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선 동료도 없다…반도체 그들만의 삼전 노조

이우림, 김경미 2026. 5.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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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반도체 소속이냐, 아니냐를 두고 이해관계에 따라 삼성전자 노노(勞勞)의 분열이 격화하고 있다. 교섭권을 쥔 초기업노조가 실적이 좋은 반도체 부문의 보상을 우선시하고 전사적인 이익 공유 논의를 뒤로 미룬다고 결정한 데 대해 내부 불만이 확산하면서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30조원대 피해가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21일 예고한 파업을 열흘 앞두고 11~12일 이틀간 사후조정 절차에 들어간다. 사후조정은 조정 결렬로 노조가 이미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절차다.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진행되는 이번 사후조정은 지난 3월 27일 교섭이 중단된 이후 45일 만에 노사 양측이 마주 앉는 자리다.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파업 여부를 결정지을 사실상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지만,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공투본) 내부에서 교섭 안건을 둘러싸고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공투본 소속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이 지난 4일 사측에 대한 공동 대응을 철회하기로 한 데 이어, 7일엔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와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와 사이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초기업노조 위원장이 TV·가전·모바일 등이 소속된 ‘디바이스경험(DX) 부문 홀대론’을 주장한 전삼노 지부장에게 사과하라며 교섭 배제 가능성을 언급하자, 전삼노는 이를 “다수 노조의 지위를 이용한 타 노조 활동 제약”이라고 반박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약 80%는 반도체 사업부인 DS 부문 소속이다. 초기업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가전·모바일 사업부를 포괄하는 DX 부문 직원들은 영업이익 중심의 성과급 협상이 반도체 부문에만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타고 수백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반도체 사업과 달리, 가전·모바일 사업 등은 중국의 급부상과 치열한 경쟁 구도로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가전·모바일 사업부 소속의 한 노조원은 “반도체가 수조 원의 적자를 낼 때 회사를 버티게 한 것은 DX의 실적이었다”며 “당시 벌어들인 돈이 반도체 생산라인 투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호황기에 접어들자마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영업이익 기준만 강조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향후 성과급 기준을 만드는 상황에서 계속 영업이익만 내세우는 건 DX 부문은 영원히 성과급을 받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인근에 삼성전자 주주행동실천본부에서 설치한 삼성전자 노조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파업 우려가 가시화하자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 2024년 기준 삼성전자의 1차 협력회사는 1061개, 2·3차 협력회사는 693개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 규모를 약 3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장비업계 관계자는 “실제 파업 여부에 따라 제작 공정은 물론 인력 운영 스케줄 전체가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대응책 마련에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중소 협력사들의 고용 불안도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평택 캠퍼스 라인 하나당 약 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생산 차질이 파견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 원청의 파업 여파가 체력이 약한 1·2·3차 하위 협력사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뉴스1

한편 이달 초 전면 파업을 진행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도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금·단체협약에 대한 노사 간 입장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데다 양측의 법적 공방도 격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면 파업에 나섰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 6일 현장에 복귀해 정규 근무시간 외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무기한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업 기간 중 타 부서 제조구역에 진입한 노조원 1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고, 법원이 쟁의 행위를 금지한 일부 공정에 대해 파업을 강행했다며 박재성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 집행부 3명, 현장 관리자급 노조원 3명을 고소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달 사측 인사 일부를 부당한 노동행위 지배·개입 혐의로 고소했으며, 조만간 사측 인사 약 30명을 특정해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고연봉 대기업 노조의 쟁의 행위가 지속되며 서민들이 느끼는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며 “일반 주주들과 협력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해 빠른 갈등 봉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우림·김경미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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