성 ‘거리두기’…中 전략 다른 韓 가전 투톱

이영근 2026. 5.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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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문제를 드러내고 이기는 실행에 집중해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는 LG전자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사진 LG전자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에 직면한 국내 가전 투톱이 서로 다른 해법을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판매 시장에서 철수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반면, LG전자는 중국 제조 생태계를 적극 활용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정면 돌파에 나서는 모습이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열린 첫 전체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의 추격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중국의 생태계를 우리도 이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놨다. 중국 가전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의 제조·공급망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그동안 추진해온 중국 업체와의 공동개발생산(JDM·Joint Development Manufacturing) 확대 기조에 재차 힘을 실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방향성에 맞춰 LG전자 내부에서는 JDM 대신 ECM(Ecosystem Co-Manufactur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순 외주 생산을 넘어 중국의 공급망·부품·제조 생태계를 함께 활용한다는 전략적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다.

차준홍 기자

국내 가전 투톱이 상반된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기존 방식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워진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가전 보조금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과 현지 업체들의 기술 고도화, 원가 경쟁 심화 속에서 과거처럼 한국 기업이 프리미엄 브랜드만으로 우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가전·TV(VD·DA) 사업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3000억원)보다 3분의 1이 줄어든 2000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는 6000억원 적자였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이구환신 정책에 약 3000억 위안(약 64조원)을 투입하며 가전 교체 수요를 끌어올렸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국을 글로벌 수출을 위한 생산 기지로 활용하는 방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제품은 자체 생산 체제를 유지하되,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중소형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전환해 운영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김철기 삼성전자 DA사업부장은 “올해가 가전 사업구조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기반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반면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ECM을 통해 볼륨존(중저가 시장) 공략을 병행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중국 스카이워스와 드럼세탁기를, 오쿠마와는 냉장고를 각각 ECM 방식으로 개발·생산했다. 삼성전자와 달리 지난 3월 중국가전협회가 주관한 가전 전시회 AWE 2026에도 참가하는 등 중국 판매 시장에서 활로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과 일정 부분 거리두기에 나섰다면, LG전자는 적과의 동침을 감수하더라도 중국 생태계를 활용해 현지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류 CEO “문제 드러내자” 강조


한편 류 CEO는 이날 미팅에서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한 이후 37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철학도 공유했다. 그는 “매일의 1% 진보는 1년 뒤 약 40배의 격차를 만들지만, 반대로 1% 퇴보는 약 1480배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꾸준한 혁신과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소 ‘문제 드러내기’와 ‘이기는 실행하기’를 경영 철학으로 강조해온 류 CEO는 “변화는 냉철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안 되는 이유보다 될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작은 수습에 머무르기보다 큰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발상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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