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364만명… 세계가 부산에 빠졌다
자갈치·감천 등 로컬성 경쟁력 부상
관광객 지출액 1조531억원 넘어서
필수 아이템 ‘비짓패스’ 73만장 돌파
市, 체류형 국제도시로 성장 추진

부산 원도심 골목 곳곳에선 외국어가 들린다. 부산 남포동 국제시장 빈티지 가게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영도 바닷가 포장마차에선 연탄불 앞에서 사진을 찍은 외국인을 볼 수 있다. 흰여울문화마을 해안 터널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남기려는 행렬이 늘어서곤 한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64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운대와 광안리 중심이던 관광 흐름도 이제는 자갈치·감천·산복도로 같은 공간으로 확장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은 부산의 가장 오래된 골목으로 향하고 있다. 10일 한국관광데이터 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 전국 상위 1~3위 지역은 모두 부산 원도심권이었다. 영도구 봉래2동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 넘게 증가했고, 서구 아미동과 부산진구 가야2동 역시 외국인 방문이 급증했다.
평일 낮 국제시장과 BIFF광장에선 씨앗호떡과 물떡을 손에 든 외국인 관광객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부산의 유명 음식점 ‘이재모피자’ 앞에는 한국인보다 일본·대만 관광객이 더 많이 줄을 서 있는 날도 적지 않다. 초량 돼지국밥 거리 식당에는 외국인을 위한 ‘부추 넣는 방법’ 안내문까지 등장했다.
영도는 부산 관광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과거 조선소와 물양장이 있던 공간은 거친 항만 풍경과 조선소 감성을 찾는 외국인의 포토 존으로 변했다. 영도다리 인근 포장마차에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었고 흰여울문화마을 해안 터널은 ‘인증 명소’가 됐다.
감천문화마을도 대표적인 체류형 관광지로 변하고 있다. 골목 축제 기간에는 한복을 입고 스탬프 투어를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을 곳곳을 채운다. 한 상인은 “예전에는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젊은 자유여행객들이 오래 머물며 골목 자체를 즐기고 간다”고 말했다.
관광 열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부산시는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364만3439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관광객 지출액도 처음으로 1조531억원을 넘어섰다. 증가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했다. 1976년 개항 이후 처음이다. 크루즈 입항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237항차가 부산항에 입항한 데 이어 올해는 447항차, 방문객 80만명 규모까지 예상된다. 지난해 8항차에 그쳤던 중국발 크루즈도 올해 163항차 입항을 예고했다.
외국인 관광객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비짓부산패스’ 누적 판매량도 73만장을 넘어섰다. 개별 여행객이 원도심과 해안 관광지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체류형 소비를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해수욕장 방문객 역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부산 지역 해수욕장 방문객은 2200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다대포 해수욕장은 1년 만에 방문객이 2배 이상 늘며 서부산 관광 성장세를 이끌었다.

부산의 경쟁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압축형 글로벌 도시’라는 데 있다. 바다와 산, 항만과 원도심, 산업과 문화가 좁은 도시 안에 압축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서는 짧은 시간 안에 바다·도심·원도심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특히 정형화된 관광지보다 도시의 일상과 생활 문화를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부산만의 ‘로컬성’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접근성도 강점이다. 김해공항과 부산항, KTX를 통한 광역 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고 도시 내부 이동 시간도 짧다. 실제 서울에서 열차를 이용해 지방으로 이동한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이 부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BTS 공연과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부산국제영화제, 페스티벌 ‘시월’ 같은 K-콘텐츠 행사들도 도시 전체 소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페스티벌 시월 기간 외국인 방문객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고 관광 소비액은 34.6% 늘었다.
부산은 최근 2년간 124건의 국제회의와 행사를 신규 유치하는 등 ‘MICE 산업’ 역시 성장세다. 202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등 굵직한 국제행사도 잇따라 열린다. 의료관광도 부산의 새로운 성장축이다.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3만명을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서면 메디컬스트리트는 K-뷰티와 웰니스 관광이 결합한 대표 체류형 소비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부산시는 ‘체류형 관광도시’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 유치와 ‘부산의 맛’ 가이드북 발간, 외국어 메뉴판 지원, 야간 관광 확대, 비짓부산패스 고도화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원도심 숙박 인프라 부족과 관광객 집중에 따른 혼잡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다. 일부 지역에서는 임대료 상승과 생활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는 2028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500만명, 관광 지출액 1조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벡스코 제3전시장 등 대형 인프라도 들어설 예정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와 세계디자인수도, 세계도서관정보대회 등 국제 행사도 예고돼 있다.
나윤빈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이제 관광은 단순히 유명 장소를 둘러보는 시대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과 문화를 체험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부산만의 로컬성과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해 글로벌 관광도시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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