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붉은 광장서 인공기 휘날렸다…북한군, 러 전승절 열병식 첫 행진

이유정 2026. 5. 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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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식(전승절) 열병식에 북한군이 인공기를 들고 처음으로 모스크바 붉은 광장을 행진했다. 이는 북한군의 참전으로 이른바 ‘쿠르스크 해방 작전’에서 승리했다는 서사를 부각하면서 이란전 등으로 갈등 이슈가 부각하는 한·미 동맹 등을 의식해 군사·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러 관계는 명실상부 혈맹으로 격상됐으며, 국제 정세와는 무관한 ‘상수’로 굳어졌다는 신호로 볼 여지도 있다.


북한군 열병식 참여에 푸틴, 사의 표명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9일 전승열병식이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륙해공군혼성종대가 모스크바승리열병식에 참가하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10일 1면에 전날 러시아의 제81주년 전승절 열병식 행사를 전하며 “러시아 군인들의 열병 종대들과 함께 쿠르스크를 해방하기 위한 전투들에서 불멸의 위훈을 떨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군인들의 종대가 붉은 광장을 행진했다”고 밝혔다.

열병식 종대는 최영훈 육군 대좌(우리 군의 대령·준장 사이 계급)가 이끌었다. 또 열병식이 끝난 뒤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휘관을 찾아와 직접 사의를 표시했다고도 신문은 전했다. 북한군이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에서 인공기를 들고 행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러 매체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20명 규모의 북한군은 육·해·공군 정복을 입고 은색으로 도금된 개인 화기를 들고 붉은 광장을 행진했다. 은 도금 화기는 북한의 88식 자동보총으로 추정되는데,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4년 9월특수작전무력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했을 때도 등장했다. 러시아 파병 등으로 공훈이 있는 장병에게 수여했거나 열병식용으로 특수 제작했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엔 장성, 올해는 열병식…군사 동맹 부각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9일 전승열병식이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통신은 ″조선인민군 륙해공군혼성종대가 모스크바승리열병식에 참가하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선두에 선 최영훈 역시 처음 등장한 인물이다. 실제 쿠르스크 전투에서 공적을 세운 현장 지휘관을 발탁했을 수 있다. 이날 열병식 연단에는 오철진 북한 노동당 국제부 유럽 담당 국장과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가 자리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80주년 전승절 열병식 땐 김영복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상장), 이창호 정찰총국장(상장), 차용범 국방성 제1부상 겸 종합국장(중장), 김명철 총참모부 작전국 부국장(중장), 신금철 총참모부 작전국 처장(소장) 등 장성들이 참석해 푸틴과 악수했다.

올해 전승절은 81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5·10년 단위의 정주년, 이른 바 ‘꺾어지는 해’가 아니었던 만큼 대표단의 급은 낮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열병식 행진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북·러 간 군사적 결속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러시아의 동맹·우방 중 열병식에 군을 파견한 건 북한이 유일했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연구소 교수는 “이번 열병식 행진은 북한 전군 차원의 연대와 러시아 파병 성격을 공식화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또 외국 군대임에도 불구하고 열병식 후 푸틴이 지휘관을 직접 대면한 것은 북한군을 사실상 러시아 정규군과 동등한 동맹군으로 대우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북한이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러시아 열병식에 군 대표단을 보내면서 러시아 파병을 통해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과시했다는 설명이다. 한·미 동맹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북한이 러시아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 수준의 군사 동맹을 구축했다는 점을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러시아 주도의 반(反)서방, 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진영에 북한이 대등한 일원으로 합류했다는 상징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푸틴 이름 부른 김정은, 훈장 수여는 안 밝혔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노동신문은 9일자 1면을 통해 김정은이 푸틴에게 보낸 러시아 전승절 관련 축전도 공개했다. 여기에서 김정은은 푸틴에 대해 “친애하는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라며 이름을 부르며 “평양은 언제나 당신과 형제적 러시아 인민과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지난달 방북한 뱌체슬라브 볼로딘 러시아 연방하원(국가두마) 의장 편을 통해 김정은에게 “쿠르스크 지역을 해방하는 데 도움을 준 데 대해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다만 북·러가 전방위로 밀착 하는 그림을 연출하는 가운데 미묘한 긴장감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푸틴이 지난해 12월 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창호·차용범 등 최소 5명의 북한군 고위 간부에게 훈장을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보도된 북한의 러시아 파병 기념관 ‘해외군사작전 전투위훈기념관’의 벽에 걸린 단체 사진들을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 매체 모두 이를 전하지 않았다. 수훈이 사실이라면,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 자체를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관심을 모았던 김정은의 방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파병 등 다양한 군사적 지원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급부 제공이 충분치 않은 데 대한 불만을 내심 표출했을 가능성과 김정은의 방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시점을 조율하고 있다는 관측이 상존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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