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왜 이래?… 세금·사회보험료 증가폭 OECD 2위
한국 조세격차 25년 새 8.5%p 증가
직장인 체감 월급상승분 계속 줄어
물가 반영 못하는 세제도 부담 키워

서울에서 직장에 다니는 이모(37)씨는 지난달 급여명세서를 보고 또 봤다. 믿을 수 없는 수치가 찍혀서다. 올해 연봉이 3.5%가량 올라 4월부터 인상분이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통장에 찍힌 월급은 오히려 20만원가량 줄었다. 지난해 보수 인상분에 따라 덜 냈던 건강보험료 정산분이 4월 월급에서 한꺼번에 빠져나간 영향이었다. 이씨는 “안 그래도 텅 빈 유리지갑을 강탈당한 기분”이라며 “세금과 보험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니 월급이 올라도 체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지난달 건보료 폭탄을 맞은 직장인은 무려 1035만명에 달했다.
한국 직장인 월급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가는 몫이 25년 새 8.5% 포인트 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한국의 직장인이 체감하는 월급 상승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임금 과세(Taxing Wages)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평균 수준의 임금을 받는, 자녀 없는 단신 근로자의 조세격차는 24.8%로 집계됐다. 조세격차는 직장인 한 명을 고용할 때 발생하는 전체 비용 중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빠져나가는 몫을 뜻한다. 통상 조세격차가 낮을수록 근로자는 손에 쥐는 돈이 많아진다. 기업도 사람을 고용하는 데 드는 부담이 줄게 된다.

한국의 조세격차는 가파르게 커졌다. 한국 근로자 조세격차는 2000년 16.4%에서 지난해 24.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는 12.7%에서 21.7%로 올라 증가폭이 가장 컸고,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OECD 평균 조세격차는 36.1%에서 35.1%로 오히려 1.0%포인트 낮아졌다.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사회보험료 부담 확대다. 건강보험료율은 2024~2025년 7.09%로 묶였지만 올해 7.19%로 올랐다. 직장가입자 월평균 본인부담 보험료도 지난해 15만8464원에서 올해 16만699원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올해부터 9%에서 9.5%로 인상됐다. 1998년 이후 9%에 머물던 보험료율은 앞으로 매년 0.5%포인트씩 올라 2033년 13%에 이르게 된다.
소득세 과표 구간이 물가와 임금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도 부담을 키웠다. 현행 소득세율은 과세표준 1400만원 이하 6%, 1400만원 초과~5000만원 이하 15%, 5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 35%로 나뉜다. 일부 하위 구간은 2023년 조정됐지만 8800만원을 기준으로 세율이 크게 뛰는 구조는 장기간 유지돼 왔다.
한국의 세 부담 수준 자체가 높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조세격차는 OECD 38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낮았다. 정부 관계자는 “1인 근로자는 각종 복지 지원이나 가족급여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아 조세격차가 상대적으로 크게 보이는 착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세 부담의 절대 수준보다 ‘증가 속도’에 있다. 한국의 조세격차가 OECD 평균보다 낮더라도 부담이 빠르게 커지면 기업은 채용에 신중해지고, 근로자는 실수령액 감소로 소비 여력과 근로 의욕이 약해질 수 있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필요한 사회보험 재원은 안정적으로 확보하되 부담이 임금근로자에게만 과도하게 쏠리지 않도록 재정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건 조세격차 순위가 아니라 ‘월급날 실제로 통장에 남는 돈’”이라며 “고령화로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흐름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 부담이 근로자의 월급 명세서에만 누적되지 않도록 세금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와 임금 상승에 맞춰 소득세 과표 구간과 근로소득공제 기준을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이른바 ‘물가연동형 세제 조정’ 방안도 직장인의 지갑을 보호하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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